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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심사총평, 변용심사위원장

전환기 맞아 설계 다변화… 작품 수준 높아져

변용_심사위원장

이제는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 분야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고 믿는 것 같다. 건축 분야도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고 믿고들 있는 것 같다. 경제적 후진성으로 창의적 건축 활동이 불가능한 빈곤의 시대의 건축 담론은 대게 새 건축 재료와 공법, 조형의 창의성과 전통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환기를 맞이해 새로운 건축이론과 기술, 건축용도의 다양화와 대형화로 설계 영역에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기간 기업의 지방 분산화와 새 행정수도 건설로 이름 있는 건물들이 많이 완공됐다. 대량으로 공동주택이 생산되며 주거 패턴이 변화하고 상업건물, 종교시설, 업그레이드된 공장시설 등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괄목할만한 증가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같은 조건, 같은 테마라면 구체적이고 객관성 있는 평가 기준을 만들 수 있겠으나 평가 기준이 같을 수 없는 다양한 기능과 용도, 대형화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같은 잣대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절대적 평가보다는 상대적 평가로 수상작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위임된 심사위원들 각자의 평가 기준은 건축에 내재 되어야 할 보편적 건축 가치관들이었다. 이 행사는 우리 건축 고유문화 창달에 대한 노력과 인간 중시의 환경 구현, 후진 발굴과 창작의욕 고취가 목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많은 포트폴리오를 짧은 시간에 분별하는 변별력 있는 건축 지식과 많은 실무 경험이 있는 분들이 있었다.

현장을 답사하면서 장소와 시간을 정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었으며 무언의 합일점들이 서로 인지되어 상대적 평가를 내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주변 환경과의 관계, 미의 완전성과 시공의 완성도, 건축주의 요구대로 용도와 기능을 잘 조정·해결했는지, 새로 조성된 환경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대화들이 있었다.

결국 각 작품 안에서 과거의 경험과 축적된 지식으로 현재의 요구들을 지속적이고 미래지향적 건축 환경을 만드는데 얼마나 창의적 능력이 발휘되었는지가 평가 기준이 되었다고 본다.



눈여겨본 작품은 서울 강남지구 공동주택이었다. 어려운 대지 조건과 많은 주거를 수용해야 하는 주제를 해결한 새로운 공동주택의 모범을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일률적이고 고답적인 공동주택 설계 요구에도 설계자의 조정 능력과 건축적 재능이 보였으며 건물과 땅이 만나는 세세한 부분을 걷어내고 붙이고 뚫어 변화 있는 주거 환경을 꾸민 건축가의 열심과 능력을 볼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작품은 서울대 도서관 증축이었다. 한정된 부지 조건과 해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여건에서 시종일관 건축 설계자의 의지로 조정해가면서 장대한 도서관을 해결했다는 데 관심이 높았다. 기존 건물들을 그냥 두면서 적합한 용도의 공간을 연출했다는 창의적 노력이 평가를 받았다. 일반적이 아닌 구조와 기존 건물들을 거의 훼손하지 않고 새로운 장소들을 만들어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설계자의 의무는 인간 환경을 재창조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이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전문인으로서 지적 수행능력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직업윤리 의식이 있어야 한다. 또 공공에 대한 책임감과 최고의 예술성, 과학적 합리성으로 창조적 문화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누구를 위해 집을 짓는가, 그 안에 무엇을 내포시켜야 하는가가 건축의 중요 내용일 것이다. 건물을 기획하고 계획하고 구상하는 동인과 지향성이 뚜렷한지, 이 뜻을 구현할 건축적 지식과 창의적 재능이 있는 자가 참여했는지, 또 어떻게 완성도 있는 시공이 이뤄졌는지가 평가됐다.

건축물의 존재(Being)는 그 존재에 내포된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모든 것이 실체며 현실태다. 용도와 기능을 해결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논리가 있어야 하며 실증되거나 경험적이 아닌 것들이라도 내재된 정신들을 가시적으로 드러내 그 내용이 사용자에게 전이돼 새로운 감동을 줄 수 있는 창조성으로 건물을 나타내야 된다고 본다. 개체로서의 완전함(wholeness)과 온전성(integrity)으로 주위와 좋은 연대를 이루어 전체성(conviviality)을 드러내는 것으로 건축문화 수준이 형성되는 것이다.

추천되지 않아 심사 대상이 되지 않은 많은 준공된 좋은 건축물이 있는 줄 안다. 또 많은 새로운 건축가들이 발굴돼 이 행사가 이 시대 한국 건축을 종합하고 대표하는 권위 있는 제도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귀한 작품을 심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무더위에 성실히 심사를 한 심사위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수상을 하지 못한 응모자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며 이들 한 분 한 분 모두 한국 건축계를 대표하며 이들에게 미래가 있는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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