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과 일본에서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잇따라 나오며 선진국 경기가 바닥을 탈출한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당초 예상을 웃도는 지표 회복이 실제 경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8일 일본 정부는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4% 증가했으며 연율로 환산하면 1.7%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분기 대비 0.1% 성장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를 훌쩍 웃돈 것이다. 특히 깜짝 성장세는 지난해 4·4분기 -0.4% 성장을 기록해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이 널리 퍼진 가운데 나온 반등이어서 주목된다.
부문별로 보면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0.5% 늘어나며 성장을 견인했다. 일본 정부의 잇따른 경기부양책에도 꼼짝하지 않은 소비가 살아난 셈이다. 공공투자 역시 0.1% 감소에서 0.6% 증가로 반전하며 성장률에 힘을 보탰다. 이날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정재생상은 최근 일본 경제의 상황에 대해 “기업 수익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고용과 소득 개선이 이뤄지고 있어 (경기가) 순조로운 회복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의 경기지표도 예상외의 호조세를 나타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4월 산업생산은 전달 대비 0.7% 늘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또 이는 2014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같은 날 미 노동부가 내놓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4% 상승했으며 주택착공 실적도 전월 대비 6.6% 늘어나는 등 미 경제의 주요 지표가 모두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깜짝 지표에도 시장은 아직 선진국 경기회복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4월 산업생산 반등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신중한 진단을 내놓았다. TD증권의 밀란 멀레인 미국 거시전략가는 “4월 산업생산의 전체적인 기조는 고무적이지만 전력 등 사회기반시설 부문의 증가세가 지속되기 어렵고 제조업 반등 역시 힘이 약하다”며 부정적 기조를 유지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스티브 머피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물가 압력이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경제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 역시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일본 경제를 떠받쳐온 설비투자가 엔고와 주가하락, 유가 하락 등의 이유로 1.4%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오쿠무라 요시히로 지바긴애셋매니지먼트 부문장은 “민간기업의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줄어 여전히 정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마이너스 성장 기조가 변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도시마 이쓰오 경제전문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GDP 통계가 너무 좋아 오히려 믿기 어렵다. 나중에 큰 폭으로 수정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불안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한편 미쓰비시자동차와 닛산자동차에 이어 일본 자동차 업계 4위인 스즈키자동차가 연비조작 파문에 휘말리며 수출 주력업종인 자동차 산업의 악재가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스즈키 오사무 스즈키자동차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결과적으로 (법으로) 규정한 측정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연비 데이터가 조작된 차종은 총 16개로 인기차종인 ‘알토’와 ‘웨건 R’ 등도 포함됐다. 경차를 주력으로 하는 이 회사는 경쟁사인 다이하쓰공업과 치열한 연비경쟁을 벌여왔으나 최근 연비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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