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처음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옴니쇼어햄호텔에서 만난 두 정상은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긴 80분간 대화하며 북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소통하자”며 숙제를 남긴 채 해어졌다.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을 만난 것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시진핑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의 면전에서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두 정상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시진핑 주석은 곧이어 박 대통령을 만나서도 사드 배치 반대의사를 직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짐작된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거론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서 양측의 기존 입장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고 앞으로 한·중 간에 이 문제에 대해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양국 정상이 사드 배치를 ‘한국의 국익 문제’와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문제’로 보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대화를 마무리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시진핑 주석은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작심하고 워싱턴에 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뜻을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분명히 전한 것으로 관측된다. “계속해서 소통하기로 했다”는 외교적 수사는 사드를 둘러싼 한·중 정상의 의견 불일치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그러나 한·중은 사드를 제외하고는 협력 강화 방안을 다각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약속하는 등 성과가 나왔다.
김규현 수석은 “양 정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특히 독자적 대북제재가 상호 보완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분야에 대한 성과도 있었다. 두 정상은 한·중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문화산업 등에서 제3국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일대일로 등 양국 발전전략 간 연계 협력도 구체화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인문·문화교류를 확대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했다. 판다 공동연구, 인문교류 테마도시 등 69개 인문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로 올해 합의한 것을 환영하는 한편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선 양국 인적 교류가 2016년 ‘한국 관광의 해’를 맞아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미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평화통일이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며, 동북아와 세계평화의 종착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워싱턴=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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