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제러미 코빈 당수가 힐러리 벤 예비내각 외무장관을 해임한 이후 동료 장관 10명이 무더기로 사퇴했으며, 코빈 당수는 새 예비내각을 꾸리겠다며 맞서고 있다.
27일 BBC방송에 따르면 로드 팔코너 노동당 예비내각 법무장관·루시 파월 노동당 예비내각 교육장관 등 10명은 벤 장관의 해임 소식이 알려진 지 몇 시간 후인 26일 아침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동참한 헤이디 알렉산더 보건장관은 코빈 당수에게 보내는 사퇴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국민투표는 영국이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당신이 원칙적인 사람이라는 점에서 존경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알렉산더 장관은 “우리가 (다음 총선에서) 새로운 내각을 꾸려야 한다면 당수를 바꾸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노동당의 이 같은 내분은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노동당 지지층이 대거 유럽연합(EU) 탈퇴에 투표해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당 지지율이 집권 보수당보다 높은 웨일스에서도 브렉시트 찬성 득표율이 52.5%로 반대를 5%포인트 앞섰다. 앞서 코빈 당수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기했던 마거릿 호지 의원은 “코빈 대표가 유세에 너무 늦게 나와 지지층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조기 총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노동당이 선거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해임된 벤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빈이 대표로 있는 한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며 “그는 점잖은 사람이지만 지도자 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빈 당수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다. 코빈 당수는 하루 안에 예비내각을 다시 꾸리겠다고 밝혔으며, 새로운 당수 선거가 치러져도 후보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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