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총수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롯데그룹이 올여름에도 쏟아지는 악재들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2일에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와 관련해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자택과 롯데면세점 본사가 전격적으로 압수 수색당하면서 파장이 그룹 경영 전반에 미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물론 주요 계열사의 경영에 직접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악화할 경우 하반기 호텔롯데 상장(IPO), 시내면세점 재승인 등 굵직한 사업들을 멈춰 세울 수도 있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 자택을 압수 수색하면서 오는 11월 시내면세점 재승인을 앞둔 롯데그룹은 잔뜩 긴장한 상태다. 검찰은 현재 수감 중인 정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롯데 면세점 입점 로비를 위해 신 이사장 등 롯데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전했다는 단서를 잡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잠실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 재승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롯데그룹은 일단 “신영자 이사장은 지난 2012년 면세점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뗐다”며 “설령 정 대표와 신 이사장이 부정한 거래를 했다 해도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라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하지만 면세점 특허 심사는 면세물품·매장관리 역량뿐 아니라 윤리경영 평가까지 포함해 이뤄지는 만큼 한때 롯데 면세사업을 책임졌던 신 이사장의 문제가 영향을 줄 여지는 충분하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의혹이 제기된 부서뿐 아니라 면세점 거의 전 부서를 샅샅이 수색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시내면세점 재승인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이 밖에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9월28일 이후 6개월간 황금시간대(오전·오후8~11시) 방송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배임수재 혐의를 받은 임직원 관련 내용을 서류에서 누락했다는 이유다. 또 롯데마트는 국내의 다른 대형마트와 함께 2000년대 인체에 치명적인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망자 16명을 비롯한 다수(41명)의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무를 총괄한 노병용 현 롯데물산 대표(사장)도 2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같은 롯데 계열사들의 악재가 서로 얽힐 경우 여론의 대대적인 비판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면세점 재승인, 호텔롯데 IPO 같은 주요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할 우려도 커진다. 당장 이달 말 IPO를 앞둔 호텔롯데는 기업가치가 깎여 최악의 경우 공모가가 예상 범위(10만원 안팎)를 크게 밑도는 등 공모 흥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올 12월22일 완공되는 123층짜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벌일 각종 유통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해명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향후 경영의 최대 가치로 환경·사회책임, 투명한 지배구조(ESG) 등을 강조한 만큼 만약 고칠 부분이 드러나면 과감하게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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