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굴비를 매달아 놓고 밥 한 술 먹을 때마다 한 번씩만 쳐다보게 했다는 자린고비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옛날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보통은 자기 힘으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안 쓰고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가 쉬울 것이다. 반면 자린고비가 그토록 지독하게 아껴서 모은 소중한 재산을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다는 선행담은 의외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자린고비는 단순히 별난 구두쇠 이야기가 아닌 부자가 되는 방법과 부자의 역할 등 부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교육적인 설화였던 것이다.
한편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예상하는 부부기준 월 노후생활비는 평균 224만원으로 나타났다. 희망하는 노후생활비 금액으로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인 수준(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월 254만원)보다 많이 낮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예상하는 노후생활비가 조금씩이지만 더 낮아지는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오히려 젊은 세대일수록 노후생활에 대한 기대가 보수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 이는 각종 언론 등을 통해 노후준비의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사람들이 미리부터 노후에 돈을 쓰는 것에 대해 너무 웅크려 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부분이다. 아니면 자린고비처럼 안 쓰는 방법으로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누리려는 의도인 걸까?
앞선 조사결과에서 월 노후생활비 같은 경우 모든 연령대가 동일하게 200~250만원 구간을 가장 많이 선택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도 노후준비에 대한 불안감이 노후생활비 수준을 낮게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은퇴가 임박한 50대가 같은 경우 노후준비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월 노후생활비를 조금 보수적으로 잡는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충분한 노후기간이 남은 30대나 40대가 미리부터 노후생활비 목표를 적게 잡는 모습이 그리 좋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목표를 높게 잡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그 동안 노후설계를 함에 있어 많이 오해해왔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노후생활비가 사망시점까지 동일하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실제 소비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보통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활동성이 감소되면서 사용하는 생활비 규모 역시 빠른 속도로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연령에 따른 소비특성을 감안했을 때 노후생활 초기부터 미리 생활비 수준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다. 자린고비는 젊어서는 근검절약하며 살았지만 그렇게 모은 자산을 노후에는 가치 있게 사용하였다. 자린고비처럼 엄청난 절약을 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소비와 함께 노후를 위해 3층 연금만 제대로 잘 준비해도 인생 후반기에 필요한 자산을 확보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미리부터 노후생활에 대한 걱정을 하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노후생활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더하고 나중에 자린고비와 같은 모범적인 부자의 모습이 좀 더 많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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