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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가동해도 안가겠다"

"정치적 이유로 공장폐쇄 반복… 피해 막심한데 보상책은 미미

정부에 대한 신뢰 사라졌다" 완전철수 선언 기업 잇따라

적막한 개성공단<YONHAP NO-1865>
/=연합뉴스


개성공단에서 신발을 생산해온 아웃도어 업체 K2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으로 공단 운영이 재개되더라도 공단 내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정치적 이슈로 공장 폐쇄가 반복되는 상황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K2가 개성공단 내에 보유한 생산설비, 원·부자재 등의 가치는 총 240억여원. 최대한도 70억원인 수출입은행 경협 보험금을 받는다 해도 수백억원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K2 관계자는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이 사업 철수의 가장 큰 이유"라며 "업계 전반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입주 포기를 선언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해준다던 정부가 연이어 약속을 어기면서 사업 파트너십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입주기업의 피해가 막심한 데 반해 정부 보상책은 미미한 수준인 것도 기업들의 불만을 키우며 개성공단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시계를 생산하던 로만손 역시 로만손 개성협동화 공장 내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2005년 개성공단 내 부지를 분양받아 협동화 공장을 100% 출자해 짓는 등 대표적 경협 기업이던 로만손이 공단 진출 10여년 만에 전면 철수를 선언한 셈이다. 로만손 관계자는 "2013년 개성공단 사업 중단을 겪어봤기 때문에 이미 개성 공장 생산물량을 최소한으로 줄인 상태였다"며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더라도 현지 입주업체에 주문제작을 맡기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5곳과의 협력으로 아웃도어 의류 및 용품을 생산해온 N사도 개성공단 사업에 등을 돌렸다. 입주기업에 발주한 물건을 제때 받지 못해 공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원·부자재 부담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등산화 판매량의 10%가량을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던 아웃도어 B사도 사업 불확실성을 안고 다시 정부에 협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개성공단에 자체 공장을 운영 중인 패션 기업 신원과 속옷 전문업체 좋은사람들은 공단 폐쇄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신원의 경우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12%가량을 차지한 개성공단 생산물량을 국내 공장에서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당장 대체공장을 활용해 공급을 이어갈 수 있지만 개성공단에 두고 온 원·부자재를 새로 구매해야 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좋은사람들은 이번 개성공단 폐쇄 이전부터 시즌 주력제품을 개성공단에서 생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피해를 예방해왔는데 현재 사업 완전 철수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좋은사람들 관계자는 "2년 전 폐쇄를 경험하고 다시 입주할 때 반신반의했는데 또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확신이 섰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개성공단 완전 철수를 결정하는 업체들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책이 실망스러운 수준인데다 언제 폐쇄 조치가 반복될지 예측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정부 지원책인 수출입은행 경협 보험금은 생산설비 등 고정자산의 90%까지 70억원 한도에 불과하다. 통상 입주기업의 고정자산 및 유동자산의 피해액이 업체별 평균 수백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의 경우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개성공단에 두고 나온 완성품을 제값에 팔기 어려운 문제가 더해진다"며 "국가가 급박한 상황을 이유로 사유재산 압류 조치를 취했으면 당연히 전액 보상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업계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설명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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