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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화성시의 새 랜드마크...'폴라리온스퀘어'

노출 콘크리트와 역피라미드 구조, 공중 브리지가 돋보이는 폴라리온스퀘어 전경. /사진=권욱기자




현대건축에서 건축의 3요소를 말할 때 보통 이탈리아 건축가 피에르 루이지 네르비가 정의한 ‘기능·구조·형태’를 꼽는다. 하지만 실제 건축현장에서는 ‘설계자·시공사·건축주’의 조화를 꼽는다. 아무리 훌륭한 설계라도 제대로 시공되지 않거나 나아가 건물이 건축주에게 불편하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좋게 만난 이들이 건물 완공 후 불편해지거나 심지어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폴라리온스퀘어’는 복 받은 건축물이다. 건축주인 정형원 폴라리온 대표가 오랜 시간 고민하고 다듬어온 콘셉트가 있었다. 여기에 오랜 기간 함께 일해온 시공자와 설계사가 수익보다 완성도에 집중한 덕분이다. 그렇게 완공된 건물은 이듬해인 2012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며 건축적 완성도까지 인정 받았다.



● 노출 콘크리트에 역피라미드·공중 브리지

건물 뒤 근린공원 보이게 한가운데 뚫고

레고 쌓은 듯 독특한 조형미로 눈길 잡아

폴라리온스퀘어가 위치한 경기 화성시 반월동은 병점신도시와 동탄신도시에 인접해 주거·상업시설이 혼재된 전형적인 신도시 외곽지역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자동차로 경부고속도로를 꼬박 1시간 반을 달려 닿은 건물은 확실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첫인상은 바람과 파도가 아슬아슬하게 뚫어놓은 해변 동굴, 고전 공포영화 속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연상시켰다.

무엇보다 ‘젠가’ 게임을 하듯 쌓아놓은 블록 몇 개만 빼놓은 듯한 아슬아슬함이 돋보였다. 건물을 설계한 김창길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물부지는 이미 아파트와 상가로 둘러싸인 주변의 마지막 나대지였다”며 “공공성을 감안해 배후 근린공원(행복공원)이 보이는, 가운데가 뚫린 형태를 제안했고 건축주가 흔쾌히 동의해줘 현재 형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건물을 보면 본사와 협력사를 위한 공간, 2개동으로 분리돼 설계됐다. 가운데가 비어 있는 역피라미드 구조는 보완 설계를 통해 오히려 장점이 됐다. 모든 공간은 육면체 단위모듈(2.8m×2.6m)을 기본으로 필요한 만큼 옆으로 붙이고 위로 쌓아올리는 형태로 구상됐다. 최상층은 지붕처럼 공중 브리지로 연결된다.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의 주인공이 액션 장면을 선보였던 옥상정원과 공중 브리지. /사진=권욱기자


●시행착오 끝에 현재의 건물 완공

완성도 높은 건물 위해 끊임없이 설계변경

한달이면 끝날 지하층 조성 넉달이나 걸려



건물 모양새만큼이나 시공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건축주가 좋아하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주택’처럼 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미요시 주택은 더운 지역에 지어져 단열재에 대한 고려가 없는 건물. 단열재 없이 한국에서 노출 콘크리트 건물을 짓고 냉난방 효율까지 갖추면 벽 두께가 1m로 늘어나야 했다.

결국 하나하나 연구하며 풀어갔다. 이 때문에 한 달이면 끝날 지하층 조성에 무려 넉 달이 소요됐다. 단열재를 고정하기 위해 벽면 양쪽을 관통하는 핀 볼트를 적용했고 녹물에 의한 벽면 오염을 막기 위해 스테인리스 재질로 직접 만들어 썼다. 결국 외벽 20㎝, 단열재 10㎝, 내벽 15㎝를 합쳐 벽 두께가 45㎝로 두꺼워졌다. 덕분에 유리창이 많은 건물임에도 ‘패시브 하우스(최소한의 난방으로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건물)’ 수준의 난방효율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시공사인 세한건설은 국내 대형 건설사에 노출 콘크리트 건설 관련 기술 자문을 해줄 만큼 노하우가 쌓였다.

이 밖에도 역피라미드로 건물 두 동이 이어지는 구조 설계도 연이은 거절 끝에 다섯 번째 업체가 해결책을 찾아줬다.

대형 현수교처럼 두꺼운 케이블로 연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던 8층 지붕 작업도 여러 업체와의 협업으로 현재처럼 해결됐다. 김 대표는 “잦은 설계 변경에도 불구하고 건축비는 3.3㎡당 600만원 정도, 일반 건물 정도의 비용으로 완공됐다”며 “마진 보다 제대로 된 노출 콘크리트 건물 한번 만들어본다는 생각으로 전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폴라리온 본사 사무실로 쓰이는 A동 8층에 위치한 회장 집무실. 복층 구조로 이뤄진 이곳은 가로 7.5m, 세로 6m의 전면을 6장의 특수유리로 채웠다. /사진=권욱기자






●옥상 공중 브리지 압권…아쉬움은 활용도

독특한 외관에 영화·드라마·CF촬영 명소로

보기드문 완성도 불구 입지 탓에 용도 제한적



독특한 외관 때문에 이 건물은 영화·CF 등 20여편의 촬영 장소로도 사용됐다. 건물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회장 집무실. 복층 구조로 이뤄진 이곳은 가로 7.5m, 세로 6m의 벽면을 6장의 특수유리로 채웠다.

바로 영화 ‘그날의 분위기’에서 남자 주인공의 사무실로 등장하는 곳이다. 또 옥상정원에서는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의 주인공이 액션 장면을 선보였고 천장이 유리 연못으로 처리된 지하주차장은 패션쇼 런웨이로도 쓰였다.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한 국내 빌딩으로는 보기 드문 완성도를 보여주는 이곳이지만 역시나 아쉬운 점은 활용도. 아무래도 신도시 외곽에 위치한 입지의 한계 탓이 커 보인다. 원래 레스토랑으로 설계돼 세 벽면을 유리로 마감하고 그 앞에 연못까지 둘러놓은 A동 1층은 현재 한 제조업체의 작업장으로 쓰인다. 다양한 활용을 기대했던 B동 8층은 여유공간이라고는 하지만 가끔 열리는 파티·회식장소로 용도가 한정됐다. 그래도 주민들의 반응은 좋다. 폴라리온스퀘어 건설현장의 총괄책임자이기도 했던 장현희 폴라리온 이사는 “처음에는 주민들도 조금 뜻밖이라는 반응이었지만 이제는 이 건물 덕에 동네가 달라 보인다고 얘기해주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화성=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폴라리온의 협력사가 입주해 있는 B동 테라스 공간. 육면체 단위모듈(2.8m×2.6m)을 기본으로, 필요한 만큼 옆으로 붙이고 위로 쌓아올리는 형태로 조성된 건물은 풍부한 휴게 공간을 제공한다.




<인터뷰 : 설계자 - 김창길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 대표>

“공공성에 대한 배려·과감한 시도가 건축설계 기본”



“건축주를 만나면 항상 공부하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설계자나 시공자가 편한 집을 짓게 되기 때문이죠. 완공될쯤 이게 아닌데 바꿔달라고 해봐야 불가능하니까요. 처음부터 설계자·시공사·건축주 ‘3박자’가 맞아야 제대로 된 집이 됩니다.”

김창길(사진)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주가 확고한 건축관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아서 잘 지어주세요’하는 식은 일종의 책임 회피에 가깝다는 것. 그가 초기 설계 과정에 매주 정형원 폴라리온 대표를 만나며 회의를 거듭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김창길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 대표


김 대표가 건축설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공성이다. 애초에 건물 중앙부를 비워 배후의 공원을 가리지 않게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개인 소유 부지와 건물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건물인 만큼 사적 재산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며 “네모난 건물로 공원을 가렸다면 이 건물의 의미도 그만큼 퇴색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김창길 대표는 여기에 폴라리온스퀘어처럼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주변에 비해 너무 튀고 조화롭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한다”면서도 “서울 청담동 정도면 각각 다른 외관을 뽐내면서도 상향 평준화된 퀄리티와 디자인으로 조화될지 모르지만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신도시 외곽에서 조화를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폴라리온스퀘어를 볼 때 먼저 길 건너 좌우에서 한 번씩 입면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조금 거리를 두고 좌우에서 건물을 보면 높이도 다르고 연결되는 느낌도 다르다”며 “그다음에 중앙에서 올려다보고 A동, B동, 옥상 순으로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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