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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마지막 낙관론자


2016년 새해, 지난해까지 그럴듯한 환상에 가려졌던 문제들이 본모습을 드러내면서 세계는 이제야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는 독일의 난민 문제다. 지난해 유럽으로 구름처럼 몰려드는 난민의 행렬에 국경을 활짝 열고 따뜻하게 맞은 독일의 '환영문화(Willkommenskultur)'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독일의 난민 포용은 배타주의와 갈등이 만연한 시대에도 관용 정신과 인도주의가 살아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정치적인 계산이었든 경제적인 이유였든 난민들을 품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엄마(Mutti)' 리더십으로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미담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31일 새해 전야 축제가 벌어진 고도(古都) 쾰른에서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초유의 집단 성폭력과 강도 행각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해 벽두부터 독일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지난 17일까지 접수된 관련 피해는 무려 600건, 그중 40%는 성적인 범죄였다. 한 해에만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인 메르켈 총리를 기다린 것은 관용주의라는 이상에 가려졌던 질서 파괴와 사회 불안, 그리고 최악으로 곤두박질친 지지율이다.

냉혹한 현실 앞에 메르켈 총리는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알제리와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출신의 난민 범죄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벌이고 난민 유입도 대폭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옳고 그름이나 효과를 떠나 사태의 심각함을 인식한 정치인이자 국민의 불안을 잠재워야 할 국가 지도자로 취해야 할 현실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현실은 막연한 낙관론에 젖어 있던 세계 경제에도 들이닥쳤다. 지난 수년 동안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고는 무수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중국발 리스크에 대한 경고는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언급한 '신창타이'라는 말에 담긴 안정적인 중고속 성장과 중국 경제의 구조개혁이라는 긍정적인 의미에 희석됐던 것이 사실이다.



새해 첫 3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막연하게만 예상했던 중국의 성장 둔화의 민낯을 직면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위안화 절하와 세계 금융 시장의 충격, 허술한 민낯을 드러낸 중국 당국의 시장 통제력, 곤두박질치는 원자재 가격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중국 리크스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한다.

심각한 경제 현실 앞에 우리의 대응은 어떤가. 대중 수출 의존도가 25%를 넘는데도 한국의 경제 수장은 여전히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안정적이며 성장 속도의 둔화가 "한국 경제에 심각한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장담하고 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을 상시 모니터링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라"는 틀에 박힌 지시도 이어졌다. 갈수록 긴박해지는 현실 앞에 우리만 아직도 낙관적인 환상에 젖어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불안해진다.

신경립 국제부 차장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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