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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알파고 6자회담-김영선 한-아시아센터 사무총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북한의 5차 핵실험과 또 다른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의 위험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긴급 6자회담이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담장에는 수석대표인 6명의 '아자황'이 점잖게 착석해 있다. 한편 6개국의 수도에서는 수천 대의 컴퓨터가 빠르게 작동하고 있다. 북한의 핵 투사 능력과 의도에 대한 각종 데이터가 수집·분석되고 협상 전략이 시나리오별로 수립되고 있다. 북한 외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분석과 아울러 협상 시 제기될 입장과 이에 대한 대비책들도 마련된다. 준수한 외모의 '아자황'들은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 세련된 매너를 유지한 채 본부의 훈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북한의 호전적인 핵 위협 사태로 인한 '알파고 6자회담'을 상상해본 것이다. 이 정도면 가히 알파고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역사적 대국으로 인공지능(AI)이 갑자기 세간의 큰 주목을 받게 된 듯 보이나 그간 로봇·무인차·스마트홈·의료 등의 분야에서 이미 많은 논의와 진전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이번 알파고처럼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인간의 사고를 뛰어넘거나 인간을 압박할 수 있다면 미래의 AI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놀랍기만 하다. 만약 국가 지도자들의 수석보좌관으로 AI들이 활약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면.

지난날 여러 지도자가 미래 예측이나 중요한 결정 순간에 점성술사에게 의존했던 이야기들이 진실 반 가십 반 심심찮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사상 문명이나 국가의 흥망성쇠를 보면 언제나 지도자의 판단이나 통찰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실패국가(failure state)의 경우 그러한 점이 두드러진다. 아돌프 히틀러나 베니토 무솔리니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경우 잘못된 판단과 지도력으로 참담한 종말을 고했다. 유엔의 강력한 제재에도 북한은 핵탄두 폭발 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 발사를 공언하고 있다. 기근과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이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소요되는 경비라면 북한 주민들을 배부르고 따듯하게 하고도 남는다니 판단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만약 북한에 제대로 된 AI 수석보좌관이 있다면 이 상황에서 지도자에게 과연 어떤 제언을 할는지.



알파고 신드롬 속에 급기야 정부가 지능정보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알파고 대국은 그런 면에서 분명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능정보산업이 하루아침에 진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과거의 4대강 로봇 물고기 사업 실패와 같이 '헬(hell·지옥)파고'가 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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