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의 주요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는 수백만유로의 현금을 금고에 쌓아두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또 세계적 재보험사인 뮤니크리의 니콜라우스 폰봄하르트 최고경영자(CEO)는 최소 1,000만달러에 이르는 사내유보금을 시험적으로 직접 보관해보겠다고 최근 밝혔으며 독일 바이에른 지역의 저축은행 몇 곳도 이 같은 대열에 동참할 태세다.
독일 금융회사들이 현금 직접보관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금융시장의 교란과 수익성 악화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2014년 6월 시중은행들이 예치하는 현금에 대한 금리를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인하한 뒤 지난 3월 이를 -0.40%까지 끌어내렸다. 은행들이 현금을 쌓아두는 대신 실물경제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도록 하려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문제는 이 여파로 은행들이 ECB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비용을 내는 기형적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해당 정책으로 지난해 독일 은행들이 입은 손실은 2억4,800만유로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최근 “ECB의 통화정책이 재앙적 결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금을 직접 보관하려는 금융회사들의 시도가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현금을 보관하는 금고비용·보험료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달 ECB가 최고액권이었던 500유로의 발행 및 유통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현금보관하는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계 은행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같은 날 미쓰비시도쿄UFJ(MUFJ)은행은 일본 국채 ‘프라이머리딜러(PD)’ 자격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PD란 증거금 면제 등의 혜택을 받고 일본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물량의 4% 이상을 우선 배정받는 자격을 의미한다. 일 재무성은 새로 발행하는 국채를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2004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왔다. 분기마다 심사를 통해 PD를 선정하며 현재 총 22개 금융회사가 자격을 가졌고 금융회사가 PD 자격을 자진 반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 재무성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민간 금융기관의 경영판단을 존중한다”며 자격반납 신청을 받아들일 방침으로 전해졌다.
MUFJ은행이 PD 자격 반납을 고려하는 것은 일본 국채 보유의 매력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8일 -0.123%에 거래를 마치는 등 올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D는 특권이 아닌 부담이 돼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다른 대형은행들과 증권회사들도 당분간은 PD를 유지하지만 득실을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제전문가와 당국은 MUFJ은행의 ‘반란’이 국채를 안정적으로 소화해온 일본 정부-일본은행(BOJ)-은행 간 ‘3각 편대’가 깨지는 신호탄이라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국채를 매개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BOJ의 양적완화 정책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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