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월드타워 세계1위 육성' 카드로 독과점 논란 불식
SK, 워커힐 접근성 미흡… '동부권 관광벨트' 앞세워 극복
두산, 동대문 르네상스 약속해 운영 경험·실탄 부족 보완
신세계 "도심 관광 강화하자"… 도심 중복 투자 지적 반박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 오너의 자존심이 걸린 서울 시내면세점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3일부터 1박 2일간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진행되는 특허 심사에서 기업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25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5분간의 프리젠테이션과 20분간의 질의응답에 향후 5년간 수조원대 사업의 향배가 달린 셈이다. 이를위해 업체마다 약점을 보완해 오히려 강점으로 재무장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결국 이번 2차 면세점 대전은 아킬레스건을 잘 덮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독점 논란 롯데, 랜드마크 '월드타워'로 불식=롯데면세점의 아킬레스건은 오너가의 경영권 다툼에 따른 이미지 하락과 35년간 이어온 독과점 논란이다. 그 전만해도 세계 면세업계 3위의 운영 능력을 앞세워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수성에 이견이 없었지만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대적으로 매출(2,500억원)이 적은 월드타워점 수성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형성된 상태다. 이에대해 롯데측은 월드타워점을 소공점 매출을 능가하는 동북아 랜드마크로 키워 10년 내 세계 1위 매장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월드타워점을 강남권 최대의 관광 허브로 구축, 유커의 재방문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청사진을 내놓은 것. 특히 글로벌 면세업계가 대형화되는 추세여서 한국을 대표하는 경쟁력 있는 면세점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도 롯데 측에 힘을 실어준다.
◇SK네트웍스, 동부권 관광벨트로 경제유발 효과 극대화=면세점 후보지인 동대문 케레스타는 경쟁업체 두산의 안마당인데다 지난 6월 1차 입찰전 때 실패한 카드다. 플레이어들 중 유일한 임차 건물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됐지만 SK측은 "30년 장기계약하고 특허받는 즉시 입주 가능하다"며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23년 경력의 워커힐면세점 운영 경험 및 차별화된 유커 마케팅과 함께 세계적 관광지로 잠재력이 풍부한 '동대문'을 앞세워 광장동에 이어 강원도 평창까지 이어지는 '동부권 관광벨트'로 경제유발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반면 매출이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반토막도 안되는 2,700억원에 불과한데다 접근성이 타 후보지에 비해 떨어지는 워커힐점은 위태로운 모습이다. 이에대해 SK는 지난해부터 800억원을 들여 면적을 2.5배로 키우고 프리미엄 면세점으로서 진용을 갖췄다고 자신한다.
◇'동대문을 가장 잘 아는 기업' 두산=최대 약점은 면세점 운영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두산은 두산타워를 운영하고 과거 소비재 사업의 경험을 강조하지만 면세사업은 일반 유통과는 다르다는 게 유통가의 중론이다. 또 주력기업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이 올 상반기 수천억 원대의 영업 적자여서 실탄이 부족하다는 인식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하지만 면세점 후보지로 매력적인 동대문을 가장 잘 아는 기업으로 꼽히는데다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하며 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 상생모델을 제시하는 등 '동대문 르네상스'를 기약하는 부분은 상당한 강점이다. 더욱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재단 출범을 위해 사재 100억원을 출연하는 열의를 보이는 등 적극적인 오너의 행보는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신세계, '도심재생 면세점'으로 '도심 포화 논란' 정면 승부=면세점 입지를 1차 때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이 아닌 신관으로 바꿔 매장 규모를 2배로 늘리고 보세운영관리 등 약점을 보완했다. 도심 중복 투자 논란에 대해서도 15가지 도심 관광 진흥 프로그램을 통한 '도심 관광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며 정면 반박한다. 뉴욕 맨해튼, 런던 옥스퍼드, 도쿄 긴자, 홍콩 침사추이처럼 신세계면세점 중심으로 서울 도심을 관광특구로 만들면 외국인 관광객을 더 불러오고 중국인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신세계면세점을 중심으로 한국의 역사가 깃든 5대 고궁과 박물관, 전통시장과 명동, 인사동, 삼청동, 백화점, 숙박시설, 오락, 카지노, 한류콘서트 등 관광객을 유혹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만큼 지금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도심에서 추가로 탄생할 적기라는 주장이다.
/심희정기자 yvett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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