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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불타는 마운드 위에 선 유일호

김정곤 경제부 차장





지난해 12월 본란에 ‘불타는 갑판 위에 선 대통령의 선택’이라는 칼럼을 썼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정된 직후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침몰 직전인 배의 ‘불타는 갑판(burning platform)’처럼 위급한데 유 경제부총리를 소방수로 등판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은 최선이었을까, 최악이었을까. 판단은 일단 유보한 채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본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경제 수장까지 바꾸면서 총선에 ‘다 걸기’를 했던 박 대통령은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회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난제(難題)도 여전하다. 갑판 위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곳곳에서 더 커다란 불기둥이 솟구쳐 오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의 선택에 대해 아직 성공과 실패를 거론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4개월 전보다 갑판 상황이 더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갑판의 불을 끄지 못하는 이유를 꼽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감독(대통령)과 코치(경제 수석) 문제다. 경기를 책임져야 할 감독은 여전히 경기장 등 주변 환경(국회) 탓만 하고 있다. 감독을 도와 필드(현장)를 책임지는 코치의 작전 지휘도 매끄럽지 못하다. 마운드를 내려간 투수(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총선 중 친박(親朴) 마케팅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도 모자라 정부를 동원해 예산 폭탄을 내려주겠다며 전관예우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유 부총리에 대한 평가도 아직은 박한 수준이다. 타자를 압도할 만한 불같은 강속구는 물론 새로운 변화구도 안 보일뿐더러 결정적으로 아직 볼 컨트롤이 잡히지 않았다. 유 부총리가 지난 4개월 동안 언론에서 얻은 대표적인 별명이 ‘오락가락’이다. 경기 인식에 대한 온도 차이, 한국판 양적완화 등 일련의 이슈에 대한 그의 애매모호한 화법을 지적한 말이다. 유 부총리 본인과 기재부는 부인하지만 일관성 없는 정책 메시지가 일으킨 시장 혼선이 적지 않다.

유 부총리는 내정 직후 “전임자의 정책을 이어받겠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그는 취임 후 줄곧 남의 공을 던져왔다. 취임 100일이 지나서야 본인의 공을 처음으로 던졌다. 이른바 ‘4+1’ 구조개혁이다. 기존의 4대 구조개혁에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산업개혁’을 합한 개념이다. 공의 방향은 대체로 맞다. 그러나 고통이 따르는 구조조정과 미래 성장동력을 동시에 육성하는 산업개혁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공으로 경기를 승리로 이끌지, 또 다른 공이 추가로 더 필요할지 지금으로는 알 수 없다.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명언을 남겼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운드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있다. 타석에는 구조조정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타자가 버티고 있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타자다. 유 부총리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본인의 혼을 담은 승부구를 계속 던져야 한다.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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