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10일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남북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총리회담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강 전 총리는 1922년생으로 일제강점기 때 학도병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광복 후에는 창군을 주도한 뒤 육군에 복무했다. 5·16 군사정변 당시 육군사관학교 교장이었으나 군사정변 동참을 거부하다가 ‘반혁명 장성 1호’로 수감됐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장과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전두환 정부 때는 영국·아일랜드·로마교황청 대사 등을 지내며 외교관으로 활약했다.
강 전 총리는 지난 1988년 제13대 국회에서 민주정의당 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같은 해 그를 국무총리로 발탁했다. 총리로서 그는 1990년 9월 분단 45년 만에 최초로 남북 총리회담을 성사시켰다. 같은 해 10월에는 김일성 주석을 북한 평양 주석궁에서 만난 첫 총리가 됐다.
강 전 총리는 정관계를 떠난 뒤에도 북한과 관련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1991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맡아 대북지원사업을 이끌었다. 북한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으나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이어가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강 전 총리는 부인 김효수씨와의 사이에 형제 변호사인 아들 성용·효영씨, 딸 혜연씨 등 2남1녀를 뒀다. 장례는 대한적십자사 김성주 총재, 정원식 전 총재,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장의위원장을 맡아 사회장(葬)으로 진행되고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02-3010-2230)다. 14일 오전9시 명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치른 후 같은 날 오전11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영결식이 거행된다. 장지는 국가유공자 제3묘역이다. /전경석기자 kad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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