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조작 스캔들에 휩싸인 미쓰비시자동차가 기존 발표한 4개 기종 외에도 더 많은 차량의 연비를 속였을 수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미쓰비시가 연비를 조작한 기종이 eK 웨건 등 4개 기종이라고 발표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27개 기종에 달한다고 23일 보도했다. 측정시간이 더 긴 일본식이 아닌 미국식으로 주행 저항치를 산출한 기종이 이와 같다는 지적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면 미쓰비시가 연비를 속인 자동차 대수는 62만5,000대에서 2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난다. 보상액 역시 기존 1,560억엔(약 1조6,163억원)에서 약 5,000억엔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는 이 회사가 기존에 쌓아둔 순현금자산 4,500억엔을 뛰어넘는 금액인데다가 차량 매입이 결정될 경우 비용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미쓰비시가 지난 20일 연비 조작을 인정한 이후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등 관계 당국이 전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일본 내에서는 단순 보상 처리가 아닌 차량 매입을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가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건 발생 전인 19일 이 회사의 주식은 864엔에 거래됐으나 20일부터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 22일 종가 기준 미쓰비시자동차 주가는 41.7% 빠진 504엔을 기록했으며 전문가들은 주가가 추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온 닛산과의 협력관계도 흔들리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두 회사가 2018년 신형 차를 출시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번 사태로 이 역시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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