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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칼럼] '알포이 신탁'의 세상이 열리나

인공지능 대통령 탄생 가능할까

자본 뒷받침으로 AI 진화 가능

이 9단, 수백 엔지니어와 겨룬 셈

인간을 위할 때만 AI 의미 지녀


알파고 판이다. 신문과 방송마다 온통 '알파고, 알파고….' 그럴 만하다. 기계가 인간계의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을 두 판 내리 이겼으니까. 두 번째 대국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지켜봤다. 바둑 애호가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TV 중계와 해설에 몰입하는 현상에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능가하는 역사의 순간을 지켜보자는 심리가 깔려 있으리라.

과연 인간은 AI와 경합에서 지고 말까. 첫 대국에서 실수처럼 보였으나 30수 앞을 정교하게 계산한 '신의 한 수'를 지켜본 사람들은 AI 알파고의 위력에 전율했다. 신조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바둑 사범에 빗대 '알사범'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신조어 중에는 '알포이 신탁'도 있다. 알파고와 고대 그리스 델포이 신탁의 합성어다. 알포이 신탁에는 현자 소크라테스마저 점을 쳤다는 델포이 신탁의 권위에 견줄 만큼 알파고가 뛰어나다는 찬사가 숨어 있다.

AI가 미래를 말해줄 정도로 신통하다면 위탁할 일이 참으로 많다. 당장 국제통화기금(IMF)과 각국 중앙은행에서 일하며 경제를 예측하는 수백·수천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국회의원과 정치인·대통령도 마찬가지다. AI가 내려주는 처방을 실행할 최소한의 행정 조직만 있으면 그만이다. 정말 이런 세상이 올 것인가.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자본과 전지전능한 AI. 자본부터 살펴보자. 이 9단의 진짜 상대는 자본이었는지도 모른다. 구글이 영국 출신 고수 체스 플레이어이자 천재 엔지니어가 설립한 AI 관련 벤처기업 '딥마인드'를 4억달러에 매입하지 않았다면, 고급 인력을 대거 투입해 무수히 많은 알고리즘을 붙이고 붙이지 못했다면 알파고는 지금 수준으로 진화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AI가 완벽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문제다. 중요한 결정을 맡겼는데 만의 하나 실수한다면 폐해는 돌이킬 수 없다. 확실한 점은 단 한 가지다. 구글의 흥행 성공과 승리. 첫 대국이 끝난 후 구글은 AI를 개발한 주역이 바로 인간이라는 뜻에서 '인간의 승리'라고 강조했지만 이번 대국 시리즈로 한껏 위상이 높아진 AI를 주식투자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는 탄력을 얻게 된 점만큼은 분명하다.

관건은 우리 앞에 바짝 다가온 AI에 치러야 할 비용에 있다. 혹여 인간의 일자리 축소를 야기한다면 AI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에 다름 아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라도 그 성과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극소수에게 편향되기 쉽다. 알포이 신탁에 납부해야 할 공물을 누구나 감당할 수 있을까. 최소한 AI를 개발하는 데 들어간 비용 이상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스인들이 델포이 신탁에 공물을 바쳤던 것처럼….



공물의 가격을 점칠 수 있는 단초가 하나 있다. KAIST의 박사 한 분이 구글 측에 '너희가 불리하단다'고 전화했더니 뜻밖의 답변이 되돌아왔다. '물론 그럴 테지. 하지만 우리는 조(兆)원 단위 가치가 있는 비즈니스를 단돈 100만달러에 샀다. 우리는 1억달러를 불러도 줄 준비가 돼 있었다. 우리는 횡재했다.' 정말로 대국상금을 그 정도로 내줄 심산이었는지 모르겠으나 AI를 조원 단위 가치가 있는 사업 아이템으로 본다면 사용료는 갑남을녀가 근접하기 어려울 것이고 사회적인 파장도 뻔하다. 지구촌 경제의 고질병인 양극화 심화가 불가피하다.

다시 위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기계가 완벽해져 이코노미스트나 대통령을 대신할 수 있을까. 어려워 보인다.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이 9단과 대국에서 최종 승리한다고 치자. 승리의 감흥을 표시할 수 있을까. 제아무리 뛰어난 슈퍼컴퓨터라도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기분'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참뜻조차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AI의 미래에 대한 방점이 찍힌다. 인간을 위한 AI. 창조적으로 편의성을 살리되 인류의 균형적이고 지속 발전에 기여할 때만 AI의 미래가 가능하다. 인간 역시 AI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이 9단을 이긴 알파고가 지닌 재능의 핵심은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축적한 신경망 정보다. 인간은 개체마다 그런 기능을 갖고 있다. 소통과 교육의 능력을 유지하는 한 인간의 기계에 대한 우위는 영원하다.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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