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차의 고향에서 열린 차(茶)박람회 풍경
먼저 현장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차를 매개로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자들이 만나는 교역의 자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 여러 곳에서 차(茶)박람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지난 11월 5일부터 8일까지,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국제차문화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우리나라 차계를 대표하는 보성군과 광주시가 함께 주최한 행사였고, 올해로 8회째였죠.
광주 전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성 지역의 차문화 영향이 강한 편입니다. 보성 지역 차원(茶園)에서 생산되는 차는 대개 녹차류 위주인데요, 보성 지역은 2007년부터 보성녹차산업특구를 조성 운영하고 있죠. 전국 녹차 재배면적의 36%를 차지하고, 녹차 생산량의 42%를 점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당연히 광주와 전남 지역 소비자들의 음차 취향은 녹차문화권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박람회 행사장을 찾을 정도의 소비자는 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 편입니다. 대개는 커피나 탄산음료가 몸에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몸을 생각해서 차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죠. 여기에 어떤 차를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와 관련해서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번 광주 행사장의 경우에는 녹차에 대한 의견도 많았습니다. 녹차를 많이 마시면 몸이 냉해진다는 것과 속이 쓰리다는 경우가 그것인데요.
차를 커피처럼 쉽게 마실 수 없을까? 그리고 녹차는 왜 많이 마시면 속이 부담스럽게 되는 걸까? 이 두 가지! 차를 생활 속에서 어떻게 쉽게 즐길 수 있고, 녹차를 녹차답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번 박람회 장에서 제기된 국내 차문화에 대한 숙제라면 이 두 가지였습니다. 물론 이 숙제는 국내 차 시장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오래 전부터 있었던 숙제이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 차 소비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차에 대한 지평이 넓어진 셈인데요.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이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들은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차들이 선보였습니다. 세계 각 지역의 차 소비 흐름을 알아보고 보성지역 차 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했던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였던 셈이죠. 국내 차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차를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에서 출발할 것입니다. 어떻게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차다운 차를 차 산업의 중심으로 세울까? 이것이 생산과 유통 쪽의 과제이겠지요.
# 녹차의 효과와 주의에 대한 교과서적인 내용
차의 종류가 아무리 많다 해도 그 갈래는 두 가지입니다. 다시 반복하는 이야기인데요, 미생물을 이용한 숙성 발효차와 찻잎의 산화(酸化) 정도를 기준으로 한 산화 발효차가 그것입니다. 산화 발효차는 초기에 약(弱)발효 중심이었죠. 그러다가 중(中)과 강(强)으로 산화 정도를 조절한 우롱차와 홍차로 발전합니다. 중국 중원의 차 역사는 산화 발효에 따른 차가 중심이었죠. 이 차는 다시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되기도 했습니다.
산화 발효를 기준으로 차를 분류하는 방식은 약(弱)에서 강(强)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분류해서 녹차, 청차, 황차, 백차, 홍차라고 하지만, 지금도 차를 분류하는 표준이 하나로 통일돼 있는건 아닙니다. 육대차류(六大茶類)라고 부르는 것도 제차 방법을 기준으로 최근 중국에서 정리한 것이죠. 이렇게 정리되면서 차가 지닌 성분과 효능도 또한 정리되었고, 현재 대부분의 차 교재는 이 제차 과정을 기준으로 차를 분류하고, 차의 특성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녹차의 화학 성분을 보면, 다른 차에 비해 탁월한 점이 있습니다. 폴리페놀이 20% 정도나 되어 여타 종류의 차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항균과 항바이러스 효과가 뛰어나고, 식중독 치료에도 좋고, 비브리오콜레라에 대한 효과도 뛰어난 편입니다. 슈퍼박테리아 억제 능력도 항생제에 비해 그 효과가 3배나 높다는 연구도 있죠. WHO에서 사스 예방 10대 식품 가운데 하나로 녹차를 추천하기도 했고요. 녹차에 함유된 폴리페놀은 항암작용에도 효과가 있고, 노년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녹차는 효과에 비례해서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위염 증상이 있거나, 간이 좋지 않거나, 결핍성 빈혈일 경우 녹차를 삼가야 한다는 게 있습니다. 이외에도 갑상선항진증이나 비뇨계통 결석일 경우에도 녹차를 피하라고 합니다. 특히 소화기 계통에 궤양이 있을 때는 반드시 피해야 하겠죠. 이렇게 녹차는 효과가 뛰어난 측면이 있고, 더불어 주의해야 할 측면도 있습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녹차의 효과와 주의사항 내용에 이미 소비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답이 있습니다. 녹차류는 산화 발효차 가운데 가장 원시적인 차였고, 인체에 차가 필요한 이유에 가장 근접한 차였다는 것, 소화와 해독이라는 역할에 녹차는 탁월한 효과가 있었던 것입니다. 찻잎이 지닌 엽록소 등 활성적인 요소들을 최소한으로 제거하려는 것이 녹차의 제차 방법 상의 특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조금은 찬 성질이 있고, 활성 가능한 산화효소가 90% 정도는 여전히 남아 있어, 인체에 들어오면 언제든지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거죠. 이것이 녹차의 성질이 되고, 녹차는 우리 몸에 들어와 ‘상하 운동성’이라는 기본 성질을 나타내게 됩니다.
# 녹차의 성질을 이해하고 마신다면
우리 몸에 녹차가 좋다는 것, 항균과 소염 그리고 항암과 같은 약성 효과로만 녹차를 만나면 결과적으로 녹차와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차들도 마찬가지이죠. 차는 보조제라고 했습니다. 우리 몸이 전제가 되고, 우리 몸에 들어오는 음식 내용물이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몸이라고 할 때 그 나이가 있고, 나이라 해도 육체와 마음의 성숙도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가 아니라, 내 나이에 어울리는 음식과 운동이 있습니다. 나이라는 시간과 함께 몸의 건(健)과 강(康)이라는 공간적인 상태도 고려해야겠죠. 그럴 때 교과서 내용은 생활에서 유용한 정보로 쓰일 것입니다.
녹차가 하는 상하 운동성이란 인체 안에서 작용이고, 우리 몸에서 올림과 내림의 작용인데요. 이는 우리 몸의 운행과도 관계가 있고, 우리 몸에 들어오는 음식물들의 소화 작용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십이경락이라는 흐름이 아니라도, 우리 몸은 배와 머리로 상하를 이루고 있죠. 배와 머리는 형태로도 꼿꼿하게 세워져야 하지만, 내부 흐름에서도 상하는 적정한 긴장감으로 잘 이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녹차는 상하의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나름 보조적인 작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상하의 긴장감이 무너지는 나이가 대개 갱년기인데, 이 시기에 녹차는 좋은(?) 차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가능합니다.
우리 몸을 유지하는 기본 중의 기본은 음식이고, 음식이 내 안에 들어와 소화되는 과정이 중요하고, 소화된 후의 에너지가 내려갈 것과 올라갈 것으로 잘 정리되는 것도 중요하겠죠. 여기서도 녹차의 작용이 있습니다. 잇몸을 튼튼히 하거나, 음식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위장을 적정하게 긴장시켜 주는 개위차(開胃茶, 위를 열어주는 차)로서 적정하다는 겁니다. 녹차는 우리가 음식을 받아들이는 초기 단계의 작용, 씹는 작용을 하는 이빨을 튼튼히 하고 침샘의 작용을 도와주고, 위를 적정하게 활성화시키기도 합니다. 이것이 한 끼 식사 시간에 그치지 않고, 하루가 되고, 한해가 되면 내 몸의 항상성은 그렇게 잘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녹차도 하나의 녹차만 있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녹차도 초기에 약(弱) 발효 상태로 제작된 후 그 성질 그대로 유지되는 건 아닙니다. 때가 되면 녹차도 변해갑니다. 일부 녹차는 산화 상태가 변하는 걸 다시 가공해서 녹차와 홍차와 흑차의 성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노(老) 녹차를 만들기도 합니다. 요컨대 생산자 입장에서 녹차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녹차의 성질을 생각하고 신체 나이와 몸 상태를 고려해 적정한 양을 적정한 시간에 마시는게 소비자 입장에서 지혜로운 차 생활이 될 것입니다. 차와 건강에서 언제나 모호한 것이 차의 역할입니다. 차는 약이 아니면서 약의 작용을 하고, 밥이 아니면서 밥의 작용을 한다는 건데요. 차와 밥과 약 사이에는 서로 다른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음식을 포함해 여러 생활 패턴이 잘못된 편향에 빠지면 질병이 되고, 이 질병을 바로 잡으려는 특별한 물건이 약이 됩니다. 그렇게 보면 약은 우리의 과거를 치료하는 물건이 됩니다. 이에 반해 차는, 우리 몸이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에너지를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물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들어오는 음식과 동행하고, 음식과 몸이 만난 후에 남을 것과 나갈 것을 정리하는 작업에 잘 복무하기 때문입니다. 치료보다는 예방이고, 과거보다는 미래라고 할까요!
차 이야기는 그 바탕에 이렇게 대부분 음식이 있습니다. 차와 음식이 어울려 우리 몸의 운행을 좌우하는 게 기본 공식처럼 돼 있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차와 음식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 합니다.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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