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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빠진 STX조선 구조조정] 법정관리 가자니 공멸 걱정… 추가지원 하자니 '밑빠진 독' 부담

4조 넘게 퍼부었지만 2년전보다 경영상태 악화

STX조선해양-2
정부와 채권단이 STX조선해양 구조조정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법정관리를 선택할 경우 계열사 줄도산 등의 우려가, 추가 지원을 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논란이 가열될 우려가 있다. 사진은 STX조선해양 진해 조선소 전경. /서울경제DB


현대상선이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를 통해 급한 불을 끄자마자 STX조선해양이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말 공식 실사 결과가 나올 예정인 가운데 채권단 안팎에서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까지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자율협약 방식의 구조조정을 통해 STX조선에 4조원 넘게 지원했지만 2년 전 실사 당시보다도 경영 상태가 더 악화됐다고 보고 있다. '좀비기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최근 구조조정 기조로 보면 법정관리 가능성을 더욱 높아진 형편이다.

하지만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남아 있는 STX 계열사들도 줄줄이 무너지는데다 은행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법정관리의 현실성이 되레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채권단 일각에서 나온다. 법정관리나 추가 지원, 어느 쪽을 선택해도 채권단이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크다는 것.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산은이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실제로는 '말리는 시어머니'를 기다리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며 "STX조선은 법정관리로 보내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 회사"라고 진단했다.

◇STX조선 법정관리 가면 계열사 줄도산 가능성=채권단이 STX조선의 법정관리를 주저하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는 STX조선이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STX조선의 법정관리는 단순히 한 회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그나마 자율협약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STX중공업·STX포스텍 등 STX 계열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 STX 계열사 전체에 대한 채권단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고려하면 STX조선을 쉽게 버리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STX중공업의 경우 매출의 약 15%를 STX조선에 의존하고 있으며 STX포스텍은 매출의 사실상 100%를 다른 STX 계열사 등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줄줄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여기에 ㈜STX의 경우 STX조선에서 받아야 할 매출채권이 약 1,000억원인데 법정관리로 인해 이를 대손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사실상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이미 ㈜STX·STX중공업·STX포스텍·STX엔진 등 5곳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진행 중으로 충격에 대한 완충이 약한 상황에서 STX그룹 전체의 줄도산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채권단에 STX조선은 결코 버리기 쉽지 않은 카드"라고 말했다.



◇1조원대 RG콜·충당금 폭탄으로 금융사도 대형 '쇼크'=이와 더불어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단이 1조원 이상의 '선수금환급보증(RG)콜'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STX조선 법정관리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선박은 수주할 때 계약서에 조선사의 법정관리 시 RG에 대한 콜옵션을 명시한다.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채권단이 보증금을 현금으로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원칙적으로 선박의 완공률 등과 상관없이 건조되고 있는 모든 선박에 대한 보증금을 채권단이 선주 측에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STX조선의 법정관리가 현실화할 경우 채권은행이 겪어야 할 충당금 폭탄도 법정관리 카드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STX조선의 주요 채권은행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농협은행·우리은행 등이며 이 중 산은의 지원 규모만도 2조원에 달한다.

채권단에 따르면 현재 우리은행만 STX조선 대출금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해놓았을 뿐 산은·수은·농협은행은 이보다 충당금 전입액 비율이 낮은 요주의여신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STX조선에 7,000억원 넘게 지원한 농협은행의 경우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올해 당기순익에 심각한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충당금 여파로 일부 금융사 이익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까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STX조선의 법정관리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지원 규모를 다시 늘릴 명분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채권단의 고민이다. 대우조선에 대한 4조원대 지원이 이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거센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STX조선에까지 대규모 지원이 이뤄질 경우 금융당국의 기업 구조조정은 뜨거운 형평성 논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윤홍우·김보리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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