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만나는구나!’
한일 양국의 고대 불교조각을 대표하는 우리나라의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이하 국보 78호 상)과 일본의 국보 주구사(中宮寺) 소장 ‘목조반가사유상’(이하 주구사 상)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기획된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전을 다음달 24일부터 6월12일까지 박물관 내 기획전시실에서 연다고 20일 밝혔다.
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얹은 ‘반가(半跏)’ 자세로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사유(思惟)’에 잠긴 보살상을 뜻한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생각에 빠진 출가 전의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 반가사유상은 불교가 탄생한 인도에서 등장해 중앙아시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닿았고 일본까지 전래됐다.
예술적 완성도는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이 으뜸으로 꼽힌다. 당시 미륵신앙(미래에 중생을 구제할 미륵보살에 대한 신앙)으로 반가사유상의 인기가 높았는데 이는 일본에 그대로 전파돼 수많은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탄생으로 이어져 양국의 고대 문물교류를 추론할 결정적 증거가 됐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선보이는 ‘국보 78호 상’은 삼국시대 6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입가에 띤 엷은 미소와 지그시 감은 두 눈이 평정심과 숭고미를 풍긴다. 화려한 보관과 장신구, 몸을 덮은 천의(天衣) 자락은 동시에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드러낸다. 이 금동불상은 당대 최고의 조형감각과 첨단의 주조 기술을 두루 보여주는 걸작으로 1912년에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뒤 1916년에 박물관에 소장됐지만, 아직도 원래 봉안됐던 장소나 출토지가 명확하지 않다.
나란히 전시되는 ‘주구사 상’은 7세기 후반 아스카시대에 제작된 목조상이다. 두 개의 상투를 튼 듯한 머리 모양이 독특하며 윤곽선이 없이 두툼한 눈과 입가에 미소가 보인다. 상반신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반면, 하의의 치맛자락이 겹겹이 흘러내린 모습은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의 영향을 드러낸다. 우리나라의 반가사유상이나 일본의 국보 1호 반가사유상과 달리 주구사 상은 상체를 세워 고개를 들고 있고 거대한 둥근 의자에 앉아 있다는 점이 다르다. 주구사 상은 삼국의 영향과 일본 고대 불교조각의 독창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 불상으로 일본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전시 이후 6월 21일부터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미소의 부처님-2구의 반가사유상’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작품들이 선보인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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