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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비롯해 각국에 겨울한파가 몰아닥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극 소용돌이)'를 지목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주변에 갇혀 있던 차가운 공기덩어리인 폴라 보텍스가 아시아 지역과 북미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이례적인 한파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이전까지 북극의 찬 공기는 중위도 지방에 위치해 극지방을 둘러싸고 서에서 동으로 부는 강력한 바람대인 제트기류에 의해 저위도 지방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묶여 있었다. 하지만 폴라 보텍스라는 이름마저 생소한 북극의 찬 공기가 지구온난화로 제트기류를 뚫고 내려오게 됐다는 것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온난화 현상으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 상층의 기온이 상승했고 때맞춰 지난해 전세계를 강타한 엘니뇨의 기세가 약해진 것이 제트기류가 발생하는 원동력인 극지방과 저위도 지방의 기온차 감소를 불러왔다는 진단이다.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겨울이 추웠던 것은 북극의 빙하가 많이 녹으면서 찬 기운이 내려왔기 때문"이라며 "반면 2013년과 2014년은 북극 빙하가 별로 녹지 않고 극지방과 저위도 지방의 기온차가 커 제트기류에 의해 찬 기운이 내려오는 것이 봉쇄되면서 겨울이 따뜻했다"고 설명했다.
반 센터장은 "지난해 여름 북극 빙하가 많이 녹아 상대적으로 북극의 온도가 높아져 올 겨울 한파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며 "1월이 계절적으로 가장 추운 달인데다 엘니뇨도 약화돼 한파의 강도를 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지구를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의 약화는 한반도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일본 등 지구촌 전체에 기상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일원에는 1922년 이후 최대인 60㎝에 달하는 눈이 왔으며 뉴욕을 포함해 미국 동부 11개 주에는 비상 사태가 선포됐다.
중국 상하이는 35년 만의 한파를 기록했고 중동부 지역은 예년보다 평균 6∼10도 낮은 온도를 기록하는 등 중국 전역이 냉동고로 변했다. 서남부 충칭에도 20년 만에 폭설이 내려 교통이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일본도 거의 눈이 내리지 않는 규슈 지역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려 국내 항공편이 결항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지구온난화가 제트기류를 약화시키면서 바로 밑에 위치한 중위도 지방에는 '북극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다.
온난화로 추위의 강도뿐 아니라 양상도 달라졌다. 지난 19일 시작된 추위가 1주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겨울이면 2~3일간 춥다가 3~4일은 따듯한 날씨가 이어지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의 규칙이 깨졌다. 김용진 기상청 통보관은 "한기가 계속 유입되는데다 일본 동쪽에서부터 캄차카반도까지 대기 흐름을 저지하는 기압능이 형성돼 있어 한기가 오랫동안 한반도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위는 제트기류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한반도 주변의 기압능이 약화되는 26일 오후부터 다소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록기자 sa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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