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초등학교
개망초 꽃밭에
책 읽는 소녀상
혼자 남아
나머지 공부하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밤낮 똑같은 책
이십 년 넘도록
한 쪽도 못 넘기죠.
나도 처음 몇 년은 엉덩이가 들썩거렸죠. 한 장도 넘기기 어려운 시멘트 동화책을 집어던지고, 의자에서 일어나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들’ 따라 교문 밖으로 걸어나가고 싶었죠. 단발머리 나풀대는 여중생, 팔짱 낀 여고 동창생이 부러웠죠. 청운의 캠퍼스를 나와 도회의 커리어 우먼이 되거나,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 나 닮은 아이를 낳아 내가 읽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죠. 이젠 아니에요. 거기 낡은 교문 기웃거리는 당신! 희끗희끗하고 자글자글해도 한눈에 철수인지 영희인지 알아 볼 수 있죠. 나는 당신이 잊고 있던 유년의 꿈과 추억을 읽고 있죠.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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