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통과로 연내 발효에 따른 관세인하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양국은 원래 매년 한 차례(1월1일) 관세인하를 하도록 합의했다. 다만 올해 말이라도 발효되면 발효 시점에 맞춰 관세를 즉시 내릴 수 있게끔 했다. 그런데 비준이 늦어져 만약 내년에 FTA가 발효되면 발효 원년이라도 추가 관세인하가 불가능하다. 정부와 여당이 그토록 연내 FTA 발효를 부르짖은 이유다.
이에 따라 이번 FTA 국회 통과로 연말쯤 FTA 발효가 현실이 되면 발효일 1차 관세인하가 단행되고 해가 바뀌어 내년 1월1일에는 2차 관세인하 혜택이 생긴다. 며칠 새 두 차례나 관세인하가 이뤄져 우리 기업의 대(對)중국 수출 경쟁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책변화와 맞물리며 앞으로 급성장이 기대되는 중국 소비재 시장 공략에도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한중 FTA가 패션·화장품·식품 등 소비재의 관세인하로 이어져 급격히 커지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을 뚫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1,258개 품목 발효 즉시 관세철폐…1년차 무역규모 27억달러 증가=중국은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반대로 한국도 중국 수입시장에서 10.7%(2015년 상반기 기준)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FTA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중 양국이 FTA를 통해 20년 내 관세철폐를 하기로 한 범위는 품목 수 기준으로 중국 91%, 한국 92%다. 한중 FTA로 관세철폐가 모두 이뤄질 경우 연간 관세절감액이 54억4,000만달러(약 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는 한미 FTA의 5.8배, 한·유럽연합(EU) FTA의 3.9배 수준으로 규모도 규모거니와 한중 FTA로 글로벌 3대 경제권과 FTA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정부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1년차에 수출이 13억5,000만달러, 수입은 13억4,000만달러 등 무역규모가 총 27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발효 즉시 중국에 수출하는 733억달러 규모의 우리 제품에 붙는 관세가 사라진다. 품목 수로는 스위치 부품, 고주파 의료기기, 폴리우레탄 등 1,258개에 달한다. 또 농기계와 지게차를 비롯해 유선통신기기 부품 등은 5년 내에, 전기밥솥·진공청소기·세탁기·냉장고·비누 등은 10년 내 관세가 철폐돼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도 갈수록 높아진다. 48시간으로 통관절차가 간소화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우유 등 신선식품이 중국 내륙 지방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개성공단 제품도 국내산으로 인정돼 대중수출이 크게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비관세 장벽도 완화…노동 집약적 내수 중기 등은 타격 불가피=FTA가 발효되면 양국 간 비관세 조치 협의기구가 설치되고 분쟁해결 절차도 더 빨라진다. 통관절차 분야에서는 700달러 이하 물품의 경우 원산지 증명서가 면제되는 등 서류 간소화도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분야도 개방 효과가 기대된다. 건축·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한 면허 등급 판정 시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의 실적도 인정되며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내 건설회사 설립 시 외국자본 비율과 관계없이 중·외 합작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다만 쌀·쇠고기·고추·마늘 등 주요 농산물이 빠졌음에도 70%(품목 수 기준)가 개방된 농수산물에서는 일부 피해가 불가피하다. 수건·양말 등 내수 중소기업의 타격도 우려된다. 중저가 제품 유입으로 경영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종=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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