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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기본소득이 뭔가요

김교성 중앙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전 국민에게 주는 '급여'…평등사회 이루려는 노력이죠

김교성 중앙대 사회복지대학원장




우리는 매우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대 간 이전으로 고착화하고 있는 이 현상은 건강, 범죄, 사회적 타살, 배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며 민주주의 악화와 국가 정체성 위기 등의 문제도 유발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기술 진보는 생산 양식의 변화와 더불어 노동 시장의 변혁을 추동하고 있습니다. 안정된 생활에 필요한 적정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습니다. 향후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입니다. ‘고용 없는 성장’과 ‘불안정 노동’이 확산하면서 노동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해 보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후기 자본주의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주요 가치인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혹은 유일한 전략으로 생각됩니다.

기본소득은 중앙·지방 정부가 모든 개인에게 아무런 자격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소득을 제공하는 아주 단순한 정책입니다. 노동과 소득의 연결고리를 단절하고, 일부에게만 제공하지 않으며, 개인에게 지급한다는 점에서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제도의 내용은 정치적 합의 수준에 따라 다양하게 변용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에 대한 의무를 부과해 호혜성의 원칙을 강화하는 ‘참여소득’부터 생애 일정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일시적’ 기본소득도 있습니다. 아동이나 노인 같은 특정 인구 집단에게 지급하는 수당도 ‘부분적’ 기본소득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고려해 급여 수준을 낮게 책정한 뒤 점차 올려가는 ‘전환적’ 기본소득의 형태도 존재합니다.

기본소득은 개인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자유를 확대하고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려는 제도입니다. 선별적 부조에 내재해 있는 사회적 낙인이 존재하지 않으며 의존성 문제와도 무관합니다. 노동에 대한 의욕은 더 커질 수 있으며 생산성은 부가적 임금에 따라 향상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구매력과 사회 전반의 총수요 확대로 ‘저성장’ 문제도 극복할 수 있으며 유연화된 노동 시장에서 자발적인 노동 형태의 선택을 가능하게 합니다.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가구 내 권력 관계의 변화로 성 불평등 문제도 일부 완화할 수 있습니다.

2215A37 경제교실


☞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는

노동 의욕 커져 생산성 오르고

높아진 구매력만큼 내수 기여

노동형태 자발적 선택 길 열려

더 풍요로운 삶 누릴 수 있어

☞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요

국민투표 부친 스위스는 물론

캐나다·네덜란드·핀란드 등도

기본소득 보장 정책 논의 시작



구성원 간의 장기적 공론화 거쳐

제도 필요성 공감대부터 형성을

문제의식과 공감대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복지선진국 가운데 기본소득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국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스위스에서 실시된 국민투표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핀란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완전 기본소득과 부분 기본소득에 관한 네 가지 방안을 비교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지방정부(위트레흐트)를 중심으로 호혜성과 관련한 실험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영국·뉴질랜드·캐나다 등에서도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 정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논의의 중심에는 일자리 감소로 인한 위기감이 주된 이유로 작용하고 있지만 복지행정 비용 축소라는 다른 이슈도 있습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에 있습니다. 도입 취지에는 상당 부분 동의하지만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제도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막대한 재정적 부담과 관련한 경제적 실현 가능성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사회수당 하나 운영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자본주의의 생산과 분배 양식의 근간을 흔드는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마음속에 자리한 노동윤리의 단단한 굴레도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고 사회구성원 간의 합리적인 의견 교환에 기초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해 보입니다.

기본소득은 새로운 분배구조의 확립과 단계적 확산을 통한 ‘평등한 사회’ 부활을 위한 장기적 기획입니다. 무조건성·보편성·개별성은 성, 인종, 소득, 종교, 성적 취향 등과 관계없이 제공되는 ‘참정권’의 성격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100년 전 모든 시민에게 투표권을 주자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거나 감옥에 가야 했습니다. 시민들은 오랜 시간 투쟁 끝에 기본적 권리를 쟁취했습니다. 시민권이 불평등과 자본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의 권리와 존엄·자유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소득이 평등하게 보장돼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불가능해 보이고 당장 이뤄질 것 같이 보이지 않아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교성 중앙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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