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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의 그림자...환리스크에 과도한 자본금 요구, 현지 금융당국과의 마찰까지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중국 현지법인의 장부상 통화를 달러화에서 위안화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위안화 평가 절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까지는 현지법인에서 달러로 회계 처리를 하다 보니 위안화 평가 절하로 상당한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때문이다. 쉽게 얘기해 중국 현지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대부분이 위안화 자산인데 이를 다시 달러로 바꿔서 장부에 기재하다 보니 환 손실이 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중국법인에서의 순익이 무려 80% 가깝게 줄어들었는데 환 손실의 영향이 상당히 컸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신흥국 시장 환율이 요동치고, 현지 금융당국의 장벽은 점점 높아지면서 해외 진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중국,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을 ‘저금리의 돌파구’로 삼고 있으나 해외 현지의 상황이 국내보다 더 녹록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신흥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국내 은행들의 경우 현지 금융 당국이 인사권 문제에까지 개입하는 등 견제가 점점 심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 초기 과정에서 생기는 일차적인 장애물은 자본금 문제다. 국가마다 자국에서 은행업을 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자본금 또는 갑기금을 요구하고 있는데 일부 신흥국은 과도한 자본금을 요구해 은행들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로 만들고 있다. 최근 미얀마 금융당국이 진행한 은행업 인가 입찰의 경우도 국내에서 신한은행이 가까스로 인가를 얻는데 성공하긴 했으나 KEB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미얀마 당국이 요구하는 자본금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은행들이 외환위기 이후 발을 뺀 태국 역시 은행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재진입을 노리고 있으나, 초기에 요구하는 자본금 수준이 약 5,000억~6,000억원으로 다른 신흥국보다 월등히 높아 참여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최근 BNK부산은행이 새로 진출에 성공한 베트남 시장 역시 국내 금융회사들이 상당수 자리 잡고 있으나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곳이다. 지점당 20명의 현지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등 외국계 은행에 대한 베트남 당국의 요구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에 대한 현지 금융당국의 견제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점도 국내 은행들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 중 하나다. 중국 법인의 규모가 큰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현지 임원 선임 및 대출 규제 등의 문제로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에 상당하는 벌금형을 받았다가 국내 금융감독원 임원이 급파돼 중국 금융당국을 설득하면서 가까스로 중징계를 모면하기도 했다. 중징계를 받았을 경우 KEB 하나은행 중국법인의 신규 영업은 상당 부분 제한될 뻔 했다.



KEB하나은행은 또 지난해 지린(吉林)은행장 출신의 당국흥씨를 중국하나은행법인장으로 내정했지만 중국 금융당국이 허용하지 않아 지금까지도 애를 먹고 있다. 중국 지점장 출신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나마 한국에 비해 높던 예대마진까지 적어지는 추세라 중국 시장에서 지점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B국민은행 또한 지난 2013년 중국현지 법인장과 아직 임기가 남은 부법인장을 동시에 교체했다가 중국 금융당국과 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당시 한국계 금융사 현지법인의 잦은 인사교체를 문제점으로 지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 측이 이 같은 인사를 단행, 양국 금융당국간 문제로까지 비화 될 뻔 했다.

해외에서 각종 리스크가 돌출되는 사이에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 수익성은 자산 대비 부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의 지난해 순이익은 120억원으로 전년대비 29.0% 감소했고, 국민은행 중국법인은 87억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수익성이 아직 유지되고 있으나 국내 은행들의 진출이 이어지면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해외 지점만 무턱대고 늘리는 양적 팽창보다는 해외 진출의 루트를 다변화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하나금융의 지린은행 지분 인수처럼 해외 금융회사에 지분 투자를 해 중장기적인 배당 수익을 얻거나, 항공기나 SOC(사회간접자본) 등 해외 인프라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노하우를 쌓는 식으로 해외 진출의 차별화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은행의 한 전직 은행장은 “신흥국 시장에서 소매금융을 하기 위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이 지나 신흥국 금융시장이 성숙되고 나면 HSBC 등 글로벌 금융회사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해외진출이 반드시 필요한 숙제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지점 확대 일변도의 진출을 지양하고 다양한 루트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홍우·양철민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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