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유가증권(코스피)에서 하루 동안 5,500억원가량을 팔아치우자 코스피지수가 힘없이 2,000선을 내줬다. 시장에서는 1일 실시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정기 지수 변경에서 미국에 상장된 중국 주식예탁증서(ADR)가 MSCI EM(신흥시장) 지수에 신규 편입됨으로써 전체적으로 중국 비중이 높아지고 한국의 비중이 낮아지게 됨에 따라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이 대거 국내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5,468억원으로 지난 8월26일(5,492억원 순매도) 이후 3개월여 만에 최대다. 외국인이 13일부터 30일까지 순매도한 코스피주식은 1조6,345억원이다. 이 같은 외국인의 매물폭탄에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2%(37.02포인트) 하락한 1,991.97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의 대량 매도는 12월1일부터 적용되는 MSCI 지수 변경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패시브(임의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않고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수동적인 투자방법) 펀드들이 새로운 MSCI 지수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MSCI는 1년에 네 차례(2·5·8·11월) 정기적으로 지수를 변경한다. 특히 이번 정기 변경일에서 알리바바나 바이두 등 미국에 상장한 18개 중국 기업이 MSCI EM 지수에 추가로 편입됐다. 중국 ADR의 지수 편입으로 MSCI EM 지수에서 차지하는 중국 주식의 비중은 기존 대비 2.1%포인트 늘어나는 반면 한국 주식의 비중은 0.4%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정기변경 전 기준으로 MSCI EM 지수에 포함된 주식 840개 가운데 중국 기업은 140개, 한국 기업이 100여개에 이른다. 김예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대량 매도는 MSCI 지수조정 이벤트"며 "당장 MSCI 지수를 참고지수(벤치마크)로 활용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중국 주식을 사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지수 변경에 따른 패시브 자금 이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날부터 바뀐 지수가 적용되기 때문에 지수 변경으로 인한 외국인의 매도세가 더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내준 만큼 오히려 가격 면에서 매력적인 구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김창영기자 kc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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