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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이슬라모포비아'

2001년 9·11 테러 후 충격에 휩싸인 미국은 다음 해 11월 동시 다발적 테러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조직을 구성한다. 무수한 사전(事前) 정보에도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반성 속에서 미국 의회 주도하에 총원 17만~18만명 규모의 거대 조직을 만드는데 이것이 국토안보부다. 그러나 국토안보부가 이후 실행한 전화나 컴퓨터의 도감청, 우편물 검열 등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특히 무슬림(이슬람 신자)에 대한 불법 검문과 사찰로 미국을 인권 후진국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로 반무슬림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종교와 인종·사상의 차이를 인정하는 톨레랑스(관용)의 나라인 프랑스 내무장관까지 "증오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슬람 근본주의 모스크는 즉각 폐쇄해야 한다"는 다소 극단적인 발언까지 하고 있다. 아직 톨레랑스를 지키자는 균형 잡힌 목소리가 크지만 시리아 난민 등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는 정치·사회적 반응들이 점차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슬람 세력과 유럽 기독교의 종교·정치적 충돌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공포심을 의미하는 '이슬라모포비아'라는 말이 나온 것은 20세기 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슬림 화가와 알제리 출신 작가가 프랑스에서 공동으로 집필한 이슬람 선지자 모하메드의 전기에서다. 그러나 그들은 이슬람 자유주의와 당시 태동하던 여권(女權) 운동의 관점에서 교조적 이슬람에 대한 공포를 의미하는 차원에서 이 말을 썼을 뿐이다.



이번 파리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는 IS 조직은 9·11 당시에는 알카에다의 한 지부에 불과한 소규모 세력이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인명을 무자비하게 살상함으로써 21세기의 열린 사회를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괴물'로 부상했으나 이슬람권 전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극소수 맹동 세력일 뿐이다. 이슬람 전체를 백안시해서는 오히려 또 다른 괴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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