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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투자 할만큼 했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조양호 회장, 과도한 사재출연 요구에 난색





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채권단의 사재출연과 거듭된 지원 압박에 대해 과도한 지원과 투자는 힘들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조양호 회장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1조원 이상을 지원한데다 그룹 계열사를 통해 과도한 지원에 나설 경우 이 자체가 배임으로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자체 회생을 요구하는 채권단과 “과도한 추가 투자는 어렵다”는 한진그룹 측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면서 정상화 방안 마련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14일 대한항공 서울 서소문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한진해운에 1조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준비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진해운에) 투자를 할 만큼 했는데 또 무슨 투자를 하냐. 어떻게 하란 말인지… ”라고 답했다. 이는 한진해운 회생을 돕기 위한 과도한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최근 채권단에 “부족자금 1조원 중 그룹 차원에서 4,000억원을 지원할 테니 채권단이 6,000억원의 신규 대출을 해달라”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권단은 조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자구책을 마련하라며 다각도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채권단이 파악한 필요자금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열쇠를 쥔 조 회장은 과도한 출혈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살리려다 자칫 다른 그룹 계열사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마당에 또다시 조 단위의 자금을 지원하라는 것은 배임을 저지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진해운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으로부터 1조원 이상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구원투수로 거론되는 대한항공은 이미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이 1조원대(발행 예정 포함)에 달한다.

올 1·4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도 931%나 돼 재무구조 또한 좋지 않은 상태다.



조 회장이 그렇다고 손을 뗀 것은 아니다. 조 회장은 이날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선주사인 시스팬사의 게리 왕 회장과 만나 양사 협력방안과 현안인 용선료 조정 문제 등을 협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왕 회장에게 현재 진행 중인 자율협약에 의한 한진해운 구조조정 현황을 설명하는 등 용선료를 낮추기 위해 직접 나섰다.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을 두고 깊은 고민을 한 듯 수척한 모습이었다.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인다’는 얘기에 “그래 보이냐”며 애써 웃었지만 피곤함이 역력했다.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필수 일정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시간에 한진해운 정상화 방안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답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지원) 의지가 있다고 무조건 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의 뜻을 잇기 위해 경영난에 빠진 한진해운을 인수했지만 상황이 악화하면서 자칫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등 다른 곳까지 불길이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이미 지난 2014년 한진해운을 떠맡아 정상화 작업을 벌이며 1조원을 한진해운에 투입했다. 유상증자(4,448억원), 대여금 지원(2,500억원), 영구채 매입(2,200억원) 등을 통해서다.

조 회장은 이날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 얘기가 나오자마자 목소리를 높이며 사실상 ‘불가’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투자를 (할 만큼) 다 했는데 또 무슨 투자를 하느냐”는 그의 말은 거꾸로 대규모 자금 투입을 당국과 채권단이 인정하기는커녕 무조건 몰아붙이기만 하는 데 대한 섭섭한 감정의 표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감안한 듯 채권단과 당국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1조원 이상의 추가 지원에 나선다면 추후 정상화를 이뤘을 경우 한진해운 주식에 대한 바이백옵션(우선매수청구권)을 줄 수 있다는 일종의 ‘당근책’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되찾은 박삼구 회장과 같은 방식이다. 만일 현대상선과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합병회사’ 전체에 바이백옵션을 행사할 수도 있다. 대신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간다면 5,291억원의 손실 모두를 대한항공이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과도한 지원에 나섰다가 해운산업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수렁’에 빠져들 수도 있다. 그룹 전체가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에 대한 과도한 추가 지원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한진해운은 지난달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 따라 이달 말까지 2,000억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런던 사옥(667억원)과 벌크선 1척(444억원), 에이치라인해운 지분(330억원)을 팔아 마련한 것이다. 한진칼에 해외상표권을 양도해 742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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