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의 인수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은행과 증권사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KB금융은 KDB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금융투자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수전에 뛰어든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업계에서는 그동안 대형 증권사를 인수한 은행지주가 증권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이 없다며 오히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들과 견줄 만한 메가톤급 증권사를 탄생시키는 것이 자본시장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우증권 매각 주간을 맡고 있는 삼일회계법인과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에 비밀유지확약서(CA)를 제출하고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곳은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해 네 곳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푸르덴셜증권(현 한화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사 인수전마다 고배를 마셨던 KB금융은 반드시 대우증권을 인수해 비은행 계열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KB금융의 인수 의지는 신한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 성장에 따른 부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신한지주의 3·4분기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익 기여도는 전년 동기 36.5%에서 40.9%까지 상승한 반면 KB금융은 KB손보의 인수로 비은행 계열 기여도가 4%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33%에 불과했다. 자산 규모 35조원인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국내 일약 1위 증권사를 거느린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도 증권·은행 인력을 골고루 배치했다. 적정 인수가와 자금조달 방안, 예상 리스크를 은행과 증권 입장에서 각기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창권 KB금융지주 전략부장은 "단순히 비은행 계열의 수익 비중을 늘린다는 목적보다는 은행과 증권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보다 높은 수준의 인수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 도전장을 내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는 글로벌 IB들과의 경쟁을 위해서 초대형 증권사의 탄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한 고위관계자는 "가장 막강한 경쟁자는 역시 KB"라면서 "하지만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 우산에 가려진 증권사가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도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를 도입해 증권사를 편입시켰지만 금융투자업 발전에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증권사들의 경우 얻는 것 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딜에 정통한 IB업계의 한 관계자도 "대형 증권사 매물이 나올 때마다 자금력이 충분한 금융지주가 원매자로 꼽혀왔다"며 "금융당국이나 파는 입장에서도 탄탄한 전략적 투자자인 금융지주에 매각하는 편이 부담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나치게 금융지주사에 대형 증권사를 몰아줬지만 경쟁력을 키웠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은행 중심의 지주회사 시스템에서 증권 부문은 자연스럽게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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