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번홀 세 홀 연속 보기에 11번홀(파4)에서 다시 보기를 적을 때만 해도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았다. 1타 차로 쫓긴 노무라 하루(24·한화)는 그러나 12번홀(파3)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m가 넘는 내리막 버디 퍼트를 넣어버린 것. 첫 승 때도 마지막 날 10m 안팎 먼 거리 버디로 우승을 예약했던 그다. 이날 마지막 홀을 돌고 나오자 경기는 4타 차 압승으로 끝나 있었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일본인 노무라가 여자골프의 확실한 강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한국 이름이 ‘문민경’인 노무라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머세드GC(파72·6,507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우승상금 3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로 우승했다.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노무라는 모자가 날아가지 않게 붙잡아야 할 정도의 강풍 속에서도 1오버파(버디 5개, 보기 6개)로 선방했다. 페어웨이를 두 번밖에 놓치지 않은 안정된 티샷 덕분이었다. 이날 언더파를 적은 선수는 5명뿐이었다.
일본과 한국 투어에서 1승씩이 있는 노무라는 LPGA 투어 2승째를 챙겼다. 지난 2월 호주여자오픈에서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3타 차로 눌렀고 두 달여 만인 이날은 최나연(29·SK텔레콤)의 추격을 뒷심으로 떨쳐냈다. 노무라는 세계랭킹을 36위에서 23위로 끌어올려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예약했다. 올 시즌 2승 이상을 쌓은 ‘멀티플 위너’는 장하나(24·비씨카드), 리디아 고에 이어 노무라까지 3명으로 늘었다.
올 시즌 LPGA 투어는 10개 대회를 소화했는데 한국 국적 선수가 4승, 한국계 선수가 5승을 합작했다. 1승은 렉시 톰슨(미국)이 가져갔다. 초·중·고교를 모두 한국에서 나온 노무라는 일본어보다 한국말을 잘한다. ‘문민경’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국내 주니어 무대에서 뛰기도 했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은 한국 국적 선수들과 노무라, 리디아 고, 이민지(호주) 등 한국계 선수들의 다툼일 것으로 전망된다.
남아공의 리앤 페이스가 5언더파로 준우승한 가운데 LPGA 투어 통산 10승을 노렸던 최나연은 3타를 잃어 4언더파 공동 3위로 마쳤다. 16번홀(파4) 더블 보기가 아쉬웠다. 첫날 63타 코스 레코드를 세웠던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은 2언더파 5위다. 이 대회 2년 연속 우승자 리디아 고는 1언더파 공동 6위에 올랐고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5오버파 공동 27위를 기록, 올 시즌 처음으로 톱10 밖으로 밀려났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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