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현재 최고 속도 그래픽카드용 메모리보다 7배 더 빠른 차세대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첫 고객사는 엔비디아 등 세계적 그래픽카드 기업이다. 그래픽카드는 컴퓨터로 고화질 영상이나 게임을 즐기기 위한 필수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0나노 공정을 적용한 4GB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의 양산을 시작했다고 19일 밝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객사는 세계적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엔비디아 등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외에 AMD 같은 업체들도 앞다퉈 HBM D램 수요를 늘리고 있어 삼성전자의 공급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측은 "고객사에 관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에 삼성이 양산을 발표한 HBM D램은 국제반도체공학표준협의기구(JEDEC)가 정한 차세대 그래픽카드용 D램 규격이다. PC나 게임기에 쓰이는 그래픽카드는 물론 슈퍼컴퓨터나 기업용 데이터서버처럼 고성능 메모리가 필요한 곳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D램의 기존 규격은 크게 PC에 쓰이는 DDR, 모바일기기에 주로 탑재되는 LPDDR와 그래픽 카드에 사용하는 GDDR로 나뉘며 GDDR5가 최신이다.
삼성전자는 가장 앞선 미세화 기술인 20나노 공정에 더해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GDDR5보다 동작 속도가 7배 이상 빠른 HBM D램을 양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TSV는 종이 두께보다 얇은 반도체를 쌓아올린 후 위아래를 관통하는 구멍을 수천 개 뚫어 전류를 통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번 2세대 HBM 칩은 약 5,000개의 구멍을 뚫었다고 한다. 대량의 데이터가 빠르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일종의 터널을 놓은 셈이다.
TSV 기술을 적용하면 데이터 처리속도가 빨라져 전력소모도 줄어들 뿐 아니라 같은 크기에 보다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넣을 수 있는 칩을 만들 수 있다. HBM2 D램은 그래픽카드에 탑재될 경우 평면상에 D램을 배열해야 하는 GDDR5에 비해 D램이 차지하는 실장면적을 95% 이상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칩의 속도가 빨라지고 용량이 커질수록 초고화질 영상을 끊김 없이 부드럽게 재생할 수 있다.
이번에 삼성이 양산하는 4GB HBM2 D램은 초당 256GB의 데이터를 전송한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용량을 2배 올린 '8GB HBM2 D램'도 양산해 차세대 그래픽 메모리 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SK하이닉스도 HBM D램을 생산하고 있어 차세대 그래픽 메모리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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