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짓는 국민투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론조사에서는 ‘EU 잔류’ 의견이 ‘탈퇴’를 앞서고 있지만 차이가 근소해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치고 나가는 잔류파…관건은 투표율=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취합한 5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EU 탈퇴가 우세했던 분위기가 지난주부터 반전돼 EU 잔류 진영이 근소하게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15일 ICM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EU 탈퇴 지지가 47%를 기록해 잔류 지지율을 4%포인트 격차로 앞섰지만 19일 오피니엄의 여론조사에서는 잔류 지지가 44%로 탈퇴(40%)보다 우세했다.
하지만 조사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부동층 비율이 두자릿수에 달해 국민투표 결과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남은 한 달 동안 부동층의 지지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와 실제 투표장에 나오는 적극적 지지층의 비율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앨릭스 샐먼드 전 스코틀랜드 총리는 이날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잔류파에게 가장 큰 위험은 유럽 친화적인 투표자들의 낮은 투표율”이라고 분석했다.
◇“안전한 길” vs “주권회복”=영국 내 EU 잔류와 탈퇴 진영은 남은 한 달 동안 승기를 잡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양쪽 진영이 주요 의제로 삼고 있는 것은 경제와 이민 문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끌고 있는 잔류 진영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Brexit)가 이뤄졌을 때 다가올 경제 충격을 거론하며 영국 국민들에게 ‘안전한’ 선택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21일 BBC에 출연해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통과되면 2년 내 집값이 10~18% 떨어질 것”이라며 “브렉시트는 모두가 패배하는 상황을 낳는다”고 경고했다.
반면 탈퇴 진영은 이런 주장이 ‘겁박’이라며 오히려 EU에 매년 내는 분담금 182억파운드(약 31조6,000억원)를 복지와 신성장동력 발굴에 투자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브렉시트를 지지해 내각에서 떠난 이언 덩컨스미스 전 고용연금부 장관 등은 브렉시트로 이민자들에게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며 “통제되지 않은 이민의 결과를 체감하는 것은 저임금을 받거나 일자리를 잃은 영국인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갈림길에 선 ‘하나의 유럽’=한 달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영국뿐 아니라 EU 회원국 전체에서 ‘하나의 유럽’이라는 이상을 시험대에 세웠다. 만약 투표 결과가 영국의 EU 탈퇴로 나올 경우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와 시리아 난민 유입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EU는 붕괴의 길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날 시행된 오스트리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EU 최초로 극우 대통령 탄생이 유력해지면서 EU 분열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오스트리아자유당(FPOe)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는 난민 유입을 통제하지 않는 내각은 해산하겠다는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며 사회민주당·국민당 등 주류 정당을 제치고 이번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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