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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작량감경과 양형기준

김성수 사회부 차장




우리나라 형법에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해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조항(제53조)이 있다.

‘작량(酌量)’은 ‘짐작해 헤아린다’는 뜻이고 ‘감경(減輕)’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벌에 처한다’로 풀이된다. 법률로 정한 형량이 범죄자의 딱한 사정에 비해 과중하다고 판단될 때 법관 재량으로 형을 줄여준다는 의미다. 아울러 작량감경에 해당하는 재판상의 감경은 법률의 특별 규정에 따라 형을 줄이는 법률상 감경과는 다르다.

작량감경은 제한된 범위에서 적용되는데 법률상의 감경범위(형법 제55조)를 벗어날 수 없다. 일례로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는 그 형기의 2분의1로 제한된다. 형량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는 만큼 판사에게 주어진 재량권이 꽤 세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유형의 범죄에 판사마다 각기 다른 형량을 선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법원은 양형기준을 제시하고 법관들이 이에 따르도록 권고한다. 물론 양형기준이 법정형보다 낮아 작량감경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지만 뒤집어 보면 작량감경의 범위를 제한하는 순기능도 있다. 법관이 양형기준에 못 미치거나 벗어나는 형을 내릴 경우 판결문에 양형 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인 사유 없이 양형기준을 이탈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양형기준도 때때로 범죄 피해자의 불만이나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한다. 피해자나 국민이 봤을 때 범죄 사실에 비해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사회 이슈로 떠오른 범죄나 유력인사가 피고인석에 서는 재판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형기준이 사회 변화와 국민 정서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8일 양형위원회가 발표한 교통범죄 양형기준은 이러한 지적을 발 빠르게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날 양형위가 양형기준을 의결한 범죄는 근로기준법 위반과 석유사업법 위반, 과실치사상범죄, 교통범죄 등이다. 교통범죄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난해 12월 양형기준안을 제시했지만 교통범죄는 예상과 달리 새롭게 추가한 것이다. 특히 교통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2012년 의결해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이번에 난폭운전과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도록 수정됐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음주운전과 난폭운전에 대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을 법원이 받아들인 셈이다.

공분을 불만으로 바라보지 않고 민의로 받아들이려는 법원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억울한 피해자를 막겠다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국민의 억울한 심정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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