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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현대글로비스 시화 중고차경매장. 계단식인 경매장에는 300여명의 중고차 딜러들이 손에 버튼을 쥐고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광판에 '2012년식 에쿠스 VS380 프라임 주행거리 7만3,000㎞' 매물이 뜨자 딜러들은 경쟁적으로 손에 쥔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고 입찰가는 5만원 단위로 올라갔다. 5명이 경쟁을 붙으며 1분여가 지나지 않아 차량은 3,140만원에 낙찰됐다. 차량을 내놓은 고객의 희망가(2,980만원)보다 약 200만원 더 높은 가격이었다. 매각자는 수수료(낙찰가 2.2%)를 제외해도 시세보다 높게 중고차를 팔았다.
◇중고차 경매 비율 5% 돌파=중고차 경매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중고차 경매는 일반인이나 렌터카 업체, 중고차 매매업체 등이 내놓은 중고차를 경매 방식으로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사가는 것을 말한다. 차를 파는 고객은 공개적으로 가격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 차량을 처분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대기업 등이 품질을 검증한 매물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렇다 보니 중고차 경매로 차량을 처리하는 비율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중고차 거래 대수는 역대 최고 수준인 366만6,674대였다. 이 중 중고차 경매로 처리된 차량 대수는 18만4,000대로 사상 처음으로 비중이 5%를 넘어섰다. 중고차 경매로 처리되는 차량 수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는 1년 전보다 24.3% 늘었다.
경매장에서는 최근 저유가 열풍을 타고 대형·준대형 세단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실제로 이날 진행된 중고차 경매에서 에쿠스나 K9·제네시스 등 대형 세단은 4~5명이 경쟁해 희망가보다 낙찰가가 200만~300만원씩 더 비싼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대형 세단인 제네시스 G330 모델의 낙찰률은 올 1월 51%로 전달 대비 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 DM 2.0은 58%로 3% 포인트 하락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SUV에 이어 최근에는 대형 세단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 잇단 사업확장 주도권 싸움=중고차 경매시장이 점점 커지는 것은 대기업들이 잇따라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중고차의 60%가 경매를 통해 처리된다. 미국은 25%다. 국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비중이 5%를 넘었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해 롯데렌탈·AJ렌터카·SK엔카 등이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글로비스다. 현대글로비스는 전국에 총 3곳(시화·분당·양산)의 중고차 경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비스의 중고차 경매 처리 대수는 지난해 8만2,875대로 7.6% 성장했다.
글로비스는 고객이 중고차를 경매에 부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직접 직원이 방문해 차를 가져가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글로비스의 경매장 낙찰률이 57%로 경쟁업체들보다 비교적 높은 것 역시 주행거리가 긴 법인 렌터카뿐 아니라 품질 좋은 개인 중고차 매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해외 중고차 바이어도 글로비스 경매장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중고차를 매입해 요르단 등 중동에 매각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많이 참여한다. 자동차 수출 전문업체 제이알오토트레이딩을 운영하는 요르단 국적의 오스만 대표는 "현대·기아차는 품질이 좋아 요르단에서 도요타보다 더 비싸게 팔린다"며 "특히 1,600㏄ 이하 차량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10만㎞면 중고차로 싸게 팔리지만 요르단에서는 20만㎞ 이상 타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시흥=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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