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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학교에서 교훈을 얻다

엑손 모빌 Exxon Mobil, 제너럴 일렉트릭 General Electric(GE), 인텔 Intel 같은 기업들의 교육 수준 향상 노력이 티 파티 Tea Party 보수 세력의 분노를 유발시켰다. 현대 정치 환경에서 기업들은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했다. By Peter Elkind

2014년 2월, 세계 최고 갑부 빌 게이츠 Bill Gates와 찰스 코흐 Charles Koch가 웨스트 코스트 West Coast에 위치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어색해 보이는 만남이었다. 시애틀 출신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설립한 게이츠는 현재 시간과 돈을 모두 써가며 세상 바꾸기에 집중하고 있다. 캔자스 출신의 기업가 코흐는 여전히 대기업을 운영하며, 정부를 땅콩만한 크기로 줄이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둘은 여러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심지어 기후변화처럼 서로의 생각이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사실 게이츠는 민감한 사안을 한 가지 더 언급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게이츠 파운데이션 Gates Foundation 팀에선 ‘정파 분석(faction analysis)’이라는 과정을 통해 코흐를 중대 사안 관련 주요 반대인사로 꼽고 있었다. 게이츠가 이날 밤 코흐를 만난 데에는 목적이 하나 있었다. 커먼 코어 Common Core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바꾸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미국 교육의 미래를 두고 벌어진 치열한 싸움에서 서로 반대편에 자금을 지원했다. 게이츠는 자선사업을 통해 커먼 코어 교육 표준에 2억 2,000만 달러를 투자, 미국 학생들의 저조한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2010년부터 45개 주에서 별다른 논란 없이 이 교육 표준-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이 어떤 수준의 읽기와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 명시했다-을 채택했다. 하지만 곧 반발이 뒤따랐다. 2014년 초에 이르자 해당 교육 표준은 커다란 정치적 공격에 시달렸고, 많은 주에서 채택이 백지화됐다. 코흐와 그의 형제 데이비드 David는 반발을 주도하던 티 파티 연맹 단체 여러 곳에 자금을 지원했다.

저녁 식사를 함께하던 게이츠는 코흐를 설득하려 시도했다. 커먼 코어를 반대하는 일이 6만 명의 미국인을 고용한 코흐의 사업뿐만 아니라 미국 업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호소했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미국 프로그램 부문 국장 앨런 골스턴 Allan Golston은 “빌은 코흐와 대화하면서 자신의 우려가 뭔지 이해시키고 커먼 코어의 잠재력과 밝은 미래에 대한 생각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며 “누군가 당신이 하는 일을 믿어주지 않는다면, 대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흐는 이 문제에 대해 게이츠와 대화하기를 꺼렸다. 그는 마치 정중하게 유권자를 물리치는 상원의원처럼 행동했다. 해당 사안을 담당하는 직원의 이름을 게이츠에게 알려주고 연락하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억만장자는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 모두 이 저녁식사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거부했다).

이 특별한 만남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업계 리더들이 커먼 코어를 얼마나 자신의 일처럼 찬성하는지-또는 반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커먼 코어는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기업인들을 사업과 정치가 맞물리는 불편한 교차로로 밀어 넣었다.

사실 커먼 코어는 미국 재계가 없었다면 태어나지 못했을 존재다. 기업들은 지난 수년 동안 더 엄격한 교육 표준-미국 전역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왔다. 미국의 미래 노동력을 준비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교육 표준이 절실하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재계 리더들이 커먼 코어에 깊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여러 증거가 있다. 커먼 코어 표준자체를 개발할 때 업계(그리고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들을 먼저 선별한 후,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결정하는 식으로 초안이 마련된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Business Roundtable 같은 단체는 초창기부터 상당한 노력을 쏟아 부었다. 이 CEO 단체에서 교육 부문 의장을 맡고 있는 엑손 모빌 회장 렉스 틸러슨 Rex Tillerson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틸러슨은 엄격하고 근엄한 인상에 구약 성서에나 나올 법한 눈빛과 느릿느릿한 말투를 지닌 인물이어서, 사실 설득을 위한 캠페인 대표로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결코 언론친화적 인물이 아니며, 이번 기사에 관한 포춘과의 인터뷰도 거절했다).

하지만 틸러슨은 특유의 집중력을 앞세워 난제에 도전했다. 다른 CEO들이 함께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교육 정상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TV 광고를 지원하고, 여러 주의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지를 요구했다. 석유 및 천연가스 사업을 지지하는 정치인이라도 커먼 코어에 대한 틸러슨의 요구를 거부하면 엑손 모빌로부터의 후원금이 끊길 정도였다.

다른 기업들은 훨씬 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고, 논란에 부딪히면 후퇴하기도 했다. 일례로, GE-한 때 커먼 코어의 최대 지원군이었다-는 티 파티의 표적이 된 후 싸움에서 물러났다. 전 인텔 CEO 크레이그 배럿 Craig Barrett은 “CEO라면 어떤 형태든 자기 업체에 도움이 되는 사안에만 관여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교육 개혁이 “너무 뜨거운 감자여서 사람들로부터 열정을 끌어내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며 특히 커먼 코어가 교육 개혁을 “더욱더 어려운 진퇴양난의 문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배럿은 “많은 사람들이 그저 주변에 머물러 있다”며“건설적인 교육 논의가 아닌 정신 없는 정치 다툼으로 변질됐다… 이성이 승리하기를 희망할 뿐이다”라고 격분하며 말했다.

이번 기사는 커먼 코어를 둘러싼 싸움에서 대기업들이 행한 역할에 대해 다루고있다. 얼마나 적은 기업 대표들이 수십 년에 걸친 교육 개혁 노력이 실현되도록 도왔는지, 그들이 예상했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반대 진영의 공격에 얼마나 머뭇거렸는지, 스스로 바꾼 입장을 정당화하려고 어떻게 다시 이합집산했는지를 살펴본다.

이 중대한 갈등으로 인해 정치적 입장이 손바닥 뒤집듯 변하기도 했고, 철석같이 믿었던 친구가 끔찍한 적으로 바뀌며 전통적인 동맹관계가 달라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미국 자본주의자들은 ‘부도덕하고 자유를 빼앗는 사회주의적 의제’를 앞세워 미국 아이들을 ‘기업 소금광산에 투입할 꼭두각시’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했다.

한편으론 상상하기 어려웠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가장 강한 성향의 보수 세력과 대기업 간의 사이가 벌어진 것이다. 보수 세력 쪽에선 대기업을 점점 더 별다를 것 없는 ‘기득권 세력’으로 보고 있고, 이젠 정부만큼이나 끔찍한 존재로까지 인식하고 있다. 커먼 코어는 이제 다수의 주에서 자리매김을 하며, 뿌리내리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개혁법안 오바마케어 Obamacare 관련 다툼과 여러 측면에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반대 세력이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똑같다.

CEO들은 수십 년간 미국 교육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산업화된 34개 국가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최근 국제 시험 결과를 보면, 미국 학생들은 수학 부문에서 27위, 읽기 부문에서 17위에 머물렀다. 대학들은 신입생 중 상당수가 보강 수업을 들어야 할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기업들도 충분한 기술을 갖춘 미국 노동자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일관성, 효율, 책임감을 선호하는 경영인의 생각이 지방 자치라는 미국 전통과 정면충돌했다. 당시 IBM CEO 루 거스트너 Lou Gerstner가 소집하고, 여러 대기업 리더 및 43명의 주지사들이 참석한 1996년 교육 정상회의에서 앨코아Alcoa의 CEO 폴 오닐 Paul O’Neill은 “도대체 왜 아홉 살짜리 어린이들에 대한 통일된 기준조차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이 아이들이 구구단 9단을 외울 때, 50개 주에서 동일한 답을 얻을 수 없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CEO들에겐 너무나도 쉬운 문제였다. 경제의 세계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50개 주에 각기 다른 교육 표준이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비상식적인가? 거스트너는 1996년 교육 개혁 지원을 위해 비영리단체 어치브 Achieve Inc. 설립을 도왔다. 주지사와 CEO들로 구성된 이 단체 이사회는 일종의 전국 교육 표준 추진운동의 실험실 역할을 했다.

실제 근대 미국 교육 개혁의 시작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널드레이건 Ronald Reagan 대통령이 소집한 위원회에서 ‘위기의 국가(A Nation at Risk)’라는 역사적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보고서는 ‘점점 높아지는 평준화의 파고가 우리 미래 자체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이건 정부 교육부장관이었던 윌리엄 베넷 William Bennett은 ‘가치 있는 지식, 중요한 기술, 건강한 생각을 아우르는 공통된 핵심(common core)’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베넷은 12학년 교과과정 전체를 설계까지 했다).

보수 세력은 열광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철저히 자발적인 것이었고-베넷은 “주와 지역, 민간 당국에 최종 결정을 맡겨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많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정부의 교육 부문 역할은 미묘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연방법에선 연방 정부가 교육 표준이나 수업 교과과정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주와 지역 당국-공공교육 지원금의 90%를 제공한다-도 자치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교육 개혁 노력은 50개 주가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게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거스트너는 “이 사안의 경우, 전국 단위로 접근하는 것이 정말로 불가능하다”라며 “주나 도시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복잡하다. 불행하게도 기업가가 선호하는 철저히 이성적인 접근법으론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레이건 이후 모든 대통령이 이 사안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조지 H.W. 부시 George H.W. Bush 대통령과 빌 클린턴 Bill Clinton 대통령은 별도의 인사를 영입해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자발적인 전국 표준 만들기에는 실패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주들이 교육 표준과 시험을 채택하도록하는 낮은 수준의 초안을 통과시켰지만, 모든 결정은 각주의 자치권에 맡겼다.

대부분의 주는 끔찍할 정도로 낮은 기대치를 설정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George W. Bush 대통령의 2002년 교육 개혁 계획 ‘낙오학생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은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했다. 이 계획은 2014년까지 학생 100%가 읽기와 수학 부문에서 ‘능숙’ 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그리고 개선의 기미가 없는 학교들을 압박했다.

많은 주에선 단순히 시험 통과 점수를 하향 조정, 최대한 100%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다. 그 결과 여러 주는 다음과 같은 결과에 직면했다. 지난 2007년 미시시피주 자체 읽기 시험에서 ‘능숙’ 등급을 받은 4학년 학생의 비율은 90%였으나, 2년에 한 번 시행되는 전국 표준 시험을 통과한 학생은 19%에 그쳤다. 조지아 주에선 자체 수학 시험의 최소 기준을 충족한 8학년 학생의 비율이 82%였지만, 전국 시험을 통과한 학생의 비율은 겨우 25%였다. 후에 ‘정직성 격차(honesty gap)’로 알려진 현상이 대부분 주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2009년 4월, 마침내 각 주의 주지사와 교육당국 수장들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엄격한 표준들을 묶어 단일 체계를 수립하는 데 동의했다. 이것이 커먼 코어 주 표준 계획(Common Core State Standards Initiative)이다. 모든 아이들을 ‘대학이나 직장에 준비된 상태’로 만들고, 미시시피 주든 매사추세츠 주든 같은 성취수준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커먼 코어 표준에선 각 학년 학생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명시하는 한편, 교과과정이나 지도 방식은 강제하지 않았다. 새로이 표준화된 어려운 시험도 포함시켜 표준 충족 진도를 측정하고자 했다. 시험은 개선을 장려하고 신뢰성을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였다. 일괄 채택이 목표였다. 각 주 간의 비교가 가능해지고 매년 다른 주로 이사하는 학생이 뒤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며, 교육 아이디어와 교과서 및 수업 자료의 공유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커먼 코어를 추진한 사람들은 표준 채택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3단계 전략을 취했다. 1단계로 영어와 수학 과목에 대한 표준만을 개발해 노예제, 진화론, 지구온난화처럼 역사와 과학 수업에 등장할 만한 ‘이념적 지뢰들(ideological land mines)’을 제거했다.

이미 자선사업을 통해 수억 달러의 자금을 다른 교육 사업에 투자한 바 있는 빌게이츠를 영입한 것이 2단계였다. 게이츠 파운데이션은 커먼 코어의 개발과 홍보, 도입 등 사실상 모든 부분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게이츠는 2011년 진행한 월스트리트 저널 Wall Street Journal과의 인터뷰에서 “마치 공통 전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같다”며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게이츠의 투자는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국가 정책에 대한 부자 한 사람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게이츠가 지원한 수백 만 달러는 단기적으로나마 (가장 중요한) 3단계를 가능케 했다. 미 정부로부터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새 표준을 작성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 결과 커먼 코어 지지자들은 ‘주에서 주도한 계획’이란 말을 구호로 사용할 수 있었다. 전임 인텔 CEO 배럿은 “지역에서 주도한 이슈가 됐고, 그렇게 계속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모든 기초 작업이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그리고 세부 조항 초안을 작성할 시기가 다가오자, 진로 개발 준비에 초점이 맞춰졌다. 작성자들은 2개월의 시간을 들여 대학과 기업을 찾아가 고등학교 졸업생이 갖춰야 할 지식 목표를 당사자들로부터 청취했다. 그 후에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해 학년 별 표준을 만드는 ‘귀납적’ 접근법을 택했다. 그 결과 도출한 표준을 교원 노조, 주 교육 공무원, 학계 단체, 피드백 패널 및 독립 검수 위원회에 보내 내용을 검토하게 했다. 두 가지 초안을 온라인에 공개한 후에는 1만 개의 코멘트가 달렸고 추가 수정이 추진됐다.

CEO들과 마찬가지로 연방 교육 공무원들도 언제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바마 정권에서 교육부 부장관을 지낸 조안 바이스 Joanne Weiss는 “정치적 반발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연방 정부가 개입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바이스는 당시 행정부가 외줄타기를 하고 있었다고 인정하며 “교육부는 각 주에 자금을 되돌려줘 자체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개입하려 했다. 지원하면서도 거리를 두려 했다.

정말 균형 유지가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커먼 코어의 설계자들 또한 연방 정부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오점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얼마 간 모든 것은 계획대로 흘러갔다. 사실 상상 이상으로 훨씬 잘 진행됐다. 새표준은 공개와 함께 교육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업계로부터도 호응을 얻었다. 우파 편향의 워싱턴 싱크탱크 토머스 B. 포드햄 인스티튜트 Thomas B.Fordham Institute에서 이에 대한 가장 세부적인 평가(게이츠 파운데이션이 평가작업에 95만 9,116달러를 지원했다)를 내놓았다. 이 기관은 370 페이지 분량의 분석을 통해 커먼 코어 표준이 ‘대부분의 주’에서 사용되는 표준에 비해 ‘명백하게 우월’하다고 평가했다.

45개 주에서-그 중 절반 이상의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었다-2011년 말 커먼 코어를 채택할 정도로 과정은 순조럽게 진행됐다. 버지니아 주, 알래스카 주, 텍사스 주, 네브래스카 주 정도만이 채택을 유보했다. 미네소타는 영어에 대한 표준만 채택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최대한 몸을 사렸다. 도입을 강제로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강력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주 상호간 경쟁을 통해 연방 지원금 43억 5,000만 달러를 지원받는 ‘레이스 투 더 톱 Race to the Top’을 통해 이 과정에 박차를 가했다. 2010년 8월까지 ‘향상된 표준 및 고품질 평가’ (명백히 커먼 코어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를 승인한 주는 획득 가능한 500점 중 70점을 받았다. 경기침체가 한창이었기 때문에 지원금은 커먼 코어 채택 유도에 큰 힘이 됐다. 연방 교육부는 새로운 커먼 코어 시험 개발을 위해 여러 주가 함께 결성한 두 곳의 협회에도 3억 5,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채택이 결정된 45개 주의 경우, 공개 회의를 열어 교육표준을 주 교육 위원회가 승인하면 채택이 가능했기 때문에 큰 주목을 끌지 못할 수 있었다. 인디애나 주에서 표준 채택을 결정했을 당시 공교육 교육감 당선인이었던 토니 베넷 Tony Bennett은 “아무런 논란이 없었다. 비판도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승리를 눈앞에 둔 커먼 코어 지지자들은 표준을 실제 도입하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반대 세력의 뿌리깊은 반발이 곧 터져나올 것이란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게이츠는 후에 “어떻게 보면 초반에 너무 쉽게 일이 잘 풀렸다”며 “모든 것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사안이 반대에 부딪힐 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말썽꾼들(confounders)’은 억만장자나 CEO처럼 전통적인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에겐 골칫거리로 인식되곤 했다. 사회활동가들과 밀접하며 열정적이고 평범한 이들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필리스 슐래플라이 이글 포럼 Phyllis Schlafly’s Eagle Forum에서 자발적으로 유타 주 대표를 맡고 있는 게일 루지카 Gayle Ruzicka는 오랫동안 학교의 지역 자치권 보존을 위해 싸워왔다. 실제로 루지카는 그 어떤 부모보다도 ‘지역 자치권’을 철저하게 지키며 12명의 자녀 모두를 홈스쿨링으로 교육했다. 2010년 말, 루지카는 커먼 코어에 대해 들리기 시작한 말들을 심각하게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국가 표준으로 가는 비밀문”처럼 들렸다고 한다.

루지카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부모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여러 주에서 커먼 코어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뒤돌아보면, 학부모들의 지지를 얻지 않은 채 교육개혁을 승인했던 것 자체가 큰 실수였다. 표준에 대한 잠재적인 지지 세력이 방어의 필요성을 깨닫기도 전에, 반대 세력이 결집하고 조직화 할 수 있었다. 루지카는 싸움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파괴적인 수사 ‘오바마코어 Obamacore’를 만들어냈다.

루지카만 이런 생각을 한 어머니는 아니었다. 2011년 가을, 인디애나 주에 거주하던 헤더 크로신 Heather Crossin은 여덟 살짜리 딸이 수학을 배우는 방식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3학년인 딸의 숙제는 단순히 3 곱하기 9를 계산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딸이 찾은 답에 들어있는 논리를 설명해야 했다. 그녀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교장은 커먼 코어에 의한 변화 탓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 하원의원 댄 버튼 Dan Burton의 보좌관으로 일한 바 있는 크로신은 ‘커먼코어에 반대하는 시골 사람들(Hoosiers Against Common Core)’이란 단체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역 티 파티 단체를 만났고, 표준에 반대하는 아메리칸프린시플즈 프로젝트 American Principles Project(이 싸움의 주요 인물인 에밋 맥그로아티 Emmett McGroarty가 교육 이사로 활동하는 단체다) 같은 전국 단위 조직의 도움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티 파티는 크로신의 단체에 커먼 코어에 반대하는 ‘백서’를 제공하고, 웹사이트를 구축해주고, 전략 구성 및 유인물 작성에 도움을 줬으며, 심지어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지역 시위와 언론 인터뷰에 동참하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와 티 파티 네트워크를 타고 퍼진 엄마들의 풀뿌리 반대운동은 다수의 주에서 곧바로 탄력을 받았다. 당시 전미 주지사협회(National Governors Association)의 교육 정책 책임자였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부회장 데인 린 Dane Linn은 “여러 주의 소문을 들었다. 들불이 끊임 없이 일어나는 형국이었다”고 말했다.

커먼 코어 지지자들은 인디애나 주에서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이곳 반대 세력은 보수 성향의 공화당 소속 교육감 베넷을 표적으로 삼았다. 베넷은 학교 바우처, 독립형 공립학교(charter school), 엄격한 교사 평가, 커먼 코어 등을 지지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개혁 주인공으로 떠오른 인물이었다. 2012년 11월, 베넷은 재선에 도전했지만 선거 비용을 대거 쏟아 부은 민주당 후보(커먼 코어에 회의적이었던 교사 출신이다)에게 패했다. 같은 선거에서 티 파티 일원이었던 공화당의 마이크 펜스 Mike Pence도 커먼 코어 표준을 지지했던 공화당 임기제 주지사 미치 대니얼스 Mitch Daniels를 물리쳤다. 몇 개월 후, 인디애나 주는 커먼 코어의 도입을 연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티 파티 단체들은 커먼 코어를 전국 시위의 구호로 삼았다. 2013년, 극우 라디오 방송진행자 글렌 백 Glenn Beck은 이 싸움에 뛰어들며 “공산주의: 우리는 악과 맞서는 중이다”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그 해 4월, 공화당 전국위원회(Republican National Committee)는 커먼 코어에 대해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획일화하고, 미리 고안해 둔 평범함과 통제의 틀에 아이들을 순응시키려는 부적절하고 과도한 행위’라고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전국의 거의 모든 주지사와 학교 대표자들이 자발적으로 의뢰하고 채택한 ‘주 주도’의 계획은 반대 세력의 손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존재가 됐다. ‘민간 교섭 단체’와 (당연히) 오바마 대통령이 함께 ‘막후에서’ 개발한 ‘교육의 국가 정복(national takeover of schooling)’ 계획으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허가한 것처럼 보이는 점이 반대의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행정부 관료를 지내고 현재 미 상공회의소 교육정책 부회장을 맡고 있는 셰릴 올덤 Cheryl Oldham은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이었다면, 이 정도까지 반발이 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가 주도하고 추진한, 모두에게 강제된 정책으로 비쳤기 때문이었다. 그 점이 엄청난 반발에 불을 붙였다.”

반대 세력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레이스 투 더 톱’ 사업이 여러 주로 하여금 커먼 코어를 채택하도록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연방 정부는 표준을 작성하는 주에 오랫동안 자금을 지원해왔다. 주지사들이 연방 정부 지원금을 노리고 커먼 코어 개발에 합의한 사실도 분명했다. 인센티브 때문에 ‘주가 주도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적절한 연방정부의 역할’을 인정한 셈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선된 교육 표준을 반복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바람에 반대 세력에 더 많은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커먼 코어가 ‘행정부에 의해’ 개발된 표준이 아님을 인정하는 곤혹스러움을 감내하면서도 말이다.

물론 정당한 의문제기도 있었다. 거대한 규모의 교육개혁인데, 도입 일정이 너무 급한 건 아닌가? 표준이 너무 까다롭거나 너무 평이하진 않은가? 일각에선 재계의 표준 지지 목적도 의심했다. 단지 회사를 위한 ‘드론’이나 ‘최소 교육만 받은 일벌’을 만들려 한다는 비판이었다. 영어표준 부문에서 문학의 비중을 줄이고, ‘정보성 문서’ 분석을 너무 강조하지는 않았는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는 않는가? 몇몇 사람들은 더 높은 수준의 표준이 배움을 촉진한다는 가정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초 커먼 코어를 지지했던 교원 노조 위원장들도 그 실현 과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성과 평가에 새로운 표준 시험을 곧바로 적용하는 조치를 반대했다. 이 ‘중대한 시험’에 대한 비판은 훗날 커먼 코어가 정치적 좌 · 우파 모두로부터 비난 받는 단초가 되었다.

그러나 세부내용이 부족한 것이 이 교육 개혁을 무너뜨릴 정도의 위협은 아니었다. 문제는 산불처럼 번진 극단적 주장이었다. 슐래플라이는 커먼 코어를 “오바마의 속임수”라고 불렀다. 오바마가 출판업체 및 게이츠와 모의해 학생들을 ‘바보’로 만들고, ‘미국 좌익의 관점을 주입’하고, ‘동성결혼의 적극적인 전파’를 시도하는 한편, ‘도덕적 사회를 붕괴’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블로거들은 커먼 코어를 도입하면 연방 정부가 홍채인식 정보 등의 대규모 학생 관련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이 정보를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곳’에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모들은 커먼코어 때문에 10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큰 소리로 포르노 책자를 읽을 것이며, 선정적인 성교육이 의무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플로리다 주의 한 의원은 커먼 코어 시험에 대해 “가능한 모든 아이들이 동성애자가 되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는 점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커먼 코어는 공화당원들에게 정치적으로 방사능 같은 존재가 됐다. 포드햄 인스티튜트 회장 마이크 페트릴리 Mike Petrilli는 “2013년 갑자기 커먼 코어 폐지 법안이 모든 곳에 상정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커먼 코어를 지지하던 우리는 정말 무방비 상태에서 당했다.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해다. 누군가 반격에 나서지 않으면 커먼 코어가 불길에 쌓여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상황이었다.

어두운 정장에 금색 넥타이를 맨 백발의 남성이 격분해 양손을 흔들며 “우리 아이들은 물론 미국의 미래와 경쟁력이란 관점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에 관련된 정치논쟁을 가만히 앉아 보고만 있는 건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확실한 건 스스로 내 고향에 대해 정말 실망했다는 점이다. 지난 의회 입법 회기에 많은 시간을 들여 전화를 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만큼 이 사안을 둘러싼 정치적 영향력이 강했다. 하지만 맞서 싸워야만 한다.”

텍사스 기업 엑손 모빌의 CEO 렉스 틸러슨이 워싱턴에서 열린 2014년 패널 토의에서 자신의 무기력함을 안타까워하는 말을 듣는 것은 정말 낯선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 싸움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교육 개혁에 참여한 다른 CEO들과 마찬가지로 틸러슨도 더 높은 전국 표준을 ‘사업적 중요사안’으로 여기고 있다. 기업들은 충분한 기술을 갖춘 미국 노동자를 문자 그대로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틸러슨은 일반 부모들이 동감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패널 토의 과정에서 “공립학교는 과연 우리가 그들의 고객이라는 사실, 즉 기업이 고객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고등학교 졸업 말미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엑손 모빌의 CEO는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현재 고객이 보기엔 제품이 사용할 만한 형태인가? 아니면 결점이 있거나 흥미를 끌지 못하는가?” 틸러슨은 “미국 학교들이 성능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미래가 없는 결함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불행히도 결함 제품은 인간이다. 그래서 정말 심각하고 끔찍한 상황인 거다. 그러나 그게 바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

엑손 모빌의 기부 활동은 오랫동안 수학과 과학 교육에 집중돼 왔다. 틸러슨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202개 대기업 CEO를 대표하는 워싱턴의 강력한 교섭 단체다-의 교육 및 인력 위원회 의장직에 오른 2012년 초부터 커먼 코어를 둘러싼 싸움에 깊숙하게 관여해왔다.

그러나 루지카와 크로신 같은 반대 세력이 인터넷의 힘을 활용하는 동안 틸러슨 측은 좀 더 고상하고 오래된 매체에 의존했다. 엄마 블로거보단 백발의 CEO들에게 더 잘 전달되는 매체였다. 2012년 4월 엑손 모빌은 CBS의 마스터스 Masters 골프대회 중계에 광고를 내보냈다. ‘커먼코어가 우리 아이들에게 대학과 직장을 준비할 수 있는 더 나은 길을 열어준다’는 내용이었다. 광고문구는 ‘엑손 모빌과 함께 커먼 코어 주 표준 계획을 지지해주세요’였다.

엑손 모빌의 광고가 처음 등장했을 때,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1년 후에 다시 광고를 내보냈을 땐 반응이 있었다. 아주 적대적이었다. 글렌 백이 12분에 걸쳐 비판을 했고 엄청난 양의 이메일-엑손 모빌 파운데이션 ExxonMobil Foundation 대표이사 팻 매카시 Pat McCarthy에 따르면 99%가 비난 메일이었다-이 쏟아져 들어왔다. 광고를 논평한 어떤 블로그 포스트의 제목은 ‘커먼 코어를 위한 대기업 매춘부(Big Businesses Whore for Common Core)’였다. 반대 세력에선 기업 보이콧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에너지 기업 광고는 보지말라… 구역질이 난다’고까지 표현했다.

정부도 불만을 나타냈다. 2013년 5월, 당시 연방 교육부 장관 안 덩컨 Arne Duncan은 미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커먼 코어 보호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 CEO들에 대해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왜 업계가 그렇게 수동적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많은 기업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했다. 설상가상, 가장 강력한 지원기업이었던 GE(측면 기사를 참고하라)가 싸움을 포기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위협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커먼 코어 지지자들은 반격할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치브의 회장 마이크 코헨은 “초기 우리의 대응은 사실에 기반했다”며 “하지만 반대 세력의 호소 내용은 그보다 더욱 감정적인 것이었다. 종종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전략을 수립하고 싶어했다. 지지 세력 측에선 TV 광고를 비롯한 전국 지지 캠페인을 고려했다. 하지만 싸움을 벌이려 한다는 인식 자체가 강화되기를 원하진 않았다. 코헨은 “워싱턴의 누군가를 통해 아무런 음모도 없다고 설명하는 것으론 불을 끌 수 없다”고 말했다.

풀뿌리 반대운동으로 인해 커먼 코어는 강력한 이슈로 떠올랐다. 커먼 코어 표준을 지지했던 다수의 공화당 인사들이 말을 바꾸고 있었다. 대통령 후보 군들은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2013년 오클라호마 주의 커먼 코어 지지 세력은 바로 옆 알칸소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 Mike Huckabee를 영입, 위력을 더하던 폐지 운동에 맞서려고 했다. 허커비는 의원들이 개혁을 밀고 나가도록 촉구하는 두 페이지 분량의 서한을 작성했다. 서한에는 ‘이 표준이 오클라호마 주 교실에서 가르치는 내용에 관한 지역 자치권을 위협한다는 주장을 들었다. 한 명의 보수주의자로서 또 다른 보수주의자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이 주장이 절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라는 내용이었다. 허커비는 커먼 코어 표준에 대해 ‘내 진심에 가깝고 소중하다… 받아들이고 싶은 내용’이라고 지지를 표명했다.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 계획을 밝힌 허커비의 생각은 달라졌다. 그는 자신의 선거운동 웹사이트에 ‘우리는 커먼 코어를 폐지하고 상식을 되살려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입장을 뒤바꾼 인물은 허커비 뿐만이 아니다.

보수 정치인들은 커먼 코어를 서서히 자유를 위협하는 존재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커먼 코어 표준을 채택한 적도 없던 텍사스에서조차 주 의회 의원들이-교육의 지역 자치권을 지킨다는 미명 하에-2013년 6월 법안을 통과시켜 모든 학군에서 커먼 코어 표준을 사용하려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성공적으로 주지사에 당선된 그레그 애벗 Greg Abbott은 커먼 코어를 ‘박살’내겠다고 맹세하기까지 했다.

이 무렵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교육 전문가 역할을 했던 린에 따르면, 틸러슨이 회의 때마다 동료 CEO들에게 “겉으로 드러나게 지원하고, 주의 주요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개혁 추진을 지지한다고 말하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엑손 모빌의 CEO는 회원들이 스스로의 협상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활용하도록 촉구했고, 특히 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요 시설 운영 기업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틸러슨의 집요함은 일부 동료 CEO들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인텔과 시스코 Cisco 등 몇몇 기업들은 커먼 코어 표준의 홍보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다른 기업으로부터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틸러슨은 정치적 혼란 속에서 동료 CEO들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없었다.

틸러슨은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2013년 5월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표준 도입을 연기하자 그는 주지사를 비롯한 여러 인물에게 서한을 보내 엑손 모빌이 주에서 ‘상당한 사업운영’을 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커먼 코어가 있어야 엑손 모빌에게 ‘주 출신 졸업생이 고용에 필요한 교육 표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신뢰’가 생긴다고 조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육 블로거 한 명이 틸러슨의 서한을 ‘마피아 스타일의 편지’라고 묘사한 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영화 ‘대부’에서처럼) 곧 침대에 놓인 말의 머리 때문에 잠에서 깨어 희미한 휘발유 냄새를 맡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5개월 후, 틸러슨은 입장을 더욱 분명히 했다. 표준 폐기를 고려하던 의원들에게 커먼 코어를 채택하지 않은 주에선 엑손 모빌이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를 했다. 그는 한 교육 회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NBC 앵커 톰 브로코Tom Brokaw에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주에서 인력을 찾을 수 없다면, 그 옆 주로 가서 인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린 커먼 코어 주 표준을 사용하는 주들에서 찾을 것이다. 이 표준 하에 졸업한 학생들을 크게 신뢰하기 때문이다.”

엑손 모빌의 거친 CEO가 끈질기게 지지 입장을 표명하자, 연방 규제를 강하게 비판하던 골수 공화파인 그에게 상상하지 못한 공격이 가해졌다. 당시 티 파티 단체 프리덤워크스 FreedomWorks를 이끌던 톰 보렐리 Tom Borelli가 틸러슨의 지지 표명을 “대기업이 큰 정부와 손잡고 우리 삶에 대한 통제를 확장하려는 또 다른 사례”라고 비판한 것이었다.

2014년 초가 되자, 상황이 커먼 코어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인디애나 주는 커먼 코어 채택을 완전히 포기하는 첫 번째 주가 됐다. 곧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가 그 뒤를 이었다. 전미주의원컨퍼런스(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ors)의 기록에 따르면, 주의회 의원들은 그 후 1년 동안 커먼 코어 도입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는 법안을 100개 이상, 커먼 코어 채택 자체를 취소하는 법안을 40개 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라호마 주는 커먼 코어에 대해 지금까지 가장 극적인 반전을 보인 지역이었다. 메리 폴린 Mary Fallin은 커먼 코어의 강력한 지지자로 당선된 첫 번째 여성 주지사였다. 그녀는 2014년 1월 전미주지사협회 연설에서 커먼 코어 표준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그러나 그 해 봄, 오클라호마 주 의회는 커먼 코어 채택을 취소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채택 자체를 취소할 뿐만 아니라, 주에서 새로운 표준을 도입하도록 강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었다(커먼 코어와 조금이라도 유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10가지 비교사항이 조건으로 포함됐다).

폴린은 이 법안에 서명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고, 시민단체들은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한 반대 세력 단체는 ‘커먼 코어는 옳지 않다(common core is not ok)’라고 쓰인 녹색 티셔츠를 입고 주의회를 포위하기도 했다. 전국 단위의 조직들로부터 폴린의 집무실로 수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커먼 코어 채택 취소 법안에 서명을 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한편, 교직원과 교사들은 교육대혼란을 경고했다. 이미 커먼 코어에 맞춰 가을 학기 수업 계획을 준비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기업들은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에너지 회의 연설을 위해 오클라호마 시티 Oklahoma City를 방문 중이던 틸러슨은 ‘고귀하고 의미 있는 표준’이라는 초심에서 물러서지 말라고 오클라호마 주에 호소했다.

결국 폴린은 커먼 코어 반대 세력의 편에 섰다. 그녀는 2014년 6월 5일 커먼 코어가 “오클라호마 공교육의 지역 자치권을 없앨 것이라는 우려가 널리 퍼지고 있다”-이전에는 그녀 스스로 일축했던 우려다-며 새 법안에 서명했다.

이 시기에 틸러슨의 엑손 모빌은 자체 기업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 · PAC)를 위한 새 정책을 도입했다. 기업 정치활동위원회가 커먼 코어를 적극 반대한 당선직 공무원에게 더 이상 후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 내용이었다. 엑손 모빌의 주요 사업 이익을 뒷받침해주던 인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새로운 정책에 영향을 받은 첫 번째 인물이 바로 오클라호마 주지사 폴린이었다. 그녀의 선거운동 위원회는 엑손 모빌의 기업 정치활동위원회로부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6,000달러의 후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재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벌이던 2014년에는 엑손 모빌 기업 정치활동위원회로부터 후원금을 한 푼도받지 못했다.

커먼 코어 지지 세력은 오클라호마에서 패배하기 훨씬 전부터 방어를 강화하는 한편, 이를 좀 더 지역에 특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채택 취소를 고려하는 개별 주에서 진정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지 세력은 웹사이트와 함께 상근 직원을 지원했고, 각 주의 지지 단체 설립을 돕는 ‘각개전투’도 전개했다. 웹사이트에는 커먼 코어를 지지하는 재계 리더들과 지역 교사들의 성명을 올렸다.

보수 정치 및 홍보에 관련된 능력의 필요성을 깨달은 커먼 코어 지지 세력은 직접 설립한 ‘학생들의 성공을 위한 공동행동(Collaborative for Student Success)’이라는 새로운 비영리단체를 활용해 ‘사실에 기반한 논의’를 벌이고자 했다(이 단체는 엑손 모빌 파운데이션의 지원금은 물론, 게이츠 파운데이션으로부터도 지원금 2,790만 달러를 받았다). 단체 운영을 위해 8개의 거대 단체 리더들은 뉴트 깅리치 Newt Gingrich의 보좌관 출신으로 워싱턴에서 홍보 및 마케팅 사업을 하던 캐런 너슬 Karen Nussle을 영입했다. 너슬은 ‘보수적 조언자’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신속하게 반응하는 운영 방식을 수립해 커먼 코어 소식을 퍼뜨리고 반대 세력의 비판에 강력하게 대응했다.

그녀는 커먼 코어의 설계자 중 하나였던 윌리엄 베넷도 합류시켰다. 우익 세력을 달래기 위한 광고와 언론 인터뷰에서 베넷은 오바마 행정부가 중간에 끼어들었다고 비난했다(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그것이 모든 것을 망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커먼 코어 표준이 “여전히 훌륭하며 보수주의적 아이디어”라고 옹호했다.

그는 맨체스터 유니언 리더 Manchester Union Leader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전국적으로 진정한 표준을 채택해 산업화 세계에서 더 이상 바보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너슬은 현재 작가이자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베넷에 대해 “뿌리 깊은 보수주의자여서 공격받을 일이 없기 때문에 이상적인 조력자”라고 말했다(그래도 베넷에 대한 공격은 있었다. 보수 블로그 레드스테이트닷컴 RedState.com은 “돈으로 빌 베넷을 매수해 커먼 코어를 옹호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몇몇 재계 리더들 또한 지지 노력을 강화했다. 스테이트 팜 State Farm은 경제개발위원회(Committee for Economic Development)에서 개발한 비즈4레디니스 Biz4Readiness라는 스마트폰 앱의 개발자금을 지원했다. CEO들은 커먼 코어 표준을 홍보할 때 이 앱을 전자 커닝페이퍼처럼 활용할 수 있었다. 통계, 이야깃거리, 동영상, 커먼 코어 관련 ‘일반적인 오해’ 에 대한 반박이 망라되어있었다. 2014년 미 상공회의소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2개월 간의 광고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 광고는 골프 대회가 아닌 폭스 뉴스 Fox News 시간에 방영됐다.

커먼 코어에 대한 분노는 여전히 들끓고 있으며, 정치인들도 거대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교육 공무원과 많은 교사들은 커먼 코어 표준의 내용을 대단히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렇게 서로 반대되는 입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너무나도 쉬운 세 번째 방법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27개 주가 채택을 취소하는 대신, 간단하게 교육 표준의 명칭을 바꿨다. 조항을 약간 수정하더라도 대부분은 그대로 유지했다. 예컨대 플로리다 주는 다음과 같았다. ‘공포스럽던 커먼 코어가 사망했다! 차세대 선샤인 스테이트 표준(Next Generation Sunshine State Standards) 만세!’

이는 공화당원들에게 정치적인 방패막이 됐다. 커먼 코어 지지자들 입장에선 이러한 사안을 두고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지지자들은 진정한 교육 표준이라면 커먼 코어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커먼 코어 표준에 수백 만 달러를 지원한 자선단체 헬름슬레이 체리터블 트러스트 Helmsley Charitable Trust의 교육 프로그램 책임자 리치 매키언 Rich McKeon은 “아이들이 수학과 글쓰기, 깊은 분석적 사고를 많이 하길 바란다면 커먼 코어를 완전히 없앨 순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싸움의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2015년 들어선 채택 취소의 분위기가 힘을 잃는 것처럼 보였다. 애리조나 주에서의 싸움이 전환점이었을지도 모른다. 공화당 주지사 더그 듀시 Doug Ducey는 커먼 코어 반대 캠페인을 벌인 후 2015년 1월 당선됐다. 티 파티의 지원을 받은 의원들은 커먼 코어 폐지 법안을 즉시 준비했다. 듀시의 전임 주지사였던 공화당 소속 얀 브루어 Jan Brewer는 커먼 코어 표준을 지지했다.

반대 세력은 커먼 코어 표준과 그 지지 세력 모두를 표적으로 삼았고, 여기에는 전 인텔 CEO 배럿도 포함됐다.

다시 한 번 비난이 거세졌다. 공화당원인 배럿은 은퇴 후 애리조나 주에서 브루어의 교육 조언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커먼 코어를 반대하는 애리조나 사람들(Arizonans Against Common Core)’이라는 단체는 “배럿이 UN과 연관돼 있다. ‘커먼 코어 과학 표준’ 도입으로 지구 온난화를 가르치려 한다”고 비난했다(그러나 커먼 코어는 과학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과학 표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채택 취소 법안은 애리조나 주 하원을 통과해 공화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상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재계가 조직된 반대 세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학습을 마친 것처럼 행동했다. 애리조나 주상공회의소-그리고 배럿-의 반격이 거셌다. 상공회의소는 열정적으로 상원의원 한 명 한 명에게 로비를 진행했다. 수년 간 별 성과를 올리지 못한 교육 체계 개선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던 애리조나 주에겐 커먼 코어 표준을 통해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콜드 스톤 크리머리 Cold Stone Creamery의 전 CEO 듀시에게도 같은 논리를 펼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지사는 커먼 코어 표준을 없앨 ‘필요’가 전혀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1주일 후 애리조나 주 상원 표결 결과 16 대 13이 나와 커먼 코어 유지 쪽이 승리했다.

커먼 코어 적대 세력은 굴복할 생각이 없다. 현재 16개 주가 다양한 실행 방식의 ‘재검토’를 앞두고 있다. 커먼 코어 채택을 취소하는 주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2015년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올해 분명 법적 싸움이 재개될 것이다.

그러나 커먼 코어는 현실이 됐다. 오바마케어와 마찬가지로 여러 번 매도 당했지만, 이를 취소하는 것이 점점 비현실적인 시도가 되고 있다. 수없이 많은 학교들이 이 교육 표준을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설계했고, 교사를 재교육했으며, 새 책과 교보재를 구입했다. 이를 뒤집는 건 지금까지 했던 모든 수고를 한 번 더 하겠다는 의미이다. 현재 42개 주가 공식적으로 커먼 코어(이름이 무엇이든) 도입에 전념하고 있으며,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인디애나 주, 알래스카 주는 전문가들이 커먼 코어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하는 자체 교육 표준을 도입한 상황이다. 수십 년 동안 논란과 갈등을 빚은 후, 미국 학생 대부분을 위한 더 높은 수준의 사려 깊은 단일 교육표준이 그 형태를 갖춰 가고 있는 셈이다(엑손 모빌은 커먼 코어 표준이 이젠 충분한 지구력을 갖췄다고 확신해, 커먼 코어 반대 의원에 대한 선거자금 지원 중단 정책을 철회했다).

이 거대한 실험이 궁극적인 목표를 얼마나 잘 달성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 목표는 아이들(그리고 미국)을 어려운 미래에 대비시키는 것이다. 발달 상황을 투명하게 평가할 수 있는 공통 표준 시험이라는 커먼 코어의 중요 사안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과도한 시험에 대한 부모들의 우려와 너무 성급하고 냉정하게 평가받을지도 모른다는 교사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확정이 미뤄졌기 때문이다(실제로 시험의 신뢰성 확보를 강조했던 게이츠 파운데이션조차 ‘모든 이에게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교사 평가 및 학생 진학을 위한 새로운 커먼 코어 시험을 2년 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커먼 코어 시험 개발을 위해 초기에 설립된 두 개의 협회 중 한 쪽에라도 가입한 43개 주 가운데 이젠 약 절반 정도만이 남아 있다. 커먼 코어 채택을 취소해 자체 시험을 사용해야만 하는 주들은 교사와 부모의 우려는 물론, 새로운 시험과 그 비용도 문제를 삼고 있다. 하지만 표준 채택을 취소할 의지가 없는 주들은 시험을 도입하지 않는 것이 지역 자치를 공고히 하고, 커먼 코어에 대한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방법이라 보고 있다.

초기에 도입을 시작한 주들은 올해 처음으로 새로운 시험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참신하면서 투명한-아마도 우울할 것으로 예상되는-학생 실력 평가 결과를 내놓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 표준과 ‘조정된’ 시험 조합이 학교 교실의 개선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지 평가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 보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 연구소(Hoover Institution) 선임 연구원이자 베테랑 교육학자인 체스터 핀 Chester Finn은 “(지금이) 커먼 코어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였다. “더 나은 표준이 생겼다. 아이들이나 학교의 성과에 대해 거짓이 줄어들었다. 보다 나은 교과과정이 자리잡았다. 100%의 성공을 원했다면, 현재까지 37% 정도의 성공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 초기 단계다. 교육을 이끄는 항공모함은 정말 느린 속도로 방향을 바꾼다.”



◆ 커먼 코어의 기본 내용
50개 주마다 각기 다른 교육 표준을 하나의 표준으로 대체하려는 커먼 코어는 엄격하면서도 집중도 높은 전국 단일의 청사진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각 학년에서 수학과 영어 과목에 대해 학생들이 알아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커먼 코어는 다른 국가보다 저조한 미국의 교육 수준을 개선하려는 정책이다.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학이나 직장에 준비된’ 상태로 만들고, 국가의 경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커먼 코어는 새로운 표준에 맞게 성취도를 평가하고, 주에 따른 격차를 비교할 수 있도록 새롭게 표준화된 테스트를 포함하고 있다.

커먼 코어는 당초 연방 정부 지원금 없이 개발됐다. 그러나 연방 교육 지원금을 두고 다투는 ‘레이스 투 더 톱’의 지원을 받으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채택될 수 있었다.



입장이 갈린 CEO들
엑손 모빌 EXXON MOBIL /
커먼 코어의 확고한 지지자 렉스 틸러슨 CEO가 이끄는 이 에너지 대기업은 커먼 코어 표준을 지지하는 TV 광고를 방영했다. 또, 보수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새롭고 적극적인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노력에도 동참했다.

인텔 INTEL /
전 CEO 크레이그 배럿은 가장 열정적으로 커먼 코어를 지지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인텔은 커먼 코어 표준이 공격 받을 때에도 배럿과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인텔은 2013년 커먼 코어 전문가들과 함께 포럼을 주최했으며, 직원들이 커먼 코어 홍보대사로 활동하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스테이트 팜 STATE FARM /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임 CEO 에드 러스트 Ed Rust가 오랫동안 적극적으로 교육 관련 싸움에 동참했다. 스테이트 팜은 CEO들이 커먼 코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 통계, 동영상이 가득한 스마트폰 앱 비즈4레디니스의 개발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사스 SAS /
민간 소프트웨어 대기업으로서 오랫동안 교육 자선사업에 집중해 왔다. 각 주의 표준에 맞춘 무료 온라인 수업 도구도 제공했다. CEO 짐 굿나이트 Jim Goodnight-공개적으로 커먼 코어 지지자다- 지휘 아래 사스는 새로운 교육 표준에 맞도록 신속하게 지원 내용을 조정했다.

GE /
GE는 자사 자선사업단을 통해 초기부터 막대한 자금을 기부했으며, 커먼 코어를 앞장서 홍보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티 파티 시위대의 표적이 되자, 지원금(그리고 입장)을 논란이 덜한 자선사업 쪽으로 돌렸다(뒤의 상자 기사를 참고하라).



위선자와 변덕쟁이
수많은 정치인들-특히 공화당원들-은 정치적 논란이 거세지자, 커먼 코어에 대한 입장을 숨가쁘게 바꿨다.

크리스 크리스티 Chris Christie (뉴저지 주지사)
찬성! “뉴저지 New Jersey 주는 커먼 코어를 도입하고 있고, 이는 계속될 것이다… 공화당원들 중 일부에서 반대를 하는데.. 바보 같은 짓이다… 마치 대통령이 좋아하면 의회 공화당원들이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3년 8월, 라스베이거스 교육 회의에서

반대! “우리 교육에 대한 연방 정부의 통제를 거부하고, 이를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워싱턴 사무실에서 (통제권을) 꺼내 뉴저지 주 이웃에게 돌려줘야 한다. -2015년 5월 28일, 뉴저지 주 벌링턴 카운티 칼리지 Burlington County College에서


마이크 허커비 Mike Huckabee (전 아칸소 주지사)
찬성! “이름을 바꾸고, 중심을 재조정하되 물러서면 안 된다.” -2013년 11월 전국교육감위원회 연설

반대! “우리는 커먼 코어를 폐지하고 상식을 되살려야 한다.” -2015년, 허커비 선거운동 웹사이트


젭 부시 Jeb Bush (전 플로리다 주지사(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후보)
찬성!“사람들이 커먼 코어의 정체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분명한 효과를 지닌 방법을 무시해야 하는가?” -2015년 5월, 내슈빌 Nashville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커먼 코어’라는 말은 너무 지저분하고 유독한 것이어서,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다. 연방 정부의 영향이 없는 내용과 교과과정을 담 은 더 높은 수준의 교육 표준-주에서 만들고 지역에서 도입한-에 찬성한다.” -2015년 8월 14일, 아이오와 Iowa 주에서


칼리 피오리나 Carly Fiorina (전 휼렛패커드(HP) 최고 경영자)
찬성! “세계적으로 참조가 되는 표준과 평가방식은 우리 학생들이 21세기 경제 상황에서 성공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졸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2009년 11월, ‘칼리 온 에듀케이션 CARLY ON EDUCATION’에서 상원의원 선거운동을 위한 입장 발표 중

반대! “커먼 코어는 정말 나쁜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관료체계 프로그램이다. 40년 동안 교육부가 계속 비대해졌기 때문에 우린 더 악화된 교육 수준을 목격해왔다.” -2015년 5월 6일, 시엔비시 인터뷰에서.

찬성 입장 지속 - 힐러리 클린턴 Hillary Clinton, 존 케이식 John Kasich
입장 불분명 - 버니 샌더스 Bernie Sanders
반대 입장 지속 - 벤 카슨 Ben Carson, 테드 크루스 Ted Cruz, 랜드 폴 Rand Paul,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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