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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주택연금 관련 회의에 들어가면 고령자들이 자녀 눈치를 보느라 가입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자녀가 자신이 주택을 물려받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집을 가진 부모가 자녀에게 상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부모는 상속할 재산을 쥐고 자녀에게 기대하는 바를 얻으려고 한다. 금전적인 도움이나 잦은 안부 인사, 병간호 등을 기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 미국에서 시행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속 가능한 재산이 많을수록 자녀와의 접촉이 많아진다고 한다. 특히 건강이 나빠져서 조만간 상속이 예상되고 그 구체적인 금액이 정해질 시점에 더 많은 소통이 이뤄진다고 나왔다. 반면 상속 가능한 재산이 없으면 자녀의 이러한 행동도 적어진다. 금궤처럼 생긴 것에 도금을 입혀서 자녀가 오면 금고에서 꺼내서 닦는 시늉을 하는 고령자도 있다고 한다. 상속 가능 재산이 거의 없는 고령자가 마치 물려줄 것이 있는 것처럼 부풀리는 것이다.

여기에서 연금과 관련한 흥미로운 시사점이 도출된다. 부모가 상속 가능한 재산을 모두 연금으로 전환해 받기로 하면 어떻게 될지 가정해보면 된다. 재산을 연금으로 바꾸게 되면 중도해지가 되지 않고 사망할 때까지 지급하고 끝나게 된다.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 입장에서도 재산을 목돈으로 중간에 받을 수 없다. 쉽게 말해서 상속 가능한 재산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녀에게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서비스도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사전 증여의 경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증여를 여러 번에 걸쳐서 하면 그때마다 상속 가능한 재산의 규모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상속이라는 무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작아지므로 될 수 있으면 증여를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증여를 장기에 걸쳐 하면 세금 절약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증여가 많지 않은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주택연금 역시 마찬가지다. 자녀에게 상속할 자산인 주택을 연금으로 전환하면 재원이 거의 없어져 버린다. 물론 중간에 빌린 돈을 갚고 집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노후에 빌린 돈을 되갚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주택연금 가입을 주저하는 고령자는 사실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이제는 자산을 연금으로 바꿔서 노후 기반을 마련하고 자녀로부터 받을 서비스도 시장에서 구매한다는 생각을 가질 때다. 자녀가 해주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불확실성과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따져보면 연금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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