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짧은 휴가를 내 중국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김현이(32세·가명)씨는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을 찾았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단체 관광객들로 붐비는 것도 붐비는 것이었지만 인도장 한 편이 쇼핑백과 종이상자, 완충재와 같은 각종 포장 쓰레기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풍경에 다른 이용자들도 혀를 내둘렀다”며 “오랜만의 여행으로 들뜬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이 쓰레기장으로 전락했다. 시내 면세점이나 인터넷 면세점을 이용한 고객들이 면세품 인도장에서 상품을 찾아가면서 완충재나 종이상자 등 필요 없는 포장을 모두 벗겨버리고 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늘어나 면세품 인도장이 북적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하루종일 쏟아져나오는 포장 쓰레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고객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면세점 인도장을 운영하는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10여 명의 청소 인력이 상주하면서 쉴새 없이 포장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협회 관계자는 “휴지통을 마련해뒀지만 고객들이 많이 몰릴 때는 어쩔 수 없다”며 “면세품 인도장뿐만 아니라 공항 곳곳 게이트에 흩어져서 포장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일부 고객들은 포장을 뜯어서는 안 되는 액체류까지 포장을 풀고 가기도 한다. 직원이 발견하는 대로 제지하지만, 인원의 한계로 일일이 단속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런 고객들을 위해 우리가 돈을 들여 재포장을 할 수 있도록 포장재와 테이프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포장을 이중으로 하는 것으로, 명백한 낭비라는 지적이다.
받자마자 버리고 가는 포장을 어째서 이렇게 많이 하는 것일까. 한 면세점 관계자는 “배송할 때 상품이 파손될 경우 고객 불만이 크기 때문에 꼼꼼하게 포장한다”며 “한 고객이 한 번에 주문한 상품들이라도 재고에 따라 어떤 것은 매장에서, 어떤 것은 물류창고에서 배송되기 때문에 박스 포장이 각각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불가피한 부분도 있지만 면세점 입점 업체들의 과대포장도 포장 쓰레기 양산에 한몫을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시내 면세점에서 향수를 구입한 정지은 씨는 “인도장에서 제품을 받아보니 요청하지도 않은 선물 포장이 돼 있었다”며 “여행 가방이 넉넉하지 않아 받은 즉시 포장을 버리고 갔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얼마 전 인터넷 면세점을 통해 백팩을 구입한 한 고객도 “파손 우려가 없는 나일론 재질의 가방이었는데 완충재로 두껍게 둘둘 싸인 채로 배송이 와서 다 뜯어내느라 시간만 보냈다”며 “면세점 백에 담겨왔는데 또 별도로 해당 브랜드의 쇼핑백이 같이 와서 이 역시 버리고 갔다”고 설명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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