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7일간의 영업정지를 개시한 지난 1일 ‘뽐뿌’ 등 통신기기 관련 유명 온라인사이트 등에선 이처럼 외계어나 암호를 방불케 하는 네티즌들의 대화 글이 쏟아져 올라왔다. 풀어 보자면 “SK텔레콤에서 KT의 59요금제로 번호이동하는 조건으로 서울 신도림의 단말기 판매점으로부터 36만원의 현금(일종의 고객 리베이트인 ‘페이백’)을 받고 ‘갤럭시노트5’ 를 구입했습니다”라는 뜻이다. 곧이어 “좌표(매장 위치)가 어디냐”며 추종 구매를 문의하는 다른 네티즌들의 댓글 문의가 줄을 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대부분 SKT회원 등이 경쟁 이동통신사로 바꾸면서 대거 보조금을 지원 받아 정상가격보다 매우 싸게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등을 구입할 수 있다는 무용담과 문의 글들이다. 정부가 최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1년을 맞아 과도한 이통사들간 불법 출혈 보조금 경쟁 등이 사라지고 있다며 자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같은 진흙탕 싸움이 온라인 등을 통해 보다 교묘하고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2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개시된 직전 직후 이틀간 무려 3만5,000여명의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들이 번호이동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9월30일 2만5,415명, 10월1일 1만300여명이다. 더구나 2일에도 오후3시 현재 기준으로 “어제보다 번호이동 수요가 약간 더 늘어난 것 같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어서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으로 치면 4만명 이상이 기존에 가입했던 이통사에서 다른 이통사로 갈아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한 업체측은 “1일을 전후로 2만여명에서 1만여명으로 하루 번호이동자가 줄었으니 시장이 식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지만 경쟁사측은 “30일의 2만여명은 추석 연휴 동안 개통 못한 수요 등이 한꺼번에 몰려 착시가 생긴 것일뿐이며 이번 주말을 분수령으로 경쟁이 한층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하는 등 서로 격론을 벌였다. .
어찌됐든 문제는 과열 경쟁 논란의 와중에 이통사와 시중 단말기 판매점들간 단통법이 허용한 금액의 상한(최대 33만원)을 넘어서는 불법 보조금이나 고객 리베이트 살포 등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단말기 판매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는 번호를 이동해 정상가격 80만원대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6시리즈’ 단말기를 불과 21만원에 샀다거나 LG전자 휴대폰인 ‘G4’를 50만원 가까운 페이백을 받고 구매했다는 등의 소개글이 줄을 잇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5월 10명으로 구성된 ‘단말기유통조사단’을 꾸리는 등 시장감시 조직을 늘리며 수시로 현장에 나가 단속해왔지만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 영업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더구나 이들 온라인상의 불법 영업은 ‘공책5(갤럭시 노트5)’ ‘수육(갤럭시S6)’과 같은 은어들을 동원해 이뤄지는데다 해당 판촉이 갑자기 게릴라식으로 이뤄졌다 마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공공연히 온라인 사이트에 관련 글이 올라와도 불법영업이라고 증명해내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단통법도, 감독 당국도 속수무책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는데도 정작 감독 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다. 아직 우려할 만큼 시장의 혼란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신종철 방송통신위원회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일부 이통사가 불법 보조금이나 페이백을 활용했을 수는 있지만 이는 계속 벌어졌던 일이라 영업정지 때문이 아니다”며 “다음주까지도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상당수 판매점이 오프라인상에서는 법을 준수하는 것처럼 얌전히 영업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보조금 살포 판촉을 하는 ‘포커페이스’식 전술을 펴고 있어 감독 당국이 겉으로 보이는 현장단속만으로 시장 상황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민병권·조양준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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