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자동차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차량 안에서 집안의 가전기기를 컨트롤 하는 기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자동차가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구현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사실상 자동차와 정보기술(IT) 기기를 이종(異種) 결합해 그 경계를 허물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스마트카’ 시장 선도 청사진을 공개했다. 일명 ‘커넥티드 카(초연결 지능형 자동차)’의 개발 콘셉트와 전략을 공개하는 한편 자동차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어 자동차가 모든 일상 생활의 중심이 되는 ‘카 투 라이프(Car to Life)’ 시대를 열기로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에 앞서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그룹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정보통신과 전자기술이 융합된 미래기술 개발역량을 더욱 강화해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자동차 혁신에 대한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이번 선언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재계에서는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최근 보급형 세단 ‘모델3’를 내놓고 출시 36시간 만에 예약 주문 25만 대를 돌파할 정도로 전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현대·기아차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내년을 전기차 원년으로 선언한 가운데 구글과 애플 등이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고 삼성전자까지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다”며 “대표 상품이 없는 현대차로서는 위기를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 카 시장 공략을 위한 로드맵으로 장기·중기·단기 계획을 각각 세워 리더 자리를 탈환하는 한편 고객과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로 했다.
우선 중장기 과제로는 △지능형 원격 지원 서비스 △완벽한 자율주행 △스마트 트래픽 △모빌리티 허브 등 4가지 분야가 선정됐다.
지능형 원격 서비스는 차량을 원격 접속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완벽한 자율주행은 차에 센서를 달아 충돌들 방지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주변 차량들의 목적지와 운행 방향까지 모두 파악하는 고차원 기능을 뜻한다. 또한 스마트 트래픽은 개별 차량에게 최적화된 이동구간을 제시해 시간 및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모빌리티 허브는 자동차가 고성능 컴퓨터 및 서버 역할을 수행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중단기 과제로는 스마트폰 및 스마트홈 연계 서비스 등 2가지 분야에 집중해 실현 가능한 작품을 내놓을 방침이다. 스마트폰 기능을 통째로 자동차로 이식하는 한편 자동차 내부에서 집에 있는 가전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네트워크와 클라우드·빅데이터·보안 등 4대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관련 기술을 이미 확보한 글로벌 업체들과 적극적인 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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