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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일본 도쿄 번화가인 긴자의 미쓰코시 백화점 8층에 있는 '재팬듀티프리긴자'를 찾았다. 평일임을 감안해도 눈에 띄게 한산했다. 일본에서 첫 시내면세점으로 오픈했다는 떠들썩한 일본 측 언론보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면세점 측은 "춘제가 끝나고 중국인들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매장 안에서 만난 한 30대 한국인 여성은 "소문을 듣고 왔지만 생각보다 볼 게 없다"고 말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이곳은 (공항면세점과는 달리) 대대적인 홍보 같은 것은 안 했다"고 전했다.
한국·중국·일본의 동북아 3국 관광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까지 쏟아지는 중국인 해외여행객을 두고 일본과 한국이 경쟁을 벌였다. 올 들어서 상황이 급변하는데 우선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해외여행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 엔화의 강세는 일본 관광시장에 악재다. 한국은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가진 셈이다. 한국으로서는 동북아를 묶는 시장을 만들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특히 우리는 '2016~2018 한국방문의 해'를 진행하고 있다.
◇엔화 강세에 긴장…일본=일본 관광산업은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일본이 2015년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은 1,973만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47.1%가 늘어났다. 가장 큰 이유는 아베노믹스 추진에 따른 엔화 약세다.
2014년 상반기 100엔당 1,050원에 거래되던 엔화는 1년 만인 지난해 6월에는 880원대까지 떨어졌다. 여행경비가 싸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으로 밀려들었다. 관광산업의 가치에 눈을 뜬 일본 정부도 우호적인 정책을 쏟아냈다. 비자발급 규제 완화, 관광프로그램 강화, 면세점 확대 등이다. 재팬듀티프리긴자도 이러한 와중에 1월27일 오픈했다. 이전까지는 일본의 도심에는 부가가치세(현행 8%)만 깎아주는 면세점포(tax free)뿐이었다.
일본으로서의 악재는 엔화가치가 강세로 돌아선 데 있다. 엔화가치는 연일 급등하며 24일 현재 1,104원에 거래됐다. 비용이 올라가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장애가 된다. 한국의 관광공사 격인 일본정부관광국 관계자는 "엔화강세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엔화가 쌀 때 방문해) 좋은 감정을 가졌던 관광객들이 재방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팔아주기만 할까…중국=지금까지 '중국'과 '관광'을 연결지을 때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어떻게 자국으로 끌어들이느냐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중국 자체도 커다란 관광시장이다. 이는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난달 29일 리진자오 중국 국가여유국장(관광장관) 주재로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2016년 전국여유공작회의에서는 올해 관광산업 투자에 지난해에 비해 20% 늘어난 1조2,000억위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억3,7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중국이 집계하는 외국인 관광객에는 대만과 홍콩·마카오가 포함된다. 지난해 방중 외국인은 1억3,382만명이었는데 이 중에서 중화권 세 곳이 1억783만명이었고 순수한 외국인은 2,599만명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국가여유국은 올해 중국인 해외 관광객의 숫자가 지난해보다 8% 증가한 1억2,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관광 최대의 문제는 인프라 부족이다. 정부는 특별히 화장실 개선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화장실 혁명'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3년간 6만개소의 관광지 화장실을 신설하거나 개보수하기로 했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사업 첫해인 지난해 1~11월 2만2,000개의 작업을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한중일 묶는 동북아 관광시장 만들어야=전문가들은 한중일을 묶는 공동의 관광시장을 만들고 한국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년 일본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잇따라 열린다. 관광객들이 동북아 3국을 고르게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관광산업도 쌍무적이라는 의미에서 한국이 중일 양국에 더욱 당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에 400만명을 보냈다. 하지만 방한 일본인은 183만명에 그쳤다. 일본 관광업계의 분발을 촉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것이다. 또 중국에는 444만명을 보냈는데 이는 방한 중국인 598만명보다는 적지만 양국의 인구 비례로 따질 경우 한국 쪽이 훨씬 비중이 많다. 중국인들에게 한국 관광업계가 저자세일 필요까지는 없다는 이야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광시장은 특히 변동성이 크다. 각자의 이해타산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동북아 협조를 이뤄나가는 것이 한국에 가장 큰 수혜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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