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부터 미사용 은행 계좌의 잔액을 한번에 한 곳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최대 14조원이 넘는 금액이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계좌통합관리서비스(Account info) 도입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계좌통합관리 서비스는 1년 이상 입출금거래가 없거나 만기가 지난 장기 미사용 계좌를 금융 소비자들이 쉽게 해지할 수 있도록 도입하는 서비스다. 장기 미사용 소액 계좌의 경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유지 비용 부담만 준다. 또 사회적으로는 대포통장 등 각종 범죄에 활용되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계좌마다 일일이 해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 탓에 사용하지 않는 통장을 정리하지 않고 대부분 방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 국은 이에 따라 12월부터 본인 명의로 개설한 은행계좌를 일목요연하게 조회하고 불필요한 계좌의 잔액을 한 곳으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계좌통합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년 이상 입출금거래가 없거나 만기 경과 이후 미해지된 계좌는 전체 은행 계좌의 44.7%에 달한다. 또 장기 미사용 계좌에 예치된 자금만 해도 14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기 미사용 계좌 금액이 상당한 만큼 은행 직권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날 제기됐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예금거래기본약관을 개정해 ‘1년 이상 잔액 0원’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통장을 자동 해지하는 방안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또 미국이나 영국처럼 계좌 유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잔액 이전과 해지 방식 등 계좌통합관리 서비스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 연구위원은 “잔액 이전은 계좌 정리가 목적이므로 반드시 해지를 전제로 해야 한다”며 “잔액 전액을 이체하도록 해야 하며 해지 취소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화 예금의 경우 환율 변동으로 고객이 잔액을 오해할 수 있는 만큼 은행 창구에서 해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사망자의 계좌도 상속인 존재, 유언 유무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만큼 온라인 잔액 이전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금융결제원은 이날 계좌통합관리 시스템과 관련한 추진 일정도 발표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가 이뤄지고 11월 시범운영을 한다. 이후 안정성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면 당초 예정대로 12월2일 서비스를 시행한다. 문영석 금융결제원 금융정보관리팀장은 “12월 서비스를 시행한 후 3개월가량 안정화를 거친 뒤에는 은행 창구에서도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며 “은행 창구에서는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타행 계좌 해지와 잔액 이전을 제한하고 일부 조회 서비스만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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