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저평가된 기업이 아니라 역량 있는 경영진,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 꾸준한 이익성장 등을 갖춘 기업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업에 대한 투자가 장수펀드의 비결입니다."
박용명(사진) 한화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팀제 운용을 통한 상향식(Bottom-Up) 리서치로 기업 정보를 얻고 창의적인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한 것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핵심 노하우"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과거에는 '중후장대(정유, 조선, 기계 등 대규모 장치 산업을 지칭)'와 같은 뚜렷한 투자 패턴이 있었지만 갈수록 산업이 분산되고 기업 성장이 둔화되면서 최고투자책임자(CIO)나 펀드매니저 한 명이 끌고 가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팀원 각자가 매긴 기업 가치를 두고 치열한 토론을 거친 뒤 모델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로 증권업계에 입문한 박 본부장은 유리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을 거쳐 지난 2008년 한화자산운용에 합류했다. 현재 한화자산운용의 대표펀드인 '한화코리아레전드펀드'를 비롯한 국내외 액티브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주식 총괄 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화코리아레전드펀드는 1999년 설정된 국내 대표적인 장수펀드로 C클래스 기준 올해 수익률은 10.49%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3.01%)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11.24%, 3년 수익률도 15.04%를 기록하고 있다. 전신인 '바이코리아'가 2011년 한화자산운용으로 편입된 후 부진한 수익률을 회복하고 최근 박스권 장세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박 본부장은 성장주나 가치주, 대형주 등 특정 스타일에 연연하지 않고 종목을 선택한 것이 펀드 수익률 회복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주로 대형성장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지만 펀드매니저들이 자신 있는 종목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비중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주식 쪽 팀원 12명에는 16~20년차 시니어 매니저와 '용 과장'이라 불리는 30대 매니저가 골고루 섞여 있다"며 "각자 기업 탐방 후 모여 3대 운용 철학을 바탕으로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고 말했다.
올해 한화코리아레전드펀드는 소비재와 의료 관련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면서 좋은 수익률을 거뒀다. 그렇다면 내년 증시에서는 어떤 업종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할까? 박 본부장은 "중국 소비주와 배당주의 긍정적인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며 "에너지 시장 변화에 따라 관련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 본부장은 최근 태양광, 2차 전지, 전기차 등 기존 에너지 시장을 대체할 만한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전기차 한 대당 배터리 값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과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에너지 신시장 관련 파생 기업들이 더욱 뜰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LG화학과 삼성SDI 등 관련 대형주는 물론 배터리 핵심 원료를 만드는 중소형주들도 투자해 볼 만 하다고 전했다.
박 본부장은 최근 미국 금리 인상을 비롯해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변수가 많지만 증시를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둔화된 성장에 따라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작업은 필요하지만 주식 투자 자체를 회피 해서는 안된다"며 "올해도 코스피가 작년 말 대비 4%가량 올랐고 연말 배당 수익까지 합치면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이어 "출렁이는 시장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주식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박민주기자 parkm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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