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가 창간 7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2009년 4월 창간된 포춘코리아는 그동안 국내외를 아우르는 깊이 있는 경제기사로 독자들에게 알토란 같은 정보를 제공해왔다. 그 시발점이 된 포춘코리아의 창간호에선 ‘2009 기업 뉴딜(New Deal)’를 커버스토리로 내세워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국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뉴딜은 주지하다시피 1930년대 대공황 때 미국 정부가 펼친 대불황 탈출을 위한 일련의 경제 정책이다. 이후 뉴딜은 불황 탈출을 위한 상징적인 단어가 되었다.
포춘코리아가 창간된 2009년 당시 전 세계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큰 위기에 직면해있었다(미국 포춘 역시 미국 대공황 때인 1930년 창간됐다). 국내 경제도 이 같은 위기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해 불황타개를 위한 기업들의 ‘뉴딜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포춘코리아가 창간호 커버스토리로 국내 주요 핵심 기업들의 뉴딜 전략을 꼼꼼히 짚어본 이유였다. 그리고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면 당시 포춘코리아가 제시한 기업들의 뉴딜 전략은 지금 과연 성공을 거뒀을까. 포춘코리아가 7년 전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되짚어 오늘날의 모습과 비교해 보았다.
지난 2009년 4월 포춘코리아 창간호 커버스토리의 제목은 ‘기업뉴딜 전략, 오늘을 바꿔야 내일이 빛난다: 일류기업들의 불황을 이기는 승부수’였다. 불황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승부수를 집중분석한 기사였다. 당시 포춘코리아가 제시한 기업 뉴딜 전략의 큰 틀은 크게 나눠 ▲성장동력 바꾸기 ▲사업 다각화 ▲신시장 개척 ▲기업 인수합병(M&A) 총 4가지였다. 포춘코리아는 당시 뉴딜전략의 필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기존 사업구조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과감하고 담대한 변신을 하는 것만이 불황을 이기는 유일한 길이다. 결론은 역시 뉴딜이다. 정부 주도의 ‘수동적 뉴딜’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적극적 뉴딜’ 말이다.”
우선 포춘코리아는 이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7년 전 본지가 제시했던 ‘기업 뉴딜 전략’ 주제가 적절한 것이었는지 확인 작업을 거칠 필요가 있었다. 윤상호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말한다. “불황은 곧 기회라고들 말합니다.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두가 어려운 시기니까요. 불황이라고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기업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언젠가 불황은 끝나기 마련이니까요. 예를 들어볼까요? 2000년대 초반 불어 닥친 IT버블로 수많은 IT기업들이 사라졌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았던 몇몇 기업들은 현재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엄격하고 강도 높은 자기혁신이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죠. 미국발 금융위기로 불거진 경기불황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여파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7년 전 포춘코리아가 제시한 ‘기업 뉴딜’이라는 화두는 그 당시뿐만 아니라 2016년을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 포춘코리아는 7년 전 소개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뉴딜전략을 되짚어 보려 한다. 그들의 혁신 전략은 과연 성공으로 귀결됐을까? 그리고 그들이 주목했던 시장은 현재 어떻게 변화했을까?
■ 성장동력 바꾸기: 삼성SDI·LG화학의 2차전지 사업
포춘코리아가 2009년 제시했던 기업 뉴딜 전략의 첫 번째 요소는 ‘성장동력 바꾸기’였다. 그리고 당시 친환경 에너지 저장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던 2차전지 시장에 진출한 삼성SDI와 LG화학의 사업 전략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7년 전 2차 전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기업은 삼성SDI였다. 당시 삼성SDI는 주력 사업이었던 PDP(Plasma Display Panel)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LCD가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럽게 PDP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때 삼성SDI는 반전의 카드로 2차전지를 앞세웠다. 2차전지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반적인 1차전지와 달리, 외부 전원을 통해 충전하면 재사용이 가능한 반영구적 전지다. 삼성SDI는 바로 이 2차전지를 앞세워 실적 반등에도 성공했다. PDP 사업 쇠락으로 지난 2007년 5,726억 원 적자를 냈던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2차전지 사업을 통해 불과 1년 만에 389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삼성SDI는 2008년 일본 소니를 앞지르고 2차전지 시장 2위에 올라섰다.
당시 LG화학은 삼성SDI를 추격하는 처지였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역시 한 자리에 그치고 있었다. LG화학이 2차전지로 처음 흑자전환에 성공한 시점은 지난 2007년이었다. 삼성SDI보다 앞선 1997년부터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감안 하면 무려 10년 가까이 적자를 기록한 셈이었다.
그렇다면 7년이 지난 2016년, 2차전지 시장에서 양사의 위치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양사 모두 2차전지를 앞세운 뉴딜 전략으로 달콤한 결실을 올리고 있다. 지난 7년간 삼성SDI와 LG화학은 모두 2차전지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7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각 사가 집중하는 시장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LG화학의 성장세가 도드라졌다는 것이다.
우선 삼성SDI부터 살펴보자.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에 회사 역량을 총결집했다. 이른바 ‘배터리 올인(All In)’ 전략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화학 계열사 3곳을 2조 5,850억 원에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7년 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2차전지 사업을 아예 회사의 핵심 포트폴리오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삼성SDI는 2차전지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향후 5년간 3조 원을 투자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최근 조남성 삼성SDI 사장도 주주총회에서 “오는 2020년까지 배터리 생산설비 증설과 소재 연구개발에 3조 원을 투자해 삼성SDI를 글로벌 초일류 배터리 전문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차분히 2차전지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SDI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탑재되는 소형 2차전지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면, LG화학은 미래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 중대형 2차전지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자동차 및 에너지 저장장치(ESS)로 대표되는 중대형 전지 시장에서는 삼성SDI를 제치고 글로벌 1등을 달리고 있다.
차량용 배터리의 경우 중국 내 16개 업체가 발주한 100만대 이상의 배터리 공급 사업을 수주한 상태다. 또 20개의 신규 프로젝트 상업화에도 착수했다. 이는 화학 물질과 재료 과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LG화학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LG화학은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든 지난 1997년부터 배터리 셀에 포함되는 다양한 물질과 자재의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2차전지 전문가들은 LG화학이 향후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이끌어 갈 ‘글로벌 빅3 기업’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사업 다각화: 효성과 코오롱의 신사업 육성
포춘코리아가 제시한 기업 뉴딜 전략의 두 번째 분야는 ‘사업 다각화’였다. 완전히 미지의 새로운 분야보단 기존 핵심 역량의 연장선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9년 창간호에서 포춘코리아는 ‘사업 다각화’의 예로 효성그룹과 코오롱그룹의 도전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두 기업 모두 풍력·태양광 발전 사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1980년대 초반 재계 서열 4위까지 올랐던 효성그룹은 이후 완연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이는 효성의 주력 사업이었던 ‘화학섬유’ 시장이 사양사업으로 위축되고 있던 시기와 맞물렸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효성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신성장 동력의 주요 축으로 설정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당시 효성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찾기보단, 기존 사업 경험을 토대로 다른 기업보다 조금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모색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이러한 효성의 전략에 가장 부합한 시장이었다. 이미 산업용 전동기, 풍력터빈, 송·배전 설비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던 효성은 보다 수월하게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코오롱은 지난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이른바 ‘녹색 뉴딜 정책’에 맞춰 변신을 꾀한 케이스다. 코오롱은 그때부터 물, 햇빛 등 친환경 재료를 활용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코오롱은 2015년까지 물 산업 관련 매출 2조 원을 달성해 글로벌 10대 물 기업에 진입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코오롱은 태양광발전 사업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태양전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교수를 영입하고 관련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그렇다면 2016년 현재, 양사의 전략은 성공했을까? 양사 모두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다. 효성은 앞서 언급했듯이 전력설비 노하우를 앞세워 ESS,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에서 신재생에너지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특히 효성은 국내 유일의 미래전력 신기술인 스태콤(Statcom)을 상용화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스태콤은 전력의 송배전 시 전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전압의 안정성을 높이는 설비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설비가 바로 스태콤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국내 최초의 스태콤 개발에 성공한 효성은 국내 기업 최초로 인도와 파나마 스태콤 수주에 성공, 아시아 및 미주 지역 전력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효성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던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사이 태양광 시장에선 과감한 선제투자를 감행한 한화큐셀이 글로벌 강자로 떠올랐다. LG CNS, 포스코ICT 등 국내 주요 IT서비스 업체들도 신성장 동력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목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코오롱은 글로벌 10대 물 기업이 되겠다던 7년 전 목표 달성을 위한 조직 개편과 기업 인수합병(M&A)을 꾸준히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환경시설관리공사(현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인수하며 그룹 내 물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후 코오롱생명과학는 수(水)처리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처리 전용 분리막 모듈,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e엔지니어링은 시공과 수처리 기자재, 코오롱워터앤에너지는 하수처리, 코오롱환경서비스는 시설 운영을 각각 담당하며, 물 사업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국내 물 관련 산업에선 코오롱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담수화), 금호건설과 GS건설(하수 처리)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신시장 개척: 식품기업의 사업 영토 확장
포춘코리아가 제시한 기업 뉴딜 전략의 세 번째 분야는 ‘신(新)시장 개척’이었다. 당시 정부는 ‘한식 세계화’ 정책을 펼치며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이에 발맞춰 주요 국내 식품 기업들이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기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CJ제일제당’이었다. 국내 식품 업계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했던 CJ제일제당은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통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당시 김진수 CJ제일제당 대표는 “현재(2009년) 2조 원 규모인 해외 매출액을 2013년까지 5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당시 CJ제일제당의 바람은 현실화됐을까? 현재 드러난 성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수치상 목표였던 해외매출 5조 원 달성은 아쉽게도 실패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전체매출은 8조1,522억 원(CJ대한통운 제외)으로, 이 중 해외매출은 약 40% 수준인 약 3조 2,000억 원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로 CJ제일제당의 성과를 평가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 대다수 전문가는 CJ제일제당이 한식을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그 동안 글로벌 통합 한식 브랜드 ‘비비고(BiBiGo)’를 앞세워 식품 한류를 이끌어왔다. 현재 CJ제일제당은 냉동만두, 양념장, 김치 등 글로벌 수출 전략 상품 5종을 비비고 브랜드로 미국, 중국, 영국 등 주요 해외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비비고 외에도 뚜레쥬르(베이커리), 투썸플레이스(식음료 카페), 빕스(패밀리 레스토랑) 등을 통해 해외 10개국에 27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러튼(Fullerton)에 냉동·상온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미국 식품 R&D 센터’를 구축해 한식 기반 냉동식품 개발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38조 원 규모의 미국 냉동식품 시장에선 최근 몇 년간 해외 전통식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식품 R&D센터를 통해 글로벌 전략 품목인 냉동식품과 소스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같은 성과를 올린 기업은 CJ제일제당뿐만이 아니었다. 포춘코리아가 창간호에서 언급했던 국내 굴지의 제과기업들도 해외에서 주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오리온을 예로 들어보자. 2008년 중국에서 600억 원을 올렸던 효자상품 ‘초코파이’의 매출이 2013년에는 1,500억 원을 기록해 5년 사이 약 2.5배의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감자 스낵 ‘오! 감자’를 포함한 젤리와 사탕류도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해 오리온 중국법인은 현지기업을 제치고 현재 제과업계 순위 2위에 올라있다(2015년 3분기 기준).
롯데제과도 2004년 첫 해외법인 진출 이후 10 여년 만인 지난해 12월 해외 누적매출 5조 원을 돌파했다. 현재 인도·중국·베트남·러시아·벨기에 등 8개국에 현지 자회사를 두고 있는 롯데제과의 해외시장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명실공히 글로벌 제과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수 있다.
농심은 창립 50주년인 2015년까지 매출 4조 원대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내놓은 바 있지만, 아쉽게도 지난해 매출이 2조1,816억 원에 그쳐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농심은 지난 7년간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기준 농심의 해외매출은 5억 5,000만 달러(한화 약 6,600억 원)으로, 핵심시장은 역시 중국이었다. 농심은 지난 2014년부터 ‘해를 따라 서쪽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격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기존에 진출한 동부 연안 대도시를 넘어 시안, 충칭 등 서부내륙 지역으로 활동무대를 넓혀 나갔다. 그 결과 지난해 내륙도시인 우한에서 94%, 지난에서 150%의 매출 신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농심의 대표 브랜드 ‘신라면’은 국내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누적매출 10조 원을 돌파하는 쾌거도 누리기도 했다.
■ M&A 전략: 급성장한 인수합병 시장
포춘코리아가 제시한 기업 뉴딜 전략의 마지막 분야는 ‘M&A’였다. 지난 7년간 국내 기업들은 수많은 M&A를 통해 외연 확장과 내실 다지기를 모색했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M&A 시장은 총 362건, 875억 달러(한화 약 105조 원) 규모로 성장해 역대 최대 수준을 경신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은 지난 2012년부터 연평균 43% 이상 급성장했다. 거래규모는 2013년 353억 달러, 2014년 770억 달러를 기록한 후 처음으로 80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12년과 비교해 3배 가량 규모가 커진 셈이다. 국내 M&A 시장규모는 일본을 제외하면 중국과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시장점유율은 약 9.4%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국내 M&A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재편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SK C&C의 SK홀딩스 합병(344억 달러 규모),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113억 달러 규모)이 전체 M&A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이 밖에도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컨소시엄의 코레일 공항철도 지분인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등 대형 거래도 M&A 규모 확대에 한몫을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내 기업의 외국 기업 대상 M&A 투자가 활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의 외국 기업 투자는 지난 2010년 109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4년 32억 달러, 2015년 36억 달러로 주저앉았다. 국내 기업 간 M&A 규모 대비 외국 기업에 대한 M&A 투자 비중은 지난해 기준 4.5%에 머물렀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국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나 전략적 제휴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며 “해외 현지 상황에 대한 세부정보와 전문인력 확보를 통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춘코리아가 2009년 4월 창간호에서 살펴본 당시 기업들의 뉴딜 전략은 대부분 달콤한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직접 기사에서 언급한 기업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더라도 그들이 진출을 노렸던 시장에서 또 다른 국내 기업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분명한 사실은 여전히 글로벌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것, 그리고 현시점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2016년 판 ‘기업 뉴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큰 안목으로 불황을 타개한 기업만이 미래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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