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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제약 · 바이오 리더 기업 탐구 - 한미약품

글로벌 제약업계 신약 러브콜 쇄도1조 클럽 가입·업계 매출 1위 노린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8조 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이는 한미약품이 연구개발에 꾸준히 매달린 결과다. 한미약품의 성공은 글로벌 제약사에 주눅 들어 있던 업계 분위기도 확 바꿔놓았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최근 제약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업은 단연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사노피아벤티스·얀센·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기업들에게 6개의 신약개발 기술을 수출(라이선스 아웃)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수출로 한미약품이 받을 수 있는 총 금액은 무려 8조 원(계약금 포함)에 이른다. 8조 원은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성공할 때마다 단계별로 받는다. 신약을 개발하는 도중에 실패하거나, 다른 제약회사에서 상품성이 더 좋은 신약이 나와 해당 신약개발이 취소되면, 한미약품은 약속된 금액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한미약품은 이 때문에 먼저 받은 계약금을 이용해 추가 신약개발에 투자하고 새로운 신약을 개발해 다시 수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한미약품의 연구개발은 당뇨, 비만, 항암제 등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에 집중돼 있다. 스커버리(LAPSCOVERY) 기술이 대표적이다. 얀센에 수출한 당뇨·비만 치료제 기술과 사노피아벤티스에 수출한 당뇨병 치료제 기술에 사용됐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 의약품 약효 지속 시간을 연장해주는 한미약품의 독자 개발 기술이다. 약물 투여 횟수와 투여량을 감소시키는 게 강점이다. 매일 복용하던 약을 주 1회 혹은 월 1회 복용해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미약품이 랩스커버리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때는 지난 2004년이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3억 5,000만 명이 넘는 당뇨 환자들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고통에 시달리는 것에 주목했다.

당뇨 질환 보유자가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 것도 그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할 경우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말한다. “개발에 들어갈 신약 종목 선정은 철저하게 시장성을 기준으로 결정합니다. 적은 연구비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그만큼 유망한 분야를 선택해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죠. 바이오신약의 경우 랩스커버리 기술 하나에만 투자했을 정도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활용했습니다.”


세계적 주목 받는 ‘랩스커버리’ 기술
한미약품이라고 항상 승승장구만 한 것은 아니었다. 고비를 맞을 때도 있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0년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쌍벌제를 건의한 제약사 중 하나로 지목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의약계에선 “한미약품이 앞장서서 제약사가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까지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실시를 추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았다는 이유에서 의사들은 한미약품 제품을 보이콧했다. 그 결과 처방 약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그 해 한미약품은 1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창립 37년 만에 첫 적자였다.

리베이트 쌍벌제 파동을 겪으면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영업 대신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임성기 회장은 이미 1999년에 “기술 개발에 매달리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을 바랄 수 없다”며 “국내가 아니라 국제 수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개발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4년 국내 상장 제약사들은 매출의 평균 8.3%를 연구개발에 투자했지만 한미약품은 20% 이상을 R&D에 쏟아 부었다.

신약개발의 동력은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에서 나온다. 누구나 알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지만 한미약품은 이를 꿋꿋이 실천했다. 일단 방향이 정해지고 난 다음에는 무모하다고 할 만큼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한미약품은 국내 63개 상장 제약사 중 가장 많은 946억 원(매출액의 20%)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최근 15년간 연구개발에 쓴 돈만 9,000억 원에 달한다. 핵심 기술이라 여겼던 랩스커버리에는 전체 연구개발 비용의 60% 이상을 쏟아 부었다. 덕분에 연구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난관도 적지 않았다. 특히 2010년 이후 매년 1,000억 원 안팎에 달하는 연구개발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 한미약품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 탓에 “성과도 나지 않는 일을 벌여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그럼에도 한미약품은 연구개발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적자가 나는 시기에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굳건히 지켜나갔다. 이후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임성기 회장의 ‘R&D 뚝심’ 결실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 과정 중 임상 1상에서 글로벌 제약회사에 라이선스 아웃을 했다. 한미약품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인 ‘스피드 연구개발’의 결과다. 한미약품 관계자가 설명한다. “국내 제약사 중에 독자적으로 글로벌 신약을 키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곳은 아직 없다고 보면 됩니다. 한미약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약효를 시험하는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위해선 최소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최종적인 신약까지 개발해서 수출하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다양한 성공 사례를 쌓아서 회사 규모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한 때입니다. 역량이 커진 후에는 당연히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끌고 갈 생각을 갖고 있어요.”

한미약품이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매출 1조 원’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관건은 지난해 11월 사노피아벤티스와 맺은 당뇨병 치료제수출 계약금 4억 유로(약 5,000억 원)가 언제 들어오느냐 하는 것이다. 한미약품의 2015년 1~3분기 매출이 7,275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노피아벤티스의 계약금이 올해 안에 들어올 경우 한미약품의 매출 1조 원 돌파는 수월하게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미약품과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일라이 릴리와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금은 이미 들어왔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사노피아벤티스와의 계약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술을 도입할 때 요구되는 미국 공정거래법상의 승인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 계약금은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일시금으로 한미약품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그 시기를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계약금이 들어오면 한미약품은 연 매출 1조 원 돌파는 물론 제약업계 매출 1위에도 올라 설 수 있다. 한미약품을 제외하고 국내 제약사 중에서 올해 매출 1조 원 돌파가 예상되는 곳은 녹십자와 유한양행 두 곳 뿐이다. 업계도 이변이 없으면 계약금이 들어오는 것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어 한미약품의 올해 ‘1조 클럽’ 가입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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