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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기획 '귀.국.전(歸國展)'-韓사회의 민낯을 보다

7~24일 ‘주제기획전’ 세 편 연달아 선보여

젊은 연출가 김민정·이경성·구자혜가 바라본 한국





우리 사회의 불편한 민낯을 독특한 방식으로 들여다보는 연극 작품 세 편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은 7~24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주제기획전 ‘귀.국.전(歸國展)’을 통해 연극 ‘불행’, ‘그녀를 말해요’, ‘커머셜, 데피니틀리’를 차례로 선보인다.

‘귀국전’은 1970년대 예술가들이 검열을 피하려고 ‘귀국전’이라는 제목을 붙인 데서 따온 것이다. 1975년 ‘유신헌법을 비방하는 사람들은 영장 없이 체포·구금할 수 있다’는 긴급조치 9호가 공포된 이후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단속도 한층 강화됐다. 이듬해 ‘한국문화예술윤리위원회’가 생겨 공연물·음반·영화 등에 대한 검열이 깐깐해진 것이다. 당시 클래식의 경우 유학 후 귀국한 예술가들이 ‘귀국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공연하면 검열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때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정부의 가위질을 피하려 귀국전이라는 용어를 썼다. 이번 공연 역시 참여 연출가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그곳의 감성을 담아 작품을 올리는 자리가 아니다. 소극장·골방·연습실 등 허름하고 작은 곳에서 바라본 슬프고 폭력적인 고국을 저마다의 통찰력으로 표현했다.

연극 ‘불행’이 공연될 무대 전경/사진=남산예술센터


■황당한 공간 경험-불행(김민정 구성·연출, 7~10일)

불행은 지난해 ‘제22회 베세토 페스티벌’에서 남산예술센터 공간의 특성을 살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해 호평을 받았다. 극장 전체는 그 자체로 ‘불행’의 전시 공간이 된다. 관객들은 공연을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뒷골목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시된 불행한 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무대 곳곳, 심지어 객석까지 불행이 전시된다. 관객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나서거나 극장 곳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김민정 연출은 불행의 전시를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과 생각을 던진다. 지금도 세상이라는 공간 곳곳에서 온갖 크고 작은 불행이 진행 중이고, 이 불행을 제대로 체감하고 지속해서 공유하지 못하는 우리의 삶이야말로 실은 더 불행한 것이 아니냐고. 또, 극히 일부만을 보고 누군가의 불행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 또한 불행한 일은 아니겠느냐고 말이다.

연극 ‘그녀를 말해요’/사진=남산예술센터


■엄마와 딸, 그리고 세월호를 말하다-그녀를 말해요(이경성 작·구성·연출, 14~17일)

연극 ‘그녀를 말해요’는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엄마들의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이경성은 지난해 ‘비포 애프터’에 이어 ‘그녀를 말해요’로 2014년 4월 16일의 비극을 들여다본다. 비포 애프터가 여러 인물의 기억을 통해 거시적으로 세월호 문제를 과감하게 끄집어냈다면, 이번 작품은 ‘남은 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배우들은 공연을 위해 세월호로 딸을 잃은 엄마들을 만나며 인터뷰했다. ‘그 사건이 남긴 아픔이 무엇이냐’ 묻지 않았다. 한 명의 아이가 한 가정에서 약 18년간 자라나며 겪었을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를 하나둘 수집했다. 엄마는 딸을 말하고, 배우는 딸을 기억하는 엄마를 말한다. 그렇게 ‘그녀를 말하는’ 시간이 펼쳐진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304개의 세계. 이를 기억하는 ‘남은 자들의 방식’을 강구하기 위한 작업이다



연극 ‘커머셜, 데피니틀리’/사진=남산예술센터


■문제적 인물들이 폭로하는 국가의 모순-커머셜, 데피니틀리(commercial, definitely·구자혜 작·연출, 21~24일)

부제는 ‘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이다. 2015년 초연 당시 ‘마카다미아, 표절, 메르스 그리고 맨스플레인’이라는 부제로 당시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나열했다면, 새 부제의 이 작품은 2016년 지금 이 시대의 한국 사회를 다시 한 번 폭로한다. 올해를 뜨겁게 달군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해 이야기를 펼치는 방식으로 극이 전개된다. 이들은 무대 위로 걸어 나와 뻔뻔한 태도로 자신의 정당성을 역설하며 자기를 과시한다. 현대 공연예술계의 힙(hip)한 요소들을 끌고 와 국가의 폭력과 뻔뻔한 모순을 유러머스하게 폭로한다.

연극은 이와 함께 ‘현대의 극장은 어떤 모습인지’, ‘지금 이 시대의 연극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자세한 정보는 남산예술센터 누리집(www.nsartscenter.or.kr)을 참고하면 된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 전 석 3만 원, 청소년 및 대학생은 1만 8,000.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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