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은 이날 오후1시께 하회마을에 위치한 양진당(서애 류성룡 선생의 친형 류운룡의 종가) 앞에 수백명의 환영인파가 몰려든 가운데 승용차에서 내렸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류상붕 풍산류씨 양진당 대종손, 류창해 충효당 종손, 류왕근 하회마을보존회 이사장 등과 인사를 나누고 양진당과 충효당(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을 함께 방문했다.
반 총장은 양진당에서 충효당으로 도보로 이동하면서 태극기와 유엔기를 함께 들고 “반 총장님, 파이팅!”이라고 환호하거나 박수를 치며 환영하는 사람들을 향해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거나 악수로 화답했다.
충효당 앞에서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기념식수한 나무 옆자리에 경북도와 하회마을이 준비한 주목(朱木)을 기념식수했다. 반 총장은 취재진 바로 앞에서 김관용 도지사 등과 함께 식수를 하면서 “유엔 사무총장이 된 직후 엘리자베스 여왕을 유엔에 초청했다”며 영국 여왕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충효당에 들어가면서 “유서 깊은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忠孝堂(충효당)을 찾아 우리 민족에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西厓 柳成龍(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나가기를 빕니다”라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이 임진왜란 시기 조선의 명재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 총장의 이러한 방명록은 자신의 외교·안보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위기 극복 리더십을 부각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방명록 내용이 “대권 도전과 관계 있나”라는 질문에 반 총장은 “허허” 하고 짧게 웃고 답하지 않았다.
반 총장은 충효당에서 김관용 도지사 내외,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 함께 방문한 인사들과 비공개 오찬을 했다. 이어 지역 전통공연인 하회별신굿탈놀이를 10여분간 관람한 다음 지난 3월10일 새로 문을 연 인근의 경북도청 신청사로 향했다. 경북도청 방문은 당초 예정에 없었던 일정이다. 경북도청 측은 “이날 오찬 도중 김관용 도지사의 요청으로 방문이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경북도청에서는 방명록에 “역사와 문화의 전당 경북도청 개청을 축하드리며 300만 도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여권의 정치적 중심부인 경상북도(TK) 민심을 겨냥한 모습으로 해석된다.
앞서 28일에는 충청 지역의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꼽히는 김종필 전 총리의 자택을 방문했다. 반 총장은 “내년에 돌아오면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하고 건강하시길 기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각계 원로들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함에 따라 이들이 향후 반 총장이 대권 도전에 나설 경우 ‘멘토’ 역할을 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찬에는 고건, 노신영, 이현재, 한승수 전 총리, 신경식 헌정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이대순 전 체신부 장관, 정치근 전 법무부 장관, 정재철 전 정무장관,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과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참석했다.
반 총장이 대선을 앞두고 충청·경북 연대를 바탕으로 한 정치세력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안동=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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