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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여성군단 베스트 바이를 구하다

전자제품 할인업체 베스트 바이는 전자상거래 업계의 변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하지만 상당수 여성들이 포진한 경영진이 전면적인 기업 혁신을 실시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고객서비스 확대와 사물인터넷 투자가 베스트 바이를 다시 성장세로 이끌 수 있을까? BY JEN WIECZNER


당신이 2014년 추수감사절에 가족들로부터 엄청나게 큰 스트레스를 받았더라도, 베스트 바이 임원들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 베스트 바이는 추수감사절까지 2년간 대대적인 회생 전략을 추진하고 있었다. 연 매출의 3분의 1이 발생하는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이 시작되자 실적이 매우 중차대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 전자유통업체는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루 전날인 추수감사절 오후 5시에 매장 문을 열었다. 회사 설립 이래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가장 일찍 시작한 것이었다. 약 40명의 임원들은 크랜베리 소스와 칠면조 요리도 마다하고 미네소타 주 리치필드 Richfield 본사에서 나와, 트윈 시티 *역주: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역사상 가장 추웠던 영하의 날씨에 자사 매장과 경쟁업체들을 잇달아 방문했다. 강추위 속에 고객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지만 쉽게 답변할 수 없는 현안이 하나 있었다: 이번 시즌매출이 성공작일까, 아니면 실패작일까? 휴버트 졸리 Hubert Joly 베스트 바이 CEO는 블랙 프라이데이 새벽 4시에 울린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놀라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비교적 최근 영입된 전자상거래 부문 사장 메리 루 켈리 Mary Lou Kelley의 전화였다. 그녀는 졸리에게 회사 인터넷 사이트가 예상치 못한 방문자수 급증으로 접속 불가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저녁에 다시 모였을 때, 베스트 바이 임원들은 거의 잠을 거의 자지 못했거나 겨우 피자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웠을 뿐이었다. 하지만 미국 전역에서 매출 데이터가 밀려들어오자, 분위기가 들뜨기 시작했다. 임원들은 마치 대선 결과를 지켜보는 선거 캠프단처럼 각 주의 결과를 기다렸고 잇달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베스트 바이 매장들이 인파로 가득 찼고 매출도 순조롭게 올라갔다. 그럼에도 전년 크리스마스 시즌의 실망감을 떠올린 임원들은 축하 함성을 지르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다. 졸리는 “결과는 끝날 때까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스트 바이가 연휴 시즌 실적을 발표하기도 전에 이들의 바람은 이미 이뤄져 있었다. 비교매장 매출이 2.5% 상승하며 4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소비자 가전제품 산업이 전반적인 하락세에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였다. 4분기 이윤은 전년 대비 무려 77%나 상승했다.

이는 최고재무책임자 샤론 매컬럼 Sharon McCollam에게 특히 의미 있는 수치였다. 올해 56세인 졸리는 윌리엄스-소노마 Williams-Sonoma 출신의 존경 받는 베테랑이었던 그녀를 “부조종사”라고 불렀다. 매킨지 파트너 출신인 졸리는 2012년 여름 베스트 바이 CEO에 선임됐다. 그리고 그 해 12월 은퇴한 매컬럼을 다시 업계로 끌어들였다. 이후 매컬럼은 엄격한 예산 정책을 펼치며, 베스트 바이의 IT와 공급망, 물류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심지어 ‘하얀 장갑’을 끼고 매장 내 먼지를 검사하기도 했다. 연휴가 끝나갈 때쯤, 그녀는 베스트 바이가 앞으로 계속 회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매컬럼은 “이 일은 내 개인 기록에 남을 것이다. 내게 가장 의미 있는 일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베스트 바이는 2015년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 성공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3년 전만 해도 불어나는 적자와 경영 혼란으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회사는 창립 50주년 기념일 전야를 맞아 다시 제자리를 찾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소비자 전자제품 유통업체(포춘 500대 기업 중 72위)이자, 유일하게 살아남은 미국 전국 규모 체인인 베스트 바이는 1,433개 매장 거의 모두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직원들을 재교육시켰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선도기업이 됐을 뿐만 아니라 연간 비용도 10억 달러로 감축했다. 회사 이익은 월가 예상을 11분기 연속 뛰어넘었고, 주가도 2012년 12월 이후 약 세 배나 급등했다. 뉴욕 비즈니스 스쿨 교수 겸 브랜드 리서치 회사 엘투 L2의 창립자인 스콧 갤러웨이 Scott Galloway는 이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가장 놀라운 회복을 이룬 기업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은 많은 사람들이 베스트 바이를 아마존에 밀린 시체 같은 기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베스트 바이 임원들은 지금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 그래서 그 동안 회사가 겪어 온 변화를 포춘에 최초로 전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직 완벽하게 회생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두려운 경쟁자인 아마존의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성과가 좋지 않은 중국과 유럽 시장 부문을 매각한 베스트 바이의 규모는 전성기 때보다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올 회계연도 추정 매출액은 400억 달러 안팎으로, 4년 전에 비해 510억 달러나 감소했다. 현 시가총액은 120억 달러로, 2006년 절정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베스트 바이는 포화 산업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다. 이는 초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매우 어려운 해결과제라 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엔피디 NPD의 부사장 겸 소비자 기술 분석가 스티븐 베이커 Stephen Baker는 “이미 포화된 산업에서 과거와 같은 매출을 올리는 건 결코 쉽지 않다”며 “소비자들이 원하고 구매하는 제품은 계속 변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제품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서킷시티 Circuit City나 콤프유에스에이 CompUSA처럼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베스트 바이는 통념과 반대되는 이론에 미래를 걸고 있다. 온도조절장치에서부터 손목시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사물인터넷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기기 사용법이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다. 때문에 베스트 바이의 오프라인 매장과 IT방문직원 조직인 ‘긱 스쿼드 Geek Squad’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가정용 커넥티드 디바이스의 판매가 대폭 늘어났고, 제품 설치를 도와달라는 고객의 요청 전화도 연간 400만 건에 달하고 있다. 베스트 바이의 가장 가까운 경쟁자인 월마트와 아마존에는 이런 서비스가 아직 없다. 긱 스쿼드를 만든 2012년까지 베스트 바이 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로버트 스티븐스 Robert Stephens는 “베스트 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인용 장난감 매장이다. 때문에 이 업계에서 특별한 기회와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전자기기 전문가에 대한 선입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베스트 바이의 경영진은 대부분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여성들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부분의 운영을 도맡아 하고 있다. 매킨지 시절 동료가 실시했던 성다양성 연구(gender-diversity) -셰릴 샌드버그 Sheryl Sandberg의 저서 ‘린 인 Lean In’ 중 일부를 바탕으로 했다-에 영향을 받은 CEO 졸리는 이를 베스트 바이에 완벽하게 적용했다. 윈스턴 처칠에서부터 배트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의 말을 재미있게 인용하기로 유명한 유쾌한 프랑스인 졸리는 자신의 논리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만약 리먼 브라더스 대신 리먼 시스터스가 있었더라면 지난 금융위기와 같은 심각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졸리가 베스트 바이 CEO에 올랐을 때, 회사는 파산 상태는 아니었지만 분명 위기에 빠져 있었다. 그럼에도 경쟁사였던 콤프유에스에이, 서킷시티, 라디오??RadioShack(이들은 현재 모두 파산했다)과는 달랐다. 대침체(Great Recession) 동안 베스트 바이의 매출과 매장 수는 계속 증가했고, 경쟁사들의 퇴출로 고객층은 더 두터워졌다. 하지만 2012년이 되자, 미국 전역과 푸에르토리코 시장에서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 설상가상으로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업체들의 대대적인 할인공세 때문에 시장 점유율까지 하락하고 있었다.

매출과 수익이 악화되기 시작하던 와중에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회사 분위기가 한층 더 어수선해졌다. 2012년 4월 브라이언 던 Brian Dunn 전 CEO가 여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내부 조사를 받고 사임한 것이었다. 또 이사회는 베스트 바이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리처드 슐츠 Richard Schulze가 몇 달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사회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슐츠는 회장직을 사퇴했다(던은 이 의혹에 대해 함구했지만, 슐츠는 이사회 조사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베스트 바이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것처럼 보였다. 회사 주가는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BB&T 캐피털 마켓 BB&T Capital Markets의 애널리스트 앤서니 추쿰바 Anthony Chukumba는 “베스트 바이는 그때 마치 선장 없는 배와 같았다”고 말했다.

사임 이후 슐츠 전 회장이 베스트 바이를 인수해버리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상황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었다(베스트 바이는 1966년 슐츠가 사운드 오브 뮤직 Sound of Music이라는 오디오 가게를 세인트폴에 열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슐츠는 이사회가 졸리를 CEO로 선임한 2012년 9월 이후부터는 외부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호텔 체인 칼슨 Carlson의 CEO 출신인 졸리는 유통업계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다. 첫 이사회에서 졸리는 암울한 회사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베스트 바이는 제 기능을 못하는 최악의 조직이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였기 때문에, 스스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졸리는 회생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CEO 선임 후 첫 일주일 동안 그는 베스트 바이 로고가 박힌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한 지역 매장에서 온전히 시간을 보냈다. 현장에서 정보를 모으고 향후 계획을 수립해나갔다. 그는 뛰어난 친화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초기에 그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Cupertino에 있는 애플 CEO 팀 쿡 Tim Cook을 방문하기도 했다(애플은 베스트 바이의 가장 큰 협력사이다. 시장분석업체 CIRP(Consumer Intelligence Research Partners)에 따르면, 베스트 바이는 외부 유통업체 중 최초로 미국에서 애플 워치를 판매했다. 지금은 애플보다 더 많은 아이패드를 팔고 있다). 졸리는 “팀 쿡은 ‘몇 년 전만 해도 언론은 애플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줄곧 떠들어댔다. 이제 베스트 바이가 그 골목에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고 친절하게 격려해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도 10월, 졸리는 자신의 이력서를 직접 들고 슐츠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했다. 처음에 슐츠는 미동도 없었다. 졸리는 그에 굴하지 않고 몇 개월 후 재도약 전략인 ‘리뉴 블루 Renew Blue’를 공개했다. 슐츠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그 전략이 나를 움직였다”고 말했다. 2013년 3월 슐츠는 인수 계획을 포기했고, 곧이어 베스트 바이의 명예회장직으로 복귀했다.

그 후 졸리는 그의 오른팔 격인 샤론 매컬럼을 발굴했다. 5피트(약 152cm)의 작은 키에 부드럽지만 긴급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가진 중서부 출신의 그녀는 돌 푸드 Dole Food에서 부진했던 채소 부문을 되살렸던 인물이었다. 윌리엄스 소노마에선 금융위기 이후의 회복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녀가 윌리엄스 소노마를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날 주가는 6%나 하락할 정도였다. 하지만 매컬럼은 베스트 바이에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2010년 조카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베스트 바이 웹사이트에서 카메라를 주문했다. 하지만 돌아온 메시지는 크리스마스까지 배송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주문을 취소하는 데도 무려 45분이나 걸렸다(결국 그녀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되었다).

베스트 바이의 최고재무책임자 겸 최고행정책임자 자리를 수락하기 전, 매컬럼은 75개 매장을 돌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보았다. 그녀는 상품진열에서부터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매장 곳곳이 엉망인 것을 발견했다. 현금 흐름이 나빠지면서 회사가 유지보수 및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방증이었다. 베스트 바이 웹사이트도 엉망이긴 마찬가지였다. 구글에서 ’비디오 게임‘을 검색했을 때 베스트 바이는 검색결과 첫 페이지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매컬럼은 회사가 위기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비용절감에 앞장서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로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직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졸리와 함께 본사의 비용 절감을 추진했다. 가장 먼저 회사 전세기를 매각했고,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도 불참했다. 나스카 NASCAR 자동차 경주 대회 후원과 슈퍼볼 Super Bowl 광고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그 외에도 사소한 것을 눈 여겨 보았다. 전략성장책임자인 코리 배리 Corie Barry는 “매컬럼의 접근법은 ‘수백만 달러 가치의 아이디어가 아니어도 좋다. 1만 달러 가치의 아이디어도 충분하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베스트 바이 사무실에선 컬러 프린터를 찾아볼 수 없다. 대형 할인점(big box)인 베스트 바이는 포장 상자의 크기도 더 줄였다. 제품을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이게 만드는 비싼 포장을 없앤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해결과제는 지나치게 자유로운 직원들이었다. 매컬럼이 첫 직원회의에 들어갔을 때, 회의실은 거의 텅텅 비어있었다. 그녀의 직속 직원 대다수가 회사가 아닌 집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때는 직원의 20~35%가 자리에 없는 날도 있었다. 2013년 초 베스트 바이는 이유를 묻지 않고 직원들의 재택근무 제도를 없앴다. 야후가 몇 주 후 같은 제도를 없애자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또 다른 해결과제는 바로 편지함에 넘쳐나는 이메일이었다. 매장 매니저들은 신용카드 가입을 늘리거나, 절도를 잘 감시하라는 등의 회사 지침 이메일을 한 달에 수백 건이나 받았다. 이러한 지침들은 매장 직원들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했다. 23년차 베테랑이자 미국 유통부문 사장 샤리 밸러드 Shari Ballard는 “매일 이메일로 받는 지침들이 ‘실질적인 매출 신장’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직원들의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베스트 바이 경영진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여러 직급의 관리직을 축소한 결과, 총 2,000명이 회사를 떠났다(한때 18만 명에 이르던 직원 수는 현재 12만 5,000명으로 감소했다). 직원들은 이제 밸러드가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 당 매출’에 집중을 하고 있다.

졸리는 모든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해 일방적일 정도로(unilaterally) 신속하게 일을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는 “위대한 리더와 좋은 리더의 차이는 의사결정의 질(quality)이 아닌 양(quantity)에서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졸리의 가장 큰, 그리고 가장 빠른 의사결정은 2012년 베스트 바이의 제품 가격을 아마존과 기타 경쟁사의 가격에 맞추도록 한 것이었다. 매컬럼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것이 기업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없었고, 절대 번복할 수 없는 결정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론적으로 그 결정은 성공을 불러왔다.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그 결정 이후 일부 카테고리에서 베스트 바이의 시장 점유율이 재상승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온라인 경쟁을 위해 베스트 바이는 배송기간을 단축해야 했다. 과거에 베스트 바이 웹사이트에 올라온 제품들은 인근 창고에 재고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품절’로 표시되곤 했다. 심지어 재고가 있는 제품도 고객에게 배송 완료되기까지 일주일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2013년 봄 매컬럼은 이를 완전히 뒤집어 엎었다. 그녀는 50개의 오프라인 매장에 온라인 주문상품을 배송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그리고 2014년 초까지 모든 오프라인 매장이 참여토록 함으로써, 배송기간을 놀라울 정도로 짧게 단축시켰다. 지난해 베스트 바이는 주문 받은 제품의 67%를 이틀 안에 배송 완료했다. 유통 부문 분석업체인 스텔라서비스 StellaService에 따르면, 현재 베스트 바이의 평균 배송시간은 아마존의 (프라임이 아닌) 스탠더드 배송보다 짧다. 매컬럼은 오프라인 매장 재고를 온라인 주문에 대응하도록 함으로써, 20억 달러 가치의 재고를 추가로 더 판매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리 루 켈리 Mary Lou Kelley가 이끄는 기술팀은 베스트 바이 웹사이트의 원활한 접속을 위해 클라우드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졸리는 이러한 대대적인 개혁이 베스트 바이를 위기에서 구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 리더십이 직원들의 동기의식 향상을 불러왔다고 여기고 있다. 그는 “남성은 말과 같다. 목표를 보면 그것만 보고 달려간다. 여성은 남성보다 조직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분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목표에 도달했다고 해도 모두가 물 속에 빠져 죽은 것과 같다면 좋은 성과라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밤 10시가 가까워오자, 유일하게 24시간 문을 여는 맨해튼 14번가 베스트 바이 매장은 마치 소비자기술 박물관과 오락실이 합쳐진 풍경을 연상케 했다. 사물인터넷 제품이 매장 도처에서 발견됐다. 예컨대 매장 한쪽에는 이미 익숙해진 커넥티드 기기인 네스트 Nest의 자동온도조절장치, 화재경보장치, 보안카메라, 그리고 스마트 조명 기기들이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는 마치 애플 스토어를 옮겨놓은 것처럼 아이폰이 낮은 원목 테이블에 진열돼 있었고, 인텔 제품이 진열된 공간에선 한 고객이 자신의 손을 마치 조이스틱처럼 움직이며 동작감지센서기술이 탑재된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었다.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새롭게 변신한 베스트 바이 매장 내에 자신들의 영역을 분명히 구축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2013년 신종균 삼성전자 공동 CEO가 미니애폴리스를 경유하다가 졸리와 베스트 바이 상품기획책임자인 마이크 모한 Mike Mohan을 만난 이후, ‘숍인숍 shop-in-shop’ 콘셉트가 크게 성공을 했다. 신종균 CEO는 삼성전자의 매끄러운 갤럭시 신상 휴대폰을 공개할 방법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양측은 간이 진열대(kiosk) 콘셉트에서 상호협력의 기회를 찾아냈다. 베스트 바이가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한 날, 베스트 바이 주가는 16%나 상승했다. 제조사들은 마케팅, 진열 방식, 판매직원 교육 등 베스트 바이 숍인숍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일각에선 제품들의 인기가 사라지면, 제조사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역효과를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진 숍인숍을 통한 파트너십 덕분에 매장 운영에 필요한 고정비를 제조사가 분담하면서, 베스트 바이는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전시공간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베스트 바이의 동일매장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건 작년부터였다. 경영진은 크리스 슈밋 Chris Schmidt에게 큰 공을 돌렸다. 1년 전 그는 베스트 바이 콜로라도 시장 담당 임원으로, 담당 매장 고객 수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비밀은 바로 엑셀 스프레드 시트에 있었다. 그는 모든 성과 측면에서 직원들을 평가해 점수를 기록하고, 추가 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을 골라냈다. 예컨대 ‘스마트 4K TV’에 관한 정보나 고객과 편안하게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 등에 관한 교육을 필요한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슈밋은 행동 변화에 대해 “작은 변화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직원 1명의 행동 변화가 한 해 수만 달러의 매출 상승을 가져올 수도 있다.

밸러드는 덴버의 방식이 적용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추수감사절까지 그녀는 2,000명의 매장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개인 매출 측정(Individual Sales Tracker)’이라 불리는 데이터 기반의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했다(그녀는 또 슈밋을 영업운영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밸러드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고 왜 매장이 커지는지 묻는다면, 그 답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예전의 경쟁사도 베스트 바이의 성공을 칭찬했다. 서킷시티의 마지막 CEO 제임스 마컴 James Marcum은 “그들이 일을 멋지게 해냈다. 그러나 앞으로 극복해야 할 난관들도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 바이는 마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경기순환적(cyclical)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과제를 여전히 떠안고 있다.

베스트 바이에 대해 매수 의견을 가진 추쿰바도 이러한 역풍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은 ‘소비자 가전이 최악의 산업이다’라고 말한다. 베스트 바이는 황무지의 궁궐 같은 존재다”라고 설명했다. 판매가 회복됨에 따라 월가는 베스트 바이가 더 많은 매장을 닫아 부동산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판매 회복이 시작된 이후 폐쇄된 대형 매장 수는 9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영진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장 수익성이 좋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사기를 유지하는 건 매우 어려운 문제다. 지난 블랙 프라이데이 새벽에 졸리에게 전화해 회사 웹사이트가 먹통이 됐다는 소식을 전할 때, 켈리는 이러한 결례가 해고사유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오히려 졸리는 켈리가 가장 이상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쁜 소식은 무조건 좋은 소식보다 빨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더욱 격려하기 위해 졸리는 매장 방문 때 자신과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직원들에게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었다. 졸리는 한층 높아진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을 위해 격려와 자극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한 점은 우리가 놀랍고 멋지게 다시 일어섰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베스트 바이, ‘커넥티트 홈 Connected home’ 시장에 진출하다
베스트 바이는 사물인터넷을 성장의 기회로 삼고 싶어 한다. 커넥티드 제품을 판매하고 고객에게 제품설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스트 바이의 신규 제품 및 서비스를 알아보자.

알로 Arlo (홈모니터링 시스템, 180달러)
넷기어 Netgear가 생산한 야간 보안 카메라 시스템으로,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이메일 또는 앱 알림과 함께 관련 동영상을 보내준다.

오토매틱 Automatic (차량 진단, 100달러)
테슬라와 같은 인공지능을 구현한 차량용 컴퓨터다. 사람이 인식할 수 없는 ‘엔진 점검’ 경고를 스스로 알아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차량 충돌 사고가 날 경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스스로 걸 수 있다.

휴 라이트닝 Hue Lighting (스타터 킷 starter kit, 200달러)
개인주택 소유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휴 전구의 점등 및 소등 시간, 색상, 밝기 등을 조정할 수 있다. 무단침입자를 내쫓거나, 댄스 파티의 현란한 조명 효과를 내는데도 안성맞춤이다.

펫큐브 Petcube (애완동물 모니터링 장치, 200달러)
주인은 이 애완동물용 카메라를 통해 휴대폰으로 유튜브에 올릴만한 가치가 있는 순간들을 볼 수 있다. 영상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 말을 걸 수도 있고,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조종할 수 있는 레이저 포인터로 동물에게 물건을 가져오게 하는 놀이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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