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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은행마다 수수료 수익 확대가 시급한 숙제로 떠오른 가운데 은행의 수수료 수익 구조가 최근 4년간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 '효자'로 꼽히던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보험 영업환경 변화로 4년 만에 반 토막이 난 반면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주가연계증권(ELS) 가입 증가 등의 영향으로 신탁 수수료는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은행들은 올해 들어서도 수수료 수익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추진하고 있지만 주식 시장 변동성이 심해 펀드나 ELS 같은 상품을 고객들에게 팔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 수수료 역시 기업들의 수출 결제 방식이 바뀌고 은행별로 우대금리 경쟁이 심해지면서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올해부터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한 수수료 수익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22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2012년부터 최근 4년간 수수료 수익 구조를 분석한 결과 방카슈랑스·펀드·외환·신탁 수수료 가운데 방카슈랑스와 신탁 수수료의 위상 변화가 지난 4년간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 통합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2012년 6,450억원에서 지난해 3,470억원으로 무려 3,000억원 감소했다.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경우 방카수수료 수수료가 2012년 2,474억원에서 1,007억원으로 59%나 줄었다.
방카수수료 수수료가 급감한 원인은 2013년 2월부터 2억원을 초과하는 즉시연금에 대한 비과세가 없어진 영향이 크다는 것이 은행 측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꺼번에 2억원을 초과해 납입하는 상속형 즉시연금에 대해 15.4%의 이자소득세를 물리도록 하는 세법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방카슈랑스를 찾는 큰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방카슈랑스 외에도 보험대리점(GA) 중심의 영업이 확대되는 등 보험 시장의 판매 채널이 급격히 변화된 것도 은행 수수료 축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방카수수료 시장 규모가 이처럼 움츠러든 반면 은행의 신탁 수수료는 급증했다. 4대 은행의 신탁 수수료는 2012년 3,050억원에서 지난해 5,260억원으로 4년 만에 72% 증가했다. 특정금전신탁 중 ELT(신탁형 ELS) 자산이 최근 2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IRP에 대한 세제혜택이 실시되면서 연말정산 절세 수요가 은행으로 대거 몰린 영향이 크다.
은행별로 보면 ELT 판매량이 많은 국민은행의 신탁 수수료가 2012년 1,357억원에서 지난해 2,413억원까지 증가해 78%나 뛰었다. 신한은행 역시 2012년 406억원에서 지난해 715억원으로 신탁 수수료 증가율이 76%에 달한다. 최근 ELS 녹인(Knock-in) 공포로 많은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은행이 ELT를 통해 수수료 수익은 크게 늘린 반면 애초부터 신중한 판매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밖에 펀드와 외환 수수료의 경우 최근 4년간 비교적 큰 변화가 없었던 가운데 외환 수수료는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수출 결제 방식이 신용장(LC)에서 전신환(TT) 등 송금으로 변화하면서 은행의 역할이 줄어든데다 최근 은행별로 환전 우대금리 등의 경쟁을 벌이면서 외환 쪽에서 수수료 이익을 얻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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