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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현대제철-현대기아차 동맹 맞서 쌍용차·르노삼성과 협력 강화한다

포스코가 온·오프라인을 통한 르노삼성·쌍용자동차 신차 띄우기에 한창이다. 주요 자동차 강판 공급처였던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다른 완성차 업체로 외연을 넓히는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맨 오른쪽)이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진행된 쌍용차 ‘티볼리에어’ 판촉현 장을 방문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 주차장에 쌍용차의 신차 티볼리에어와 르노삼성 SM6가 차례로 전시됐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직원들을 보내 차량 홍보에 열을 올렸다.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과 오인환 포스코 철강사업본부장 등 포스코 고위 경영진이 직접 이곳을 찾았다. 권 회장은 티볼리에어와 SM6 운전석에 앉아보고 엔진룸도 꼼꼼하게 살폈다. 포스코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서도 티볼리에어와 SM6를 자세히 소개했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할인 판매로 화답했다. 쌍용차는 포스코그룹 임직원이 티볼리에어를 구매할 경우 6%의 할인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르노삼성 역시 포스코그룹 임직원들이 SM6를 구매하면 30만 원 할인을 제공했다. 이는 르노삼성 1차 협력업체 임직원들에게 적용하는 것과 동일한 혜택이라 눈길을 끌었다.

포스코그룹 임직원들은 티볼리에어와 SM6를 각각 6대, 13대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 관계자는 “포스코 직원들의 티볼리에어 구입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차량 구입은 하루 이틀만에 결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대수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르노삼성은 지난해 10월 자동차 강판 개발, 신소재 적용 등과 관련해 기술협력을 확대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쌍용차와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실제로 티볼리에어와 SM6에는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이 대거 적용됐다. SM6에는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이 100% 사용됐다. SM6와 같은 (형제)차종인 르노의 탈리스만에 아르셀로미탈의 자동차 강판이 적용된 것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특히 SM6는 포스코가 만든 초고강도 강판(가벼우면서도 강도가 센 제품. 자동차 강판은 재료의 강도를 측정하는 단위인 인장강도에 따라 저강도강, 고강도강, 초고강도강으로 구분된다)을 차체의 18.5%, 티볼리에어는 71%에나 적용했다. 포스코가 쌍용차와 르노삼성의 차량 판매를 지원하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티볼리에어와 SM6가 잘 팔릴수록 포스코의 강판도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좌] 권오준(오른쪽) 포스코 회장이 SM6 엔진룸을 살펴보고 있다.
[우]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에 마련된 르노삼성 ‘SM6’ 신차 판촉행사장 모습.


포스코 vs 현대제철
포스코가 쌍용차와 르노삼성 등 완성차 업체를 돕고 나선 데에는 더 큰 이유가 있다. 포스코가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철강제품 물량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자동차 강판 구매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가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던 자동차 강판이 현대제철 물량으로 대체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2015년도 포스코 사업보고서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지난해 포스코 전체 매출액(개별재무제표 기준) 중 현대기아차를 통해 올린 매출 비중은 1.9%였다. 현대기아차의 포스코 매출 기여도는 2009년 2.9%에서 2010년 2.5%로 내려갔다가 2011~2013년에는 3.0%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4년 2.5%로 떨어진 뒤 지난해 2% 벽도 무너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제철의 고로 완공 및 생산시설 확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10년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1, 2고로를 가동하며 자동차 강판의 기본이 되는 열연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3고로 가동에 들어갔으며 지난해에는 현대하이스코와 합병까지 했다. 현대제철은 쇳물부터 자동차용 강판까지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상·하 공정을 모두 갖춘 지난해부터 현대기아차에 대한 공급량을 대폭 늘려나가고 있다. 이 같은 현대제철의 공급량 확대에 따라 포스코의 매출액 기여 구성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주력 거래선의 매출 비중 축소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현대제철이 자동차용 강판 생산 수직계열화를 완성함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포스코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 낮출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역시 국내 생산이 줄고 있다.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을 사용하고 있는 한국GM의 매출액 기여도도 2011~2012년 3%에서 2014~2015년 1.5%로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포스코가 르노삼성과 쌍용차의 신차 판매 판촉활동에 직접 나선 배경에는 매출처를 다변화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게 자리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내외장재에서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이 협력을 강화하면서 포스코에 대한 의존도가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라며 “포스코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내 완성차 업체 외에도 폭스바겐 등 해외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관계 구축에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아직 개발하지 못한 고급 제품의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르노삼성과 쌍용차, 한국GM 등 국내 자동차 회사들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 수출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 쌍용차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와 타타, 마루띠 스즈끼 등 인도 시장 자동차 업체로부터 자동차 강판 품질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물론 현대기아차의 판매 규모는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GM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다. 그러나 포스코의 ‘우군’격인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GM 세 업체가 국내시장에서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GM의 지난해 국내 누적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39.8%, 5.7%, 3.2% 증가했다. 올해에도 쌍용차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르노삼성은 올해 하반기 중형 SUV 신모델 등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GM 역시 내년부터 임팔라의 국내생산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입장에선 이들 세 업체의 도약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상황이란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볼리와 SM6의 성공이 포스코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긴 아직 어렵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협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고, 그럴수록 시너지효과가 더해질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양측의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좌] 포스코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신차 초기 개발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고객사의 요구에 앞서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는 ‘솔루션마케팅’을 강화해 글로벌 넘버원 철강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높이려는 의도다.
[우]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 설치되어 있는 자동차 차체 모습.


수요 늘고 있는 자동차 강판 시장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회사들은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초고강도 강판의 비중을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 구매에서 안전성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면서 어떤 자동차 강판을 얼마만큼 사용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철강회사에서 만든 초고강도 강판인지도 따지고 든다. 자연스럽게 신차가 나올 때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장외 신경전을 펼치게 된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포스코의 초고강력 강판이 SM6라는 좋은 차를 만드는데 기여한 것 같다”며 “포스코의 프로모션이 SM6의 좋은 이미지를 고객들에 각인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강판 생산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자동차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강판의 두께를 얇게 만들면 안전성이 떨어지고, 안전성을 위해 두꺼운 강판을 적용하면 무게 때문에 연비가 나빠진다. 자동차 강판 생산은 중국 철강회사들이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분야다. 글로벌 철강시장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자동차 강판시장은 안전지대라 할 수 있다.

자동차 강판은 세계적 철강산업 불황 속에서도 수요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자동차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연비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수익성도 높다.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생산규모는 전체 생산량의 24%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자동차 강판을 포스코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자동차 강판을 7대 핵심 고부가가치 전략제품 중 하나로 키워 세계 1위로 만들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좌] 지난해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아연도금강판 생산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광양제철소의 주요 생산 품목인 자동차 강판 생산능력을 증강하는 사업이다.
[우] 2014년 포스코가 100% 자력으로 건설한 광양4 열연공장 모습. 광양4 열연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대부분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맞춤형으로 공급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860만 톤 수준이었던 자동차 강판 판매량을 2018년까지 1천만 톤으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 생산 공장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광양제철소에 연산 50만 톤 규모의 용융아연도금 강판 설비 건설에 들어갔다. 이 설비는 고급 자동차용 소재인 초고강도강을 생산한다. 한편 현대제철도 증가하는 자동차 강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95억 원을 투자해 당진 2냉연공장에 아연도금 강판과 초고강도 알루미늄도금 강판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올해 1월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간 이 공장의 연간 자동차강판 공급량은 50만 톤. 이로써 현대제철의 전체 자동차 강판 생산규모는 연간 550만 톤으로 늘어나 포스코와 격차가 조금 줄어들게 됐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철강에서 자동차 생산까지 일원화 시스템을 구축하자, 포스코와 나머지 자동차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향후 기술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물량을 놓친 포스코나 기술 개발의 든든한 파트너를 얻은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GM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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