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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Deal] KAI 새 주인 찾기 방정식 풀리나… 산은, 부분매각 검토

두산 지분 5% 처리·산은 11.65% 쪼개 팔면

산은, 2대 주주 유지하며 헐값 논란 피해 가

한화테크윈, 두산·산은 물량 모두 인수 땐

사실상 경영권 확보… 단숨에 최대주주 올라


국내 최대 방위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새 주인 찾기 방정식이 풀렸다. 주요 주주인 두산(디아이피홀딩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KAI 공동매각 기한이 끝나는 내년 보유지분(5%) 매각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도 전체 지분(27.65%) 중 일부를 먼저 파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산은이 실제 분할 매각에 나설 경우 헐값 매각에 따른 배임 논란을 피하고 방산업체의 특수성을 고려해 보유지분 26.75% 가운데 15% 정도를 남기고 나머지를 먼저 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현재 KAI의 주요주주 중 유일한 방산업체인 한화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10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산은·한화테크윈·현대차·디아이피홀딩스 등 KAI 대주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가 올해 말로 끝나는 공동매각 기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내년 초부터 KAI 지분에 대한 개별 매각이 본격화된다. 시장에서는 이들 주주 가운데 두산과 산은의 보유 물량이 가장 먼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두산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인 디아이피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5%를 잠재 인수 후보자에게 매각하거나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으로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한화는 방산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현대차는 지분 매각이 급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보유한 지분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낮다"면서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두산은 공동매각기한이 풀리면 바로 매각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두산이 보유한 KAI 지분가치는 약 3,700억원이다.

최대 주주인 산은은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분을 쪼개 파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산은은 인수합병(M&A) 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보유 지분(26.75%)을 한꺼번에 내놓을 경우 이를 인수할 만한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이다. 이날 종가 기준 KAI의 시가총액은 7조4,568억원으로 산은의 보유 지분 가치는 1조9,947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증권가에서는 주로 방위사업청 수주에만 의존하고 있는 KAI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감안할 때 7만원대인 현재 주가는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은 입장에서는 인수 희망자가 나오더라도 협상 주도권을 쥐기가 쉽지 않은 구조로 이는 헐값 매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산은 안팎에서는 전체 지분 중 15%를 남겨 놓고 11.65%를 먼저 파는 방안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산은은 KAI의 2대 주주로 내려가고 두산과 산은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는 기업이 최대주주가 된다. 산은은 전체 지분을 팔 때와 비교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되면 KAI 몸값이 약 2조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인수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산은 입장에서도 금융당국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 정리 방침에 따르면서도 방산업체의 특수성을 감안해 2대 주주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 이 같은 매각 모델은 지난 2012년 정책금융공사가 KAI 지분 매각에 나설 때 썼던 방식이다.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내년부터 개별 매각에 나서야 하는 산은이 고평가돼 있는 KAI의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을 것"이라며 "KAI 지분 분할 매각은 산은의 이해관계와 시장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두산과 산은이 잇따라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유력한 인수후보로는 한화테크윈이 거론된다. KAI 2대주주(10.0%)인 한화테크윈이 두산(5%)과 산은 보유 물량(11.65%)을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실제 전날 한화테크윈은 한화종합화학지분 전량(23.38%)을 한화종합화학에 4,418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확보한 자금을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사업과 차입금 상환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KAI 지분 매입을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재무구조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한화종합화학이 올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 추진이 재무안정 이외에 KAI 지분 매입 등 다른 목적을 가진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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