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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착시효과… 제조업 부실 가린다

유화 이익률 3배 늘었다지만 낮은 원가 상품가에 반영안돼



"유가가 빠지면서 경기가 살아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근데 지나고 나니 법인 세수가 늘어난 것 말고는 딱히 좋은 게 없습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

1980년대 후반 3저(低) 호황을 이끌었던 저유가가 최근에는 되레 제조업의 부실을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 과잉공급 산업인 석유·화학 업종은 저유가를 등에 업고 지난 2·4분기 영업이익률을 세 배나 올렸다.

23일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4분기 석유·화학 업종의 영업이익률은 8.74%로 전 분기(2.59%) 대비 6.15%포인트가 올랐다.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9%로 1·4분기(-20.7%)에 이어 큰 폭은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성적표다. 늘어난 영업이익으로 359.7%였던 이자보상비율도 1,066.7%까지 치솟았다.

착시 현상의 원인은 유가하락에 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저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낮아진 원가를 기업이 상품가격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영업이익률이 좋아진 것"이라며 "정유와 전기 업종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실제로 원유 등 광산품의 3·4분기 수입물가는 66.81로 지난해 3·4분기(108.5)에 비해 38.5%가 하락했다. 반면 휘발유 등 석유 정제품을 제외한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자물가는 같은 기간 11.1% 감소하는 데 그쳤다. 석유화학 제품의 원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5%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원가 대비 상품가격의 하락은 그만큼 미미했다.

이는 철강과 전기·가스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금속 제품 제조업은 2·4분기 매출액 증가율이 6.6% 감소했음에도 영업이익률은 6.7%로, 이자보상비율은 503%로 나아졌다. 전기·가스업도 영업이익률이 0.5%에서 9.35%로, 이자보상비율은 16.8%에서 323.2%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저유가로 인해 일시적으로 좋아진 영업이익률이 되레 제조업의 부실을 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저유가로 인해 경제 전체의 이익 중에서 상당 부분이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하는 데 들어갔다. 유가하락이라는 변수를 걷어낸다면 그만큼 제조업의 경영지표가 오히려 나빠진 셈"이라며 "다소 나아진 수익성에 안도하고 있다가 유가가 오르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제조업 전반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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